'내리갈굼'과 ‘태움문화’ 의료계 인권 현주소 '흐림'

[신년기획 - 의료계 내 인권문제 이젠 바뀌어야①]
박민욱기자 hopewe@medipana.com 2018-01-03 06:08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전공의 폭행 문제는 지난해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보고되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지만, 사실 의료계 내부에서는 그동안 암암리에 자행됐던 사안이다.

이에 대한 원인은 제자가 스승의 업무를 보조하면서 절대적인 복종 관계로 교육이 진행되던 도제식 방식에서 기인하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그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기에 고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

나아가 의료기관에 종사하며 월급을 받는 보건의료 직종 종사자들은 그 지위상 필연적으로 을(乙)의 입장이 되는데 이런 관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강요들이 간호사들이 장기자랑 행사에 선정적인 춤을 추게 했으며, 임금·휴가·노동 갑질이라는 새로운 단어들이 대두됐다.
 

◆ 2017년, 전공의 폭행에 간호사 선정적 춤 강요 사건 '이슈화'

지난해는 유독 대형병원 소속 의사들의 폭행 폭언과 병원 내 갑질 사건들이 언론과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소위 '엘리트 집단'이라고 불리는 의료계 내부에서 아직도 군부 독재 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시스템이 그대로 되물림 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

먼저 지난 6월 전북대병원 정형외과에서는 전공의 선배가 후배를 폭행한 사건으로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 사건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가해자 측 전공의는 과거 본인이 피해자였다는 점.

이와 유사한 선배 전공의 폭행사건은 삼육서울병원에서도 신고돼 보건복지부가 행정처분을 내렸다.

나아가 한양대병원에서는 성형외과 교수가 전공의에 폭행과 폭언을 가하는 사건이 알려졌으며, 부산대병원에서도 몇 년간 전공의를 상습 폭행한 교수가 노조를 통해 공개되면서 결국 파면 당했고 양산부산대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이처럼 교수와-전공의, 전공의 선후배 간 주먹구구식 '상명하복' 문화는 인권을 도외시하는 결과로 귀결됐다.

의사들 간 폭언 폭행이 사제, 선후배 간 이뤄졌다면 고용주인 병원과 피고용주인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들 간의 거부할 수 없는 갑-을 관계 또한 여러 사건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한림대 성심병원은 재단행사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복장으로 장기자랑을 강요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인천성모병원, 을지병원, 포항의료원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연이어 폭로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학교수에서 전공의로 전공의는 간호사 등 타 보건의료인에게 권력 서열에 따라 폭력이 재생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피해자 당사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렇게 문제가 언론이나, 노조를 통해 알려진 것 자체는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공론화되는 것은 그만큼 의료계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만약 과거와 같이 피해자들이 참기만 하거나 숨기에 급급했으면 인권 신장은 영영될 수 없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 시니어 의사들 "우리도 맞으면서 배웠다…하지만 과도한 폭언 폭행은 분명 문제"

지난해 이슈화가 된 대학병원의 전공의 폭행사건을 돌아보면 유난히도 정형외과 등 외과계와 관련된 사건이 많았다.

이는 과의 특성상 강도 높은 수술과 함께 무거운 것을 다뤄야 하는 등 힘든 일이 많기에 엄격한 규율이 필요했기 때문.

현재 전문의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40~50대 의사들은 도제식 교육시스템에서 배운 세대로 과거와 비교할 때 현재는 전공의 인권 신장 등 바뀐 부분이 분명 있다고 평가했다.

외과계 전문의 A원장은 "군대에서도 최전방, 실탄을 다루는 부대는 다른 지역보다 규율이 엄격하다고 한다. 환자의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수술실은 전쟁과도 같은데 여기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다소 엄격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인이 70년대 학번인데 그때도 교수가 전공의에게 이런저런 욕을 하는 것은 비일비재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는 그렇게 배우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며 "사제, 선후배 간 상하관계가 분명하다 보니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거역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어떤 경우든 폭언과 폭행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며 "시대가 바뀌면 생각도 달라져야 하는 만큼 젊은 의사들의 생각을 존중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1980년대와, 1990년대 학교생활을 했던 40대 전문의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만 교수가 직접 폭언이나 폭행을 하기보다는 선배 전공의에게 언질을 주는 식으로 위계질서를 잡았다는 후문이다.

