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강화 정책과 중국의 개편‥골방에 갇혀있는 `RSA`

현실적으로 시의적절한 제도는 RSA 뿐‥몇년째 제자리걸음에 '피로감'
박으뜸기자 acepark@medipana.com 2019-04-11 06:0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몇년동안 골방에 갇혀있기만한 '위험분담제(Risk Sharing Agreement, RSA)'를 이제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최근 의약품 보장성 강화를 내세우며 여러 정책을 선보이고 있지만, 아쉽게도 RSA와 관련한 내용은 빠져있다.
 
이런 와중에 파격적으로 의약품 제도를 개편한 중국이 한국의 등재 약가를 참조하겠다고 밝혔다. 거대 시장인 중국을 신경쓰는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신약의 급여가 늦춰질수록 비급여로 의약품을 출시하거나, 허가를 늦추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혁신 신약의 허가와 급여를 앞당기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시의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는 RSA 외에 없다.
 
◆ 신약의 도입,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RSA 개편 진행해야
 
최근 보건복지부는 보험급여목록에 등재된 의약품을 재평가해 약제의 가격을 깎거나 급여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 약제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늘어난 약품비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등재된 의약품을 평가하는 방식부터, 사용되고 있는 약제에 대한 퇴출은 여전히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신약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사회적·임상적 요구도가 큰 약제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또 희귀질환치료제 등은 허가·평가 연계제도를 활성화하고, 건보공단과의 약가협상 기간을 단축하는 방침도 선보였다.
 
하지만 몇년간 제약업계의 요청이 높았던 '위험분담제'와 관련된 정책 변화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RSA는 꾸준히 등장하는 고가 신약들을 빠르게 등재하기 위한 최적의 제도로 여겨져 왔다.
 
일반적으로 고가 의약품이 급여가 되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렇지만 위험분담제는 제약사와 함께 재정을 분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약품비 비중 증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특히 중국이 적극적인 의약품 제도 개편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서 신약의 허가가 중국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RSA의 적극 활용이 요구된다.
 
현재 중국은 의약품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신약 도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치료 접근성 확대 및 보장성 강화라는 목적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이를 위해 중국은 우선 의약품 심사평가 센터(CDE)의 의약품 심사인력을 700명 이상으로 대폭 증원했고, 희귀의약품은 3개월, 그 외에는 6개월 내에 승인 되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해외 임상시험자료(IMCT)를 신약 허가 검토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자료 구비도 쉬워졌다.
 
우선심사제도 역시 혁신 신약이나 선진국에서 임상시험이 기승인된 물질의 임상시험 신청을 우선적으로 심사하는 제도로 명확히 정리됐다. 우선심사대상으로 지정시 평균 임상시험 승인 기간은 39일, 신약은 59일, 제네릭은 81일로 빠르게 진행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해 중국에서는 12개 기업의 18개 항암제가 국가약물가격협상 대상으로 지정됐고, 이중 17개의 치료제가 급여에 성공했다.
 
이들의 항암제 가격은 참조국 대비 평균 56%나 낮은 가격이었으나, 그만큼 중국 내의 수요가 높았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은 향후 국가약물가격협상 대상 품목을 항암제 뿐만 아니라 타 질환까지 늘려 조만간 20개가 넘는 의약품의 급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중국이 낮은 가격 대비 높은 수요를 자랑하며 적극적으로 다국적 제약사 의약품을 도입하면, 상대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관심은 아시아 국가 중 중국에게만 쏠릴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중국이 우리나라의 등재 약가를 참조하겠다고 밝히면서,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국에 의약품을 허가 받거나 급여를 위해 가격을 조정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다.
 
실제로 급여에 대한 지연이나 약가협상 등에 부담을 느낀 일부 제약사 중에서는 '비급여' 출시를 결정하거나, 허가나 출시 자체를 늦추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 RSA 평가 효율화 및 대상 확대, 뚝심있게 요구된 사항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환자들에게 신속하게 치료제가 급여될 수 있는 방법은 위험분담제 뿐이다. 
 
그러나 5년차를 넘긴 RSA는 변화가 필요하다. 단적으로 위험분담제 대상 약제 요건의 개선,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 생략을 포함한 재평가 및 급여확대 과정의 간소화다.
 
먼저 RSA는 '대체약제가 없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부재한 약제'가 조건임에도, 비교 대상 약제와의 상대적 비용효과성 입증 자료 제출을 해왔다.
 
이에 제약업계는 만약 비용효과성 자료를 꼭 제출해야한다면, 재평가 절차라도 탄력적으로 운영해달라고 호소했다.
 
일반적으로 위험분담제의 계약기간은 4년, 재평가는 3년만에 찾아온다. 그런데 RSA 재평가 약제는 또 다시 '변경사항을 고려한 비용-효과성 평가'를 제출해야 한다. 쉽게 말해 재계약을 원하는 약제가 급여 확대가 되는 등 변경사항이 있다면 경제성 평가를 다시 해야하는 것.
 
RSA 조건에 부합하는 약제는 비교 약제의 선정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뿐더러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또 경제성평가 자료 검토에는 물리적 시간이 길게 소요될 수밖에 없다.
 
위험분담제도에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시급하다. 업계에서는 항암제와 희귀질환 이외에 RSA 세부 요건을 충족하는 기타 급/만성질환에까지 기회를 줘야한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신약은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기전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 약제 선정이 거의 어렵고, 고도의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에 '고가'의 치료비용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나라에는 '위험분담제' 외에 항암 신약 보장성 강화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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