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특별법 무색‥사망한 길병원 전공의 주110시간 근무

가짜 근무표·대리처방으로 지켜지는 전공의 특별법‥수련병원과 정부, "개선 진정성 없다"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2-15 06:07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얼마나 많은 전공의가 죽음으로 증명해야 하는가. 수련병원과 정부는 수련환경 개선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라."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지난 14일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수련환경 개선 촉구 및 전공의 사망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지난 2월 1일 가천대 길 병원 당직실에서 33살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신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전날 아침 7시부터 당일 저녁 6시까지 연속 35시간 근무를 하기 위해 당직을 서는 중이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병원 측은 정상 근로 중 발생한 돌연사라는 입장을 밝히며, 그 근거로 고인이 주당 88시간 미만, 연속 36시간 미만의 근무를 했다고 기록된 근무표를 공개했다.

현재 시행 중인 '전공의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 특별법'에 따르면, 전공의 근무시간은 주 80시간, 연속 근무 시간은 36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다만, 교육 목적으로 8시간의 연장수련이 가능하다.

이에 가천대 길병원 측은 고인의 근무시간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전협이 공개한 실제 근무표에 따르면, 고인은 제출된 1월 당직표보다 실제 3번이나 당직을 더 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서류 상 근무시간이 아닌 때에도 고인이 DNR 처방을 했던 사실이 나타나, OFF로 표시된 나흘에도 근무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길병원의 근무시간 계산법 자체가 엉터리다. 길병원은 주간 11시간 근무 중 2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제외해 9시간만 인정하고, 당직 24시간 근무 중 4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제외하여 20시간만 인정함으로써 고인이 주 87시간을 근무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서류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보장된 휴게시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즉 병원은 고인이 근무시간을 지킨 것처럼 보이기 위해 보장되지도 않는 휴식시간을 교묘하게 끼워 넣었다는 것.

게다가 남아있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3시간에 이르는 시간을 더 일해, 실제 고인의 주당 근무시간은 총 110시간으로 밝혀졌다.

명백한 법 위반이지만, 조작된 당직표와 병원 측의 엉터리 계산법에 의해 길 병원에서 근무한 고인은 마치 법의 테두리 내에서 근무하는 것서럼 보인다.
 
▲(좌)故 신 전공의 누나 (우)이승우 대전협 회장
 
이날 고인의 누나인 A씨는 "실제로 동생이 일하는 소아청소년과에 결원이 2명 발생해 업무 강도가 높았다는 동생 동료들의 증언을 들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이에 대한 인력 충원이나,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동생 근무처에 전공의 인원이 충분하고, 근무강도도 적었다며 '돌연사'를 운운하며 동생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대전협과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한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가천대 길 병원 전공의들은 법정 최대 연속수련시간인 36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총 28%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43시간, 최대 96시간까지 연속근무했다고 밝혔다.

주 최대 근무시간이 80시간을 넘긴 경험이 있는 전공의도 77%에 달했다. 최대 시간은 주 평균 144시간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현실과 서류상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수련병원이 비단 가천대 길병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승우 회장은 "전국 수많은 수련병원이 근무시간을 지킨 것처럼 보이기 위해 휴게시간을 끼워넣고, 다른 전공의의 명의로 처방을 내게 하는 탈법적 행위를 강요하고 있다"며, "가짜 당직표를 만들고, 대리처방을 강요하는 식으로 처벌을 피하는 데만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익명의 제보들을 토대로 일부 수련병원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전자의무기록(EMR) 접속을 차단하여, 전공의들이 법정 상한 근로시간인 80시간을 넘겨 근무한 흔적이 남지 않도록 꼼수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EMR을 차단해 접속을 차단하지만 해당 전공의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EMR을 통해 근무 사실이 기록되지 않을 뿐,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이용해 처방을 하며 근무를 이어가고 있었다.

정용우 대전협 부회장은 "이는 일종의 저급한 위계 행위이다. 병원들은 EMR 접속을 차단해 놓고, 일을 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방치할 뿐이다. 퇴근 시간이 지나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아직 일이 남은 전공의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 아이디로 처방을 내야해, 수련병원들로부터 암묵적으로 위법 행위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수련병원의 행태를 단속하고 시정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정부다. 하지만 대전협은 정부가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등을 위한 노력에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승우 회장은 "전공의 특별법 시행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2017년부터 매년 수련환경 평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2017년에는 시행 초반으로 과태료 및 시정명령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2018년 결과는 아직 안나왔는데, 정부가 어떠한 결과를 내 놓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부는 실질적인 전공의 수련환경 및 처우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한 조사와 처분을 실시해야 한다. 수련병원 역시 환자 수에 맞는 추가인력 고용 등을 통해 진정성 있는 개선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길 병원 전공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빚자 기자회견이 개최된 이날(14일) 전공의 수련환경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법령 미준수가 확인된 수련병원 94곳에 대해 과태료 및 시정명령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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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생명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여왔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한국의료의 문제는 무엇보다 미국의 10분의 1정도 밖에 안되는 고질적인 저수가구조를 개선해야합니다. 의료 저수가는 의료인들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입니다. 근본적 대책없는 탁상공론은 서로에게 도움이 안됩니다.^^
    2019-02-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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