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낙태죄 '헌법불합치'…의료계, 후폭풍에 대응 태세

산부인과醫 " 2020년말 법 개정 이전, 진료현장 혼란 최소화 노력"
박민욱·조운 기자 hopewe@medipana.com 2019-04-12 06:09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조운 기자]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소가, 7년 만에 '헌법불합치'로 의견을 바꿨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제1항 모두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찬성과 반대로 나뉜 국민 여론 속에, 청와대 국민청원 제1호 답변을 불러낸 낙태죄 위헌 논란이 헌재의 이 같은 결정으로 일단락된 가운데, 헌재의 판결이 가져올 후폭풍에 의료계는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22주 이내에 한해 낙태 인정"
 
▲ 11일 헌법재판소 앞 집회 장면 (위) 낙태죄 반대 집회 (아래) 낙태죄 찬성 집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지난 2013년 11월 1일경부터 2015년 7월 3일경까지 69회에 걸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했다는 업무상 승낙 낙태죄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A씨는 1심 재판 중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17년 2월 8일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문제가 된 제269조 제1항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은 "헌법 제10조 제1문이 보호하는 인간의 존엄성으로부터 일반적 인격권이 보장되고, 여기서 개인의 자기결정권이 파생된다"며, "자기결정권에는 여성이 그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하여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고, 여기에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임신상태로 유지하여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하여 전인적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실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로 한정돼야 함을 밝혔다.

나아가 "결정가능 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하여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므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관들은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가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여 입법자인 국회가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하기 전까지는 현행법을 유지하도록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밝혔다.
 
헌재 앞 찬반 맞불 집회‥선고 후 엇갈린 희비(喜悲)
 
▲낙태죄 찬반 집회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헌법재판소 앞

헌재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소식에 낙태죄 찬반 맞불 집회가 열린 헌법재판소 앞은 그야말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오후 2시로 예정된 헌재의 낙태죄 위헌 결정을 전후로 하여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종교계 단체의 집회가 동시에 개최됐기 때문이다.

먼저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오전 9시부터 낙태죄 위헌 결정 촉구를 위한 각계 릴레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여기에는 청년 학생, 종교계, 교수연구자, 장애계, 진보신당, 의료계 등이 참여했다.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은 그 맞불 집회로서 오후 1시부터 낙태죄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독교 등 종교계 77개 단체가 포함된 해당 연합은 집회를 통해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하며, 낙태는 생명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로를 마주 보며 벌어지는 집회에 수십여 명의 경찰이 동원되고, 치열한 취재 경쟁이 벌어지면서, 헌법재판소 주변은 그야말로 한바탕 폭풍이 몰아친 것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선고가 나자 두 단체의 표정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낙태죄 폐지 반대 측은 유감 표명과 함께 헌재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유감이다", "믿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낙태죄 폐지를 요구해 온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선고가 난 저녁 7시부터 헌재 인근에서 위헌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대중집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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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8일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거부 선언하는 산부인과의사들
 
◆ 산부인과 의사들 "법 개정 전 정확한 지침 필요"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큰 낙태죄 판결과 관련한 판결에 의료계는 중립적인 입장으로 법 개정 이전 진료현장의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한 산부인과계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사문화된 모자보건법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 이하 직선제산의회)는 헌재 판결 이후 입장문을 통해 "산부인과 의사는 낙태의 찬반을 선택할 수 없고,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질 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회는 모자보건법에서 의학적으로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로서의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여 여성과 태아의 건강권을 지키는데 전념할 것이다"며 "이제 낙태죄의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정부와 국회가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더 이상의 사회적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형법 제270조를 위반하여 낙태하게 한 경우에는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표·시행하자 (직선제)산의회를 중심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은 8월 18일부터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형법과 괴리된 모자보건법을 이른 시일 내에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두 법의 충돌로 인해 예를 들어 임산부나 배우자가 유전학적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있는 모체 질환이라는 이유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지만, 무뇌아와 같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선천성 기형아인 태아는 법적으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이런 상황들이 의학적 견지에 맞지 않아 모순이 있었던 것.

이런 상황에서 낙태죄가 헌법불일치로 판결되면서 의료계는 "법 개정 이전까지 진료실에서의 갈등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정확한 지침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직선제산의회는 ▲'의사가 낙태하게 한 경우'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여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즉각 폐기 ▲헌법소원 결과에 따른 법 개정 이전까지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사유와 불가 사유 명확히 규정 ▲의사의 개인 신념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진료거부권 인정 ▲낙태와 출산, 양육에 관한 책임을 남성에게도 부과할 것을 강조했다.

나아가 산부인과 의사들은 법 개정 이전 진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산의회) 이충훈 회장은 "태아 생명권을 존중하여 중절수술을 원할 경우 임산부와 충분히 숙고하여 결정할 것이며, 약물복용으로 인해 태아 기형이 우려되어 수술을 원하는 경우에도 임신 중 약물복용상담을 하여 약물의 안전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원들에 대한 윤리의식 고취와 교육을 실시할 것이며, 현재 시행하고 있는 청소년 및 일반 대상 성교육 및 피임교육도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의사회는 향후 지속적인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는 뜻을 피력했다.

산의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앞으로 법률 개정 방향은 낙태의 주된 이유로 꼽히는 사회·경제적인 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할지와 임신주수별로 임신 기간에 따라 낙태 허용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와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비용산정 등이 쟁점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임신 초기에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중절을 허용하는 경우에 그 절차와 방법에 대한 보완 입법 관련하여 전문가 단체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정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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