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질 평가가 만든 '피라미드'‥"제도 태생적 한계 극복"

병원계, "이름부터 제도의 목표까지 재설정 필요"‥정부, "절대평가 전환 및 세부 지표 개편 시작"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4-05 05:59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선택진료비 폐지의 보상으로 시작된 의료질 평가지원금이 의료기관의 피라미드 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 속에, 병원계는 물론 정부 역시 의료질 평가지원금의 개선에 공감을 표했다.

특히나 5년차에 접어든 '의료질 평가지원금'이 선택진료비 보상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 실제로 의료기관의 의료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 이름과 제도의 목표까지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4일 서울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대한병원협회 국제 학술대회, 'Korea Healthcare Congress'(이하 KHC)에서 '의료질 평가지원금, 어디로 가고 있나'를 주제로 한 학술포럼이 진행됐다.

경상대학교병원 신희석 병원장을 좌장으로 하여 진행된 해당 포럼에서 발제에 나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희정 연구위원은 의료질 평가지원금이 최상위 상급종합병원부터 1등급에서 5등급으로 이뤄진 피라미드 구조가 지난 5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강 연구위원은 의료질 평가가 상대평가 방식으로 의료기관 줄 세우기식 등급을 매기고 있고, 평가 지표가 통제 가능한 구조 지표 중심으로 짜여 있다 보니, 인력과 시설 등에 재정 투자가 가능한 대형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료질 평가지원금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인상 대한병원협회 총무위원장은 "실제로 전문 의료인력 및 각종 시설 등 재정 투입을 요하는 평가 지표가 많다. 상대평가의 현실에서, 투자를 못하는 병원들은 등급을 낮게 받아 다시 지원금 수익이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재정적으로 취약한 병원들은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료질 평가지원금에서 상급종합병원 최상급과 최하위 등급과의 격차는 53배에 달하고, 종합병원도 30배나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하위 등급 병원들은 의료질 평가지원금 평가를 위한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이에 강 연구위원은 의료질 평가지원금 제도 발전을 위해 현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평가의 질 향상 제고를 위한 평가 지표 개편 및 성과보상지불 인센티브 효과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병원계는 전반적으로 공감을 표한 가운데, 좌장인 신희석 경상대 병원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의료질 평가지원금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료질 평가지원금의 목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 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들은 사실 선택진료비 폐지로 손실이 막심했다. 의료질 평가지원금이 마련되고 나서도 제대로 보상이 안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다시 선택진료비가 부활할 것도 아니라면 선택진료비 보상이라는 목표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금이 될 수 있도록 정체성을 찾아 생산적 제도로 변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대로 선택진료비 보상의 측면에서 마련된 의료질 평가지원금은, 태생적 한계로 인해 재정 규모도 선택진료비 규모인 7천억 원으로 한정돼 있으며,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해 의료기관의 피라미드 구조를 견고히 하고 있어 무엇을 위한 평가 지원금인지 그 정체도 모호한 상황이다.

이상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역시 "의료질 평가지원금이 원래는 의료질 향상 분담금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그 이름의 모호성으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는데, 지금도 이름과 평가의 성격이 맞지 않는 것은 여전하다"며, "애초에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의료질을 향상시키려고 했는데, 실제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병원계 목소리에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이유리 사무관은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서는 복지부도 공감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질 평가가 목표했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의료질평가 중장기 개편방안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개편 방안으로는 ▲의료질 평가 지표를 국민이 체감하도록 환자중심 평가 지표로 개편 ▲의료기관의 의료질 개선 노력에 대한 보상 강화 ▲의료질 평가 이외의 다른 평가도 아울러 국가 의료질 향상을 견인할 수 있게 평가체계 관리 등 3가지로 나타났다.

이 사무관은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의료질 평가지원금의 태생적 한계로 현 상대평가를 완전히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지표별, 영역별로 최소, 최대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지표에 대한 개선도 꼼꼼이 살펴보고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지표의 삭제와 추가를 논의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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