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의사 수' 논쟁‥병원협회 해명에도 갈등 심화

의료인력 부족 문제 놓고 병원협회와 의사 직역 단체간 이해관계 충돌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3-11 11:37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병원협회의 의료인력 확대를 위한 노력이 '의사 수'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특정 직종에 비중을 둔 것이 아니라는 병원협회의 해명에도, 의사단체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며 공급 확대를 꾀하는 병원협회를 규탄하고 있다.
 
 
최근 대한병원협회가 상임이사회를 열고 '인력수급개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하는 계획안을 의결했다.

해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요 안건으로 △의대 정원 적정화 △전공의 수련시간 관련 대책 △직역 간 업무범위 합리화 △전문간호사 활성화 △응급구조사, 의료기사 등 직역 역할 부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형 확대 △간호등급제 개선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소식에 의사 직역 단체들은 곧바로 반발했다.

먼저 젊은 의사들을 대변하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병협은 병원의 이익만을 위한 아전인수식 의사 수 확대 방안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비대위의 의사 수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비판했다.

두 단체는 "기형적 구조와 과도한 노동으로 의료계가 시름을 앓고 있다. 대형 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고 한 사람의 의료인이 책임져야 할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그 뒤로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과도한 노동은 언급도 없이 사라졌다"며 "작금의 문제를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발상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추가 인력 고용과 진료 환자 수 제한 없이 무분별하게 교수, 전임의, 전공의에게 무거운 짐을 지운 자는 누구인가. 수익과 실적 등으로 압박을 받아야 하며 과로했던 그들을 방치했던 것은 정녕 누구 책임이란 말이냐"며 "무엇이 의료인의 과로를 지속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는가. 의사들이 과로에 처한 이 현실이 과연 의사가 부족해서이냐"고 반문했다.

전국의사총연합 역시 "병원계는 의사들을 병원의 부품으로만 생각하는지 의문이다"며 "병협은 젊은 의사를 착취할 생각만 하지 말고 강력히 수가투쟁에 전념해야 한다"고 해당 논의에 비판을 가했다.

특히 "전공의법 시행과 더불어 병동전담의를 고용하는 것에 대한 비용적 부담과 중소병원들의 의사 고용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 수를 늘려 의사들의 급여를 낮추게 함으로써 병원의 이익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발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병협의 의사 수 늘리기 발언이 일종의 정치적인 제스처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의사 직역 단체들은 병원협회의 의사 수 늘리기가 병원의 이윤 추구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꼬집고 있다.

하지만 병협은 이에 대해 "현재 병원계가 처한 의료인력난은 어느 특정 직종만이 아닌 의사를 비롯, 간호사, 약사 등 병원 내 핵심적인 의료인력 전반에 걸친 문제로, 병원협회는 의료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더욱 심각해질 경우 환자진료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건강을 위협할 우려가 있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비대위에서 의사인력 규모의 적정성과 임상지원 전문인력 업무범위, 인력 수급개선을 우선 논의 의제로 정했으며, 특정 직종에 비중을 두고 다룰 계획은 논의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병원협회는 "의료인력 수급관련 '비대위' 구성을 계기로 정상진료, 적정한 근로여건 조성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취지에 공감하고, 향후 의료인력수급관련 대책마련에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의사 수 늘리기'에 대한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 연구' 자료에서 2030년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약 7만 명 부족하다는 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OECD 보건통계에서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평균(3.3명)에 보다 낮은 2.3명으로 나타났을 때도 의사직역 단체는 통계의 오류를 지적하며, 공급 확대 대책에 반발해왔다.<관련기사:보건의료인력 확대 점화… 의료계 "왜 자꾸만">

당시에는 정부와 의사 직역 단체 간의 갈등으로 이어졌던 의사 수 논쟁이, 이번에는 같은 의료계이면서도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병원계와 의사 직역 단체 간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병원협회는 비대위가 발족도 하기도 전에 난감한 상황에 쳐했다.

병원계 관계자는 "전공의 특별법과 PA 문제, 의사 과로문화 문제 등으로 의사의 근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진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이 사실이다"라며, "갈등보다는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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