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신약 등재 제도 'RSA'‥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나

RSA 적용 범위 확대와 재평가 및 급여확대 과정의 간소화 등 지속적으로 제기
박으뜸기자 acepark@medipana.com 2019-03-1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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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위험분담제(Risk Sharing Agreement, RSA)'는 고가 신약의 급여 등재를 앞당겼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RSA 기간 만료로 인해 재평가 의약품들이 생겨나자 '문제'는 드러났다. 5년차를 넘긴 지금까지도 RSA는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재평가 세부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급형 RSA 약제였던 '얼비툭스', '엑스탄디'는 1년여 간의 재평가 기간을 거쳐 위험분담 계약을 연장했고, '잴코리'는 위험분담계약을 종료하고 일반 등재를 위한 약가협상에 나섰다.
 
이전부터 RSA를 제대로 활용하자는 의견은 계속돼 왔다. 꾸준히 등장하는 항암 신약들을 빠르게 등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RSA가 '최적'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 발표 이후 속도를 내는 듯 싶었던 '위험분담제도 적용 대상 확대', '위험분담 계약 만료 약제를 사용하는 환자 안전 확보' 등의 조정은 지난해 3분기 이후 멈춰있다.
 
◆ 위험분담제도, 환자 접근성 보장에 주요 역할
 

우리나라는 2013년 12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의 일환으로 '대체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급여 등재를 위해 위험분담제를 도입했다.
 
환자의 신약 접근성은 확대하면서, 신약이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이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근거의 불확실성을 제약사와 분담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실제로 식약처의 항암제 허가정보에 따르면 2013년 12월부터 2018년 7월까지 건강보험 급여 등재 된 항암제는 총 41개이며, 그 중 26개(63.41%)가 위험분담제 적용 약제이다. 희귀질환 약제 6개까지 포함되면 이 기간 RSA를 적용받은 약제는 총 32개다. 같은 기간 일반등재 약제는 11개(26.82%), 경평특례 약제는 4개(9.76%)이다.
 
위험분담제가 신약의 환자 접근성 보장에 주요한 역할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위험분담제로 인한 재정 부담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고가 의약품이 급여가 되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위험분담제는 제약사와 함께 재정을 분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약품비 비중 증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2014년부터 3년간 위험분담제 계약으로 급여 등재 된 신약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1만6575명으로, 환자 1인당 본인부담금 약 1700만원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본인부담금 절감액 규모는 약 2,8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난 2017년 8월 발표된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를 담은 문재인 케어에는 이 RSA를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문케어가 발표 된 2017년 8월 9일을 기점으로 이전 3년 8개월간(2013.12~2017.8.8) 17개, 이후 12개월(2017.8.9~2018.7)동안 15개 약제가 위험분담제를 통해 등재된 것. 정부가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약속한 만큼 신약의 급여 적용을 검토하는 기간이 크게 단축되고 있다고 해석된다.
 
◆ 재평가에 대한 기준 미비한 RSA, 제대로 활용하려면 
 
하지만 순항을 보이고 있던 RSA는 시간이 지날수록 '빈틈'이 드러났다. 제도의 비예측성과 불확실성 때문이다.
 
현재 RSA 적용 범위는 '대체 가능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로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으로 정리된다.
 
기술의 발달과 미충족 수요를 채우려는 방향에 따라 '항암 신약'은 대부분 이 분야에 치중돼 있다. 그렇지만 항암제와 희귀질환 이외의 RSA 세부 요건을 충족하는 기타 급/만성질환에까지 기회를 줘야한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아울러 RSA를 적용받기 위해 제약사는 '대체약제가 없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부재한 약제에 해당함'에도 비교 대상 약제와의 상대적 비용효과성 입증 자료 제출을 해왔다.
 
RSA 조건에 부합하는 약제는 비교 약제의 선정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뿐더러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또 경제성평가 자료 검토에는 물리적 시간이 길게 소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RSA 약제는 언젠가 `재평가`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위험분담제의 계약기간은 4년, 재평가는 3년만에 찾아온다.
 
그런데 RSA 재평가 약제는 또 다시 '변경사항을 고려한 비용-효과성 평가'가 요구된다. 쉽게 말해 재계약을 원하는 약제가 급여 확대가 되는 등 변경사항이 있다면 경제성 평가를 다시 해야하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경제성 평가가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약사는 RSA로 보험 등재 후 급여확대를 원한다면 2년 이내 바로 새로운 경제성 평가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는 추가적인 연구비를 포함한 행정비용과 자원 소요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부담은 급여 확대를 꺼리게 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결국 환자의 접근성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환급형 RSA약제 2개(얼비툭스, 엑스탄디)는 1년여 간의 재평가 기간을 거쳐 위험분담 계약을 연장했고, 1개 약제(잴코리)는 위험분담계약을 종료하고 일반 등재를 위한 약가협상을 결정했다.
 
이러한 애로사항이 개선되지 않자 곧 재평가를 앞둔 제약사들은 잴코리와 같이 'RSA 졸업' 쪽을 고려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위험분담제 통합 운영기관이 없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환급절차를 개별 제약회사가 진행하는데, 이로 인한 추가적인 행정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 약가 기밀유지의 어려움, 부가가치세 이중과세 등 위험분담제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약 연장에 대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미 여러번 열린 공청회를 통해 제약업계는 위험분담제 대상 약제 요건의 개선,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 생략을 포함한 재평가 및 급여확대 과정의 간소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2016년,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복지부는 "위험분담제도 도입을 통해 항암, 희귀의약품 등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이 대폭 개선됐다. 환자의 치료접근성 제고라는 위험분담제 도입 취지를 고려해 현재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케어 시행 이후 개선된 점을 꼽으라면 형식적인 `선별급여` 외에는 체감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항암신약은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기전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 약제 선정이 거의 어렵고, 고도의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에 '고가'의 치료비용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나라에는 '위험분담제' 외에 항암 신약 보장성 강화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
 
그렇다고 새로운 약제가 RSA로 급여가 등재된다고 한들, 이후 재평가에서 이 '애매모호함'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떨칠 수 없을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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