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서 병 얻는다` 인식 확산‥원인은 비현실적 제도 탓

기초 인프라·인력 부족 속에 의료기관 성토 이어져‥입모아 "정부 지원 필요하다"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4-26 06:04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잇따른 의료기관 감염 사건 속에 '병원 가서 병 얻는다'는 국민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막연한 공포감으로 국민들의 의료기관 불신도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도 의료관련감염을 예방·관리하기 위한 각종 제도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의료관련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에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부여한 데 비해 그에 대한 지원은 미미해, 의료기관들은 당장 시설 및 인력 확충을 위한 재원 확보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서울시가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도시조성을 위한, 의료기관 감염관리체계 구축 및 제도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한 가운데, 의료기관들의 감염관리 어려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날 심포지엄은 최근 메르스 사태, 1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간염 집단 발생, 이대목동병원 주사제 오염으로 인한 신생아 집단 사망, 의료관련 감염병인 CRE(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 나타내는 장내세균속균종)의 유행 등 이슈 속에, 서울시가 지자체 차원에서 의료기관 감염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로 의료관련감염은 의료기술의 고도화로 침습적 시술이 증가하고, 고령화와 면역저하자 등 의료감염에 취약한 인구 증가와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CRE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 중 하나인 카바페넴에 내성을 가진 장내세균으로 다른 세균에게 카바페넴 내성을 전파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박멸 타겟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날 이형민 질병관리본부 과장은 "2011년만해도 CRE 신고는 연간 100건이 넘지 않았다. 전수조사가 시작된 2017년부터 1만 건으로 급증했고, 그 이후에도 해마다 10~20%씩 환자가 늘고 있다"며, "문제는 실제 규모보다 과소 신고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다재내성균 환자 1인당 추가 의료비용이 많게는 1억 원 이상이며, 추가 재원기간도 평균 2주로 나타났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밝혔다.

선진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의료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감염관리가 이토록 취약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인프라 부족'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감염'에 대한 인식조차 없이 지어진 의료시설에서, 의료기관 위생 및 환경관리는 물론, 의료기기 소독 및 멸균 절차와 의약품 보관 투약 절차 역시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과장은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며,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보았을 때 지금은 인프라 확산에 집중해야하는 시기라고 본다. 이에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의료관련감염 관리 5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해 점진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해당 5개년 계획에 따라 정부의 지난해부터 모든 의료기관에 감염관리담당자를 지정하도록 의무화하고, 현재 종합병원과 150병상 이상 병원급에만 의무화 되어 있는 감염관리실도 향후 전 의료기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의료기관 간 전파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중소병원도 감염 예방 및 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감염병 예방관리료를 3등급까지 신설하여 입원환자 입원 1일당 1회 산정할 수 있도록 개정했고, 요양병원도 격리실 입원료를 신설하여 상급종합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전원된 후에도 감염 관리가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 대해 병원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먼저 요양병원 등 중소병원을 위해 신설된 감염예방관리료 3등급 산정기준에 대해 감염관리실 근무경력 1년 이상인 감염관리 전담간호사를 1명 이상 두어야 하는 조건이 달려 있어, 인력 확보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실제로 병상수가 적은 요양병원은 감염예방관리료 3등급 수가로는 감염관리 전담간호사 인건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감염관리 시 필요한 간병인 인건비와 일회용 가운, 장갑, 소독물티슈, 소독액 등의 소모품을 생각하면 정부의 수가는 터무니 없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300병상 이상 요양병원에 대해 화장실 및 세면시설을 갖춘 격리병실을 1개 이상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그에 대한 격리실 입원료를 신설한 데 대해서도, 시설 확충을 위해 필요로 하는 재원에 비해 보상이 너무 적고, 요양병원의 재원환자 대부분이 장기 와상 환자라 격리병실 내 화장실 설치 필요성도 낮아 현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지승규 전남 회장은 "우리 병원이 원래 320병상이어서 격리실을 설치해야 해 고민을 했는데, 막상 격리실을 운영하려고 해보니 너무 많은 비용이 소모돼 그냥 병상 규모를 300병상이 넘지 않도록 290병상으로 줄여 버렸다"며,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시설 직원까지 모두 감염 관리 교육을 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질의응답시간에는 감시배양 수가에 대한 의료기관들의 애로사항이 터져나왔다.

CRE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추가 환자 발생 여부를 확인한 후 격리조치를 통한 차단 노력이 중요한데, 감시배양을 위한 미생물 검사가 요양병원 행위급여 목록에 포함되지 않아 요양병원에서는 CRE 관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토론회에서는 시설과 인력 등 기초적인 인프라 부족으로, 정부의 수가 등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현실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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