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응급환자 진정제 투여 후 심정지‥"의료과실 40%"

토사물로 인한 흡인성 기도폐쇄가 원인‥법원, "예방 및 경과관찰 소홀"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8-11-09 11:5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안면에 구타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가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술에 취한 상태로 난동을 피우던 환자는 결국 의료진으로부터 진정제를 투여 받고 겨우 뇌 CT 검사를 받았지만, 이후 깊은 진정상태에 빠진 환자의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 심정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환자 A씨가 식물인간 상태가 된 것이 B병원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판단, 당사자에게 3억 원을, 그의 배우자에게 5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8월 9일 새벽 2시 24분경 안면 구타로 출혈이 상단한 채로 B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당시 A씨는 술에 취해 의식상태가 명료하지 않았고, 난동을 피우며 의료진의 지시에 협조하지 않았으나, B병원 의료진은 A씨가 안면부 구타 등으로 뇌출혈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뇌 CT 검사를 강행했다.

하지만 A씨가 이송된 후 30분이 넘도록 진정되지 않으면서, B병원 의료진은 정맥주사와 진정제인 미다졸람(midazolam)을 투여하여 새벽 3시 44분경 뇌 CT 검사를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구토를 하는 등 어려움이 생겨 흉부 X-ray는 찍지 못한 채 A씨를 응급실로 이송했다.

이후 4시경 의료진은 침상정리를 마치고 A씨의 심박수를 확인했는데, A씨에게 심정지가 발생했고 B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기관삽관, 정맥로확보, 약물투여 등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소생한 A씨는 흉부 X-ray 검사를 받았는데, 그 결과 폐부종과 흡인성 폐렴 소견이 나타났다.
 
결국 A씨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현재 지속적 식물 상태와 최소 의식 상태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의식 상태로 이동이 불가능한 사지마비 뇌병변 장애상태에 있다.

흡인성 기도폐쇄란 구토 시 토사물이 기도로 들어가 기도를 폐쇄함에 따라 저산소증이 발생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심정지로 진행되는 현상이다.

특히 B병원 의료진이 A씨에게 투여한 미다졸람은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진정제로, 중추신경계 억제 효과를 나타내며, 급성알코올중독 상태의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중추신경계 억제 효과가 상승하여 혼수상태, 호흡부전, 저혈압 등 부작용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의 과실에 대해 첫째로 A씨가 구토할 것을 예상해 미리 기도흡인 예방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알코올중독 상태에서 진정제인 미다졸람을 투여받은 A씨가 CT 검사 도중 구토할 경우 토사물에 의한 기도폐쇄로 인해 급성호흡부전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을 예견하고, 이를 대비해 즉시 머리를 왼쪽으로 돌리는 등 기도를 확보하고 흡인기로 토사물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의 구토 이후 의료진의 경과관찰 소홀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해 호흡성 심정지를 발생시킨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구토한 진정 환자인 A씨에 대해 기도를 확보하고 토사물을 제거하는 조치 이외에도 산소포화도 및 생체활력징후를 측정하는 등 경과 관찰을 하고 그에 대응해 기도폐쇄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태변화를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B병원 응급실로 이송될 당시 의식상태가 가벼운 기면상태였고, A씨에게 기도폐쇄로 인한 심정지를 초래한 최초 원인인 '구토'가 일어나게 된 원인이 A씨의 알코올 과다섭취 부작용으로 추정되고, 의료진이 아무리 기도폐쇄를 막기 위한 조치를 했더라도 A씨의 저산소증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해 B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따라서 당사자인 A씨에게는 재산상 손해액과 위자료를 합해 3억 원을 배우자에게는 위자료 5백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다.


<© 2018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금지>'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메디파나뉴스

[판례] 최근기사

많이 본 뉴스


댓글 쓰기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Generic & OTC


조운기자의 다른 기사

로그인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