외과계 88학번 B전문의는 "본인은 폭언·폭행을 당한 적은 없지만, 과거 동기생 한 명은, 선배에게 잘못 맞아서 치아가 빠진 것도 봤다. 하지만 그 전공의가 잘못한 부분이 있었기에 인정하고 바짝 긴장하며 배웠다"고 술회했다.

그는 이어 "교수님이 직접적인 폭언이나 폭행에 관여하기보다는 선배에게 '저 녀석 제대로 정신을 안 차린다'고 귀띔을 주면 선배가 후배에게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식이었다. 대다수는 잘 알아듣지만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전공의들이 많이 혼이 났다"고 언급했다.

즉 군대조직과 같이 윗사람이 경고를 주고 그것을 들은 선임이 후임에게 지도하는 형식으로 내려간 것이다.

대다수의 외과계 의사들은 "교육시스템도 시스템이지만, 무조건적인 폭행과 폭언은 분명 문제"라고 맥을 짚었다.

대학병원 정형외과 C 교수는 과거 전공의 시절을 떠올리며 "과의 특성을 떠나 업무 강도와 폭행의 강도가 비례했다고 보면 된다"며 "아무 이유 없이 때리는 것은 아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오더를 내릴 때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혼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사실 할 일이 많이 쌓이지 않고, 힘들지 않으면 때릴 일도 없다. 폭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의사 수 충원, 업무량 감소 등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전공의들, 여전히 위해 환경에 노출

시대적으로 많이 바뀐 환경이라고 해도 현 세대 전공의들은 여전히 불합리함을 느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9월 전국 전공의 1,768명을 대상으로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공의들 성적, 언어적, 신체적 위해환경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전공의 비율은 2015년 25.5%에서 2017년 29.7%로 증가했다.

특히, 여성 전공의는 45.5%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었으며(남성 전공의, 17.7%), 21.1%가 성추행을 당한 경험(남성 전공의, 6.8%)이 있다고 답을 했다.

아울러 언어폭력의 경우 전공의 10명 중 7명꼴(71.2%)로 이를 경험했으며, 실제로 신체적인 폭력을 경험한 경우도 20.3%로 조사돼 여전히 전공의 인권문제에서는 사각지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태움문화'에 이어 춤 강요까지 바닥으로 떨어진 간호사 인권

나아가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들에 대한 의료기관의 갑질 문화도 결국 인권을 도외시 한 문제에서 파생됐다.

과거 간호사들 사이에 암묵적인 임신순번제 등이 있다는 것이 한 차례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또한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의 말, 행동 등을 트집 잡아 혼을 내는 일명 '태움 문화'도 대표적인 폭언·폭행을 수반한 갑질 행태이다.

이런 상황 속에 지난해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재단 행사에 선정적인 춤을 강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간호사들의 인권문제가 다시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대중들은 '백의의 천사'라고 불리는 간호사들이 행사에 동원된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현했지만, 간호계 내부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며 그동안 곪아왔던 일의 일부분이 표출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병원에서 간호사를 이사장 개인간호를 위해 파견하고, 간호사에게 대리처방을 지시한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간호사들의 울분이 커지고 있는 상황.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간호사들은 그 어떤 직종보다 이직율이 높다.

지난 2015년 기준 대한간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무려 33.9%에 달하며 간호사 평균 근속연수는 5.4년에 불과하다.

대학병원 소속 D 간호사는 "순수한 간호 업무 이외에도 병원에서는 환자유치 및 바자회 식권 강매 등 지시도 있다. 나아가 비품을 개인이 부담하게 하거나 병동회비를 걷어 구입하게 하는 비품 갑질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간호사와 관련해 그동안 내재된 문제점이 도출된 상황에서 개선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18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금지>'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메디파나뉴스

[종합병원] 최근기사

많이 본 뉴스


댓글 쓰기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Generic & OTC


박민욱기자의 다른 기사

로그인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