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간이식` 관심, 현실 속 스토리는 더욱 드라마틱

간이식 전 내과에서 맺은 환자-의사 유대, 간이식에서도 협진 이어져 관리 'GOOD'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4-24 06: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들이 '간이식'을 극 전개의 중요 아이템으로 활용하면서, 간이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간이식을 필요로 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우여곡절 끝에 간을 이식해 줄 기증자를 찾아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가운데, 현실 속 환자들의 스토리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것이 실제 의사들의 설명이다.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간의 기능을 상실한 환자에게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간 이식.

그 생과 사의 경계에서 간이식을 집도하고 있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김경식 교수(사진)는, 간이식은 서전(surgeon) 혼자서 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시한부에서 '간 이식'으로 새로운 삶을 찾은 환자들

간 이식은 간이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하고 간경변증이 진행되어 이로 인해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기는 말기 간질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간경화가 심하여 남아있는 간세포로 더 이상 정상 간 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말기 간환자들은 망가진 간을 절제해도 생존하기 힘들기 때문에 간이식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

김경식 교수는 "간을 절제해서 남은 간이 정상적 기능을 할 수 있다면, 간 절제를 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절제를 해서 남은 부분이 거의 없어 예후가 나쁠 것으로 예상될 경우에는 간이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간이식으로 판정받은 말기 간환자는 간이식 전까지, 사실상 '시한부'와 같다.

김 교수는 "말기 간환자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심각하고 위급한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새 간을 이식해주면, 정말 드라마틱하게 새 생명을 얻은 사람처럼 건강해진다"며, "의식조차 없던 환자가 간 이식을 하고 나면 하루, 이틀 뒤에 의식을 찾아 깨어나는 일도 있다. 그리고 몇 년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상생활을 하고 계신다. 드라마틱한 환자들의 변화를 보면 스스로도 매우 놀랍다"고 전했다.
 
쉽지 않은 간 기증자 찾기‥뇌사자 장기기증 인식 바뀌어야

문제는 간이식을 필요로 하는 수혜자에 비해, 간을 줄 기증자가 늘 부족하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도 간이식을 필요로 하는 주인공을 위해 온 가족이 검사를 받고, 백방으로 기증자를 찾는 우여곡절의 과정이 그려지는데, 현실에서는 그 과정이 더욱 처절하고 힘겹다는 설명이다.

특히 뇌사자 장기이식 등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70% 정도가 가족 중 건강한 기증자의 간 일부를 환자에게 이식해 주는 ‘생체간이식’의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혈액형이 부적합해도 만 16세 이상 가족 중 일련의 간기증 검사를 거쳐 간을 이식하고도 남아있는 간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간 기증이 가능하다.

약 6~8시간의 대수술이기 때문에 간이식 후 건강 등을 염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철저한 적합 검사를 통해 문제가 되는 경우 기증을 할 수 없고, 건강한 사람의 경우 절제한 간은 3개월 후 원래 크기의 70~80% 정도로 회복된다. 이에 적어도 국내에서는 한 번도 기증자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족 중 이식 적합자가 없거나, 가족이 없거나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말기 간환자는 불가피하게 뇌사자 간이식을 할 수밖에 없다.

뇌사자 간이식은 뇌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뇌사자의 간을 이식받는 경우인데, 뇌사자 장기기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 환자들은 뇌사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해야만 한다.

김 교수는 "뇌사자로부터 장기 기증을 받으려면 먼저 장기이식의료기관에 '뇌사자 이식 대기자'로 등록해야 한다. 이 경우 뇌사자의 발생을 예측할 수 없고, 갑작스럽게 뇌사자가 발생할 경우 수혜자의 선정부터 이식까지 응급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혜자는 미리 모든 검사를 실시한 뒤 응급 수술이 가능하도록 세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뇌사자가 발생한다 해도 수많은 대기자 중 수혜자의 응급도 점수를 매겨 응급도가 높은 환자부터 간이식 대상자로 선정되기 때문에, 많은 수혜자들이 뇌사자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상태가 더 악화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드라마를 통해 간이식과 장기기증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를 바란다. 전국에 수많은 말기 간환자들이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건강한 간으로 이식을 해야 하는데, 뇌사자 간기증이 없어 기다리다가 결국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간이식은 수술하면 끝?‥수술 전후 다학제적 협진이 중요

우여곡절 끝에 기증자를 찾았다면, 이제 수술만 잘 하면 간이식 성공인 걸까? 외과적 수술은 간이식 과정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간이식의 성공은 다학제팀 간의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수술은 외과의사 혼자 하더라도, 환자 관리는 다양한 과의 교수와 간호사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수술 전 간이식 환자의 건강관리, 수술 후 감염 관리, 혹시 나올 거부반응에 대한 관리 등은 다학제 팀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에 순천향대 서울병원 간이식 팀은 지난 2014년부터 간암 다학제진료팀을 뿌리로 소화기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교수는 물론 마취과, 중환자실 간호사 등이 힘을 합쳐 환자의 성공적인 간이식을 돕고 있다.

김 교수는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내과와 협진을 통해 간이식 환자를 받는다. 내과에서 이미 오랜 기간 의사와 환자간의 라포(rapport)가 형성돼, 서로에 대한 신뢰도 높고, 관계가 끈끈하다. 이처럼 내과에서부터 유대를 쌓아서 간이식 과정을 밟다 보니 오랜 시간이 필요한 수술 후 관리에 있어 환자들이 의료진을 보다 더 신뢰하고, 덩달아 회복도 빠르다"고 전했다.

나아가 "간이식 후 거부 반응이 발생할 경우 면역 억제제를 써야 하는데, 이 경우 면역이 많이 낮아져 감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조치에 있어 다학제팀의 관리가 빛을 발한다"며 다학제팀의 협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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