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바법 발목, 사실상 국회·시민단체 아닌 '식약처'가 잡았다

[이슈분석] 식약처 인보사 사태 인지 후에도 모르쇠로‥제약사 자발적 중단 없었다면 지속 '은폐'?
국회 법사·제2소위 논의조차 못한 상황…재생의료법 분리후 바이오법 '폐기' 가능성도 농후
서민지기자 mjseo@medipana.com 2019-04-18 06:09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약사 측이 제출한 임상시험자료만을 토대로 별다른 검토 없이 인보사케이주의 시장진출을 허가했고,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떠한 사후 관리감독도 하지 않았다.
 
17년만에 미국 FDA를 통해 2형 콜라겐과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을 다량 합생했다는 연골세포가 사실상 종양유발세포인 신장세포임을 확인됐고, 뒤늦게서나마나 이를 인지한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지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의약품을 허가·심사하는 정부기관이자 해당 사태의 장본인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7년간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FDA 통보 후 1개월간(만약 제약사가 발표하지 않았다면 그 이상) 국민들을 속여왔다는 의혹이다.
 
앞서 지난 3월초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FDA로부터 신장세포(GP2-293)로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았고, 즉각 식약처에 이 같은 사실을 전달했기 때문.
 
통보 후 10여일이 넘도록 식약처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코오롱은 지난 3월말 자발적으로 해당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출고·판매를 중단했다.
 
그제서야 뒤늦게 식약처는 주성분 중 1개 성분(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원인이 나올 때까지 대체처방해달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즉 코오롱이 해당사실을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면, 식약처가 언제까지 입을 다문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을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발사르탄과 180도 다른 대처 = 달라진 처장+정치적 목적?
 
이는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에 대한 대처와 극명히 다른 모양새다.
 
당시 식약처는 지난해 발사르탄 고혈압약에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음을 유럽의약청(EMA)을 통해 인지한 직후,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으로 언론에 홍보해 국민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또한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 협조를 구해 처방 금지, 환불, 회수 등 사후처리에 적극 임해왔다.
 
더욱이 현 정부에서 가장 우위에 두는 가치인 국민의 생명·안전에 직격타를 맞는 사안이며 동시에 새 처장의 취임으로 군기(?)가 바짝들었을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인보사 사태를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의아함을 감출 수 없다.
 
유독 인보사에 대해서만 '수수방관'하는 식약처의 알 수 없는 행태는 '정치적 목적'에서 기인한 것이란 후문이다.
 
다시 '3월말'로 돌아가면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3년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던 첨단 재생의료 및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안전·관리 법률안이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가까스로 통과돼 올라와 있던 상황이다.
 
사실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은 별다른 이해관계자의 이견이 없는 한 법사위, 본회의 등을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첨단 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법안은 제약산업계, 의료계, 환자단체는 물론 정부까지도 통과 요구가 적극 제기돼왔던만큼 법사위를 바로 통과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거꾸로 계산해보면, 3월초 식약처가 첨단바이오의약품 중 하나인 인보사의 세포변경 사태를 인지했음에도 복지위(3/28), 법사위(4/4), 본회의(4/5) 등에서 해당 법안이 논의되는 점을 고려해 입을 다물어왔던 것으로 풀이된다.
 
코오롱도 식약처에만 통보한 채 10여일간 조용히 사태를 묵과해온 덕에 복지위(3/28)를 통과한 것일뿐이지, 사실상 해당 사태가 조금 더 일찍 알려졌다면 아직도 상임위에 막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판 함정에 넘어간 식약처..결국 여론만 더 악화
 
지난 3월 31일 저녁 코오롱이 자발적으로 사태 진화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4월 5일 법사위에서 해당 법안이 발목을 잡히게 됐다.
 
'구렁이 담넘듯' 일단 법안을 통과시킨 후 사후 수습을 하려던 식약처의 작전 아닌 작전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
 

당시 법사위에서는 "식약처에서 17년간 인보사의 성분변형세포를 인지하지 못한 것은 검증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의미이므로, 첨단 바이오의약품 허가·관리를 맡기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게다가 법 체계상에 모호성도 내제돼 있다"면서 제2소위로 회부시켰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의경 처장은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이 통과돼야만 인보사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어불성설'의 주장을 했지만,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 첨단바이오법은 중앙약심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를 우회할 수 있으며, 임상3상을 하지 않고 조건부허가를 받아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
 
인보사의 경우 임상 3상까지 진행된 것은 물론 중앙약심까지 거친 제품인데, 만약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인보사 사태의 전말이 점차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보건의료노조 등 40여개 단체가 연합한 무상의료운동본부 측은 해당 법안을 즉각 폐기하는 것은 물론 국민건강을 무시하고 침묵해온 식약처에 대한 검찰수사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발사르탄 사태처럼 식약처가 인보사 세포변경 내용을 인지한 직후 즉각적으로 사과한 후 대응해 국민들을 안심시켰다면 오히려 해당 법안이 통과됐을 수도 있다"면서 "정부의 부실 허가가 드러나는 위기인 동시에 관리감독, 모니터링 기능에 대해 높은 신뢰를 형성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월 국회 가동 여부·통과 가능성도 미지수..'재생의료'라도 살리려면 '분리'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월국회가 열려있는 상태지만, 국회 여야 정쟁이 심화되면서 가동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사위 관계자는 "전체회의조차 열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위는 더더욱이 가능성이 없다. 현재 제2소위 대한 시기조차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해당 법안을 이번 회기 내에 논의해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간다해도 인보사 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됐는지 예측 불가능하기에 하반기 통과 가능성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그 사이 시민사회 등을 주축으로 반발이 더욱 거세진다면 아예 논의조차 못한 채 폐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해당 법안을 첨단재생의료법과 첨단바이오법으로 각각 분리할 경우, 첨단재생의료법안만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시민사회단체 측에서 수차례 해당 법안 중 첨바법에 대해 반대해 분리를 주장해왔고, 희귀난치환자들이 첨단재생의료 시술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지면서 2020 총선 여론을 반영해 부분 처리할 수 있다는 추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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