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살림' 동업 한의사‥범죄 사실도 구별해서 처벌

서울고법, 독자적인 진료 재량권 기초해 각각의 범죄 사실 구별해야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4-22 06: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차리는 이른 바 숍인숍(shop in shop)의 방식이 의료기관에서도 인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한 한의원 내에 독립 채산의 형태로 동업계약을 맺은 두 한의사를 각각의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해야 하며, 이들의 범죄 사실도 당연히 구분하여 처벌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는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한의사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A씨는 B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로, 지난 2013년 4월경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의 현지확인을, 2015년 1월경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를 받았다.

복지부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A씨는 2012년 1월부터 12월까지, 2014년 8월부터 10월까지 한의원에 내원하지도 않은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진료기록부를 꾸며 249만9,855원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고, 부항술-자락관법 등 실시하지도 않은 한방시술을 한 것으로 속여 278만686원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A씨가 지난 2011년경부터 한의사 C씨에게 B한의원 내에 독립 채산 형태, 이른바 숍인숍(shop in shop) 방식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한 뒤, C씨에게 B한의원의 진료비 청구 업무를 모두 맡겼다는 점이다.

원고인 A씨는 진료비 청구 업무를 전담하는 C씨가 내원일수 거짓 청구와 한방시술료 거짓 청구 등의 범죄를 저질렀고,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C씨의 책임을 본인에게 귀속시켜서는 안 된다며, 본인에 대한 3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피고인 복지부는 A씨가 주장하는 숍인숍(shop in shop) 방식은 의료법상 인정될 수 없는 구조이고, 실제로 C씨가 독립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볼 증거도 없으며, 요양급여비용 청구는 의료기관을 개설한 자만이 할 수 있으므로 A씨만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며 A씨의 주장에 반박했다.

법원은 이와 관련된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에 대해 먼저 살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은 '국민건강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같은 법 제98조 제1항 제1호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 그 요양기관에 대하여 1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의료인의 면허자격 정지 처분은 의료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 '해당 의료인 개인'에 대하여 이루어지는 제재로서 일정 기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해당 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인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에 재판부는 "이처럼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 환수처분이나 요양기관 업무 정지 처분' 등과 '의료법상 의료인의 면허자격 정지 처분'은 그 대상이나 효과가 다를 뿐만 아니라, 앞서 보았듯이 양자의 처분 요건도 다르므로 그 요건의 내용을 같게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A는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일부 수진자가 이 사건 한의원에 내원하여 진료받지 않았음에도 그들이 내원하여 진료 받은 것으로 진료기록부에 기록하여 진료비를 청구해 공단의 재물을 편취했다는 의료법위반 및 사기죄의 범죄사실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다만, 일부 수진자에게 한의요법을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해 재물을 편취했다는 사기죄의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A씨가 아닌 C씨에게만 내원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려 그대로 확정됐다.

이 같은 약식명령과 C씨의 사실확인서들을 토대로 내원환자 거짓청구는 A씨가 가담한 것이 맞지만, 한방시술료 거짓청구만은 온전히 C씨의 행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요양급여비용 청구 시스템을 이용해 진료비를 청구한 것이 비록 A씨가 운영하는 B한의원에서 이뤄졌지만, A씨가 C씨의 개별적 환자진료와 요양급여비용 청구에 구체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한 그 사실을 알기 어렵고, 나아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고용계약이나 동업계약상 다른 의료인의 해당 의료기관에서의 진료행위 등에 관한 일반적 추상적 관리 감독의 가능성만을 이유로 그 의료인이 독자적인 진료 재량권에 기초해 실행한 개별적 구체적인 위법행위에 대해 관리부실의 책임을 일반적으로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처분사유 가운데 '이 사건 내원일수 거짓 청구' 부분만이 관련 서류를 위조하거나 속임수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것으로서 정당한 처분 사유로 인정되고, '이 사건 한방시술료 거짓 청구' 부분은 원고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의 정당한 처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히며, 복지부의 3개월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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