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운영하는 현직 약사가 전한 약물관리 실태는?

박덕순 약사 "촉탁의사, 30명 진료 20분… 환자 약 정보 제대로 아는 사람 없어"
평가지표 속 의약품 부분 미미 지적… 정부 측 개선 필요성 공감
이호영기자 lhy37@medipana.com 2019-04-26 06:08
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환자들의 약물관리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10년 넘게 요양원을 운영해 오고 있는 현직 약사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25일 경기도약사회가 경기도·경기도의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요양시설 입소환자의 다제약물복용 실태와 의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박덕순 약사는 요양원 현장의 잘못된 약물관리 사례와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강조했다.
 
박덕순 약사<사진, 엘림요양원 원장>는 경기도 의왕시에서 35년 가까이 지역약국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고 지난 2007년 사회복지사 자경증을 취득한 뒤 요양원을 설립해 12년째 운영 중이다.
 
박 약사는 "실제로 요양원에서 약에 대한 부작용과 잘못 사용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며 "요양원에 장기적으로 입소해 있는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삶의 질이 많이 침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박 약사는 "9인 이하 요양원에는 간호사도 없는데 약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전혀 약에 대한 지식이 없는 분들이 약을 관리하고 투여한다"며 "보호자들은 부모들이 무슨 약을 먹는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촉탁의사와 관련해서도 환자의 약력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약사는 "촉탁의사는 하루 50명 이상 진료하지 말라고만 정해져있지 얼마간 진료해야 한다는 것은 없다"며 "30명 환자를 치료하는데 20분이 안 걸릴 때가 있다.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은 의사가 오면 말이라도 해보고 싶어서 기다리는데 들어오면 손살같이 처방만 낸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은 약에 대한 정보를 몰라서 파악을 못하고 의사는 바쁘고 2주에 한 번 오고 자주 바뀌기 때문에 환자가 먹는 약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약사는 먼저 노인환자들의 낙상 사례를 통해 약물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혈압약과 이뇨제를 복용한 환자가 야간에 화장실에 가려고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져 골절이 됐고 수술을 했지만 사망을 한 경우와 치매환자의 불면증으로 인해 요양보호사가 수면제를 복용시켰는데 수면제의 수기현장으로 낙상한 사례 등이다.
 
박 약사는 "환자가 잘못해서 골절이 된 것은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데 요양보호사가 준 약을 먹고 약에 취해 골절이 됐다는 것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며 "환자와 요양보호사, 보험사 등의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요양보호사의 '저 할머니는 건들기만 해도 몸에 멍이 든다'는 말을 듣고 확인해보니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었다.
 
와파린은 용량을 과하게 복용하면 과다 출혈로 멍이 들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어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제대로 모니터링이 되지 않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박 약사는 "와파린 복용을 확인하고 촉탁의사에게 전화를 하니까 혈액 채취해서 검사를 해보자고 했고 수치가 안맞아서 병원에서 치료를 했는데 조금만 늦었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항생제로 인한 만성설사 환자의 사례도 있었다. 만성적으로 설사가 나는 80대 환자는 촉탁의사에 의한 처방약으로 지사제를 30일분 처방받아 복용중인데 약을 중단하면 다시 설사를 했다.
 
지사제를 장기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 설사의 원인을 찾던 중 항생제 부작용으로 설사를 하는 것을 발견하고 항생제를 중단하고 유산균제와 장운동개선제를 투약하자 설사가 그친 사례였다.
 
이에 박 약사는 "폐렴으로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해 장내 유산균의 수가 감소하고 균교대증의 발생 가능성이 있어 식이요법도 병행했다"며 "유산균 수 감소에 따른 것인데 지사제만 한 달 내내 복용하도록 한 것으로 약력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요양기관 평가지표, 약물관리 100점 만점에 1점… 개선 시급" 
 
박 약사는 요양시설의 약물관리에 있어 평가지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3년 주기 장기요양기관 평가의 기반이 되는 평가지표에 약과 관련된 부분이 100점 만점에서 1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박 약사에 따르면 장기요양기관 평가지표를 보면 '약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수급자의 투약관련 정보를 숙지하고 정확하게 투여합니다'라는 부분에 1점이 책정되어 있다.
 
환자를 요양원에 잘 적응시키거나 창고 자물쇠를 잘 잠궜는지를 확인하는 부분이 1점인 만큼 의약품 복용에 대한 평가지표가 중요성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것.
 
박 약사는 "평가지표 100점 중 약에 대한 점수는 딱 1점인데 약을 먹고 제대로 낫는지, 복약순응도는 좋아졌는지, 잘못 투약된 부분은 없는지, 유효기간이 지난 약이 사용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간섭이나 점검이 없다.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약을 관리하는 모든 것이 1점인데 환자를 잘 적응시키는 것도 1점이다.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인지 평가를 받을 때마다 심각성을 느끼고 화가 난다"며 "빨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느낀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왔기 때문에 좋은 평가점수를 받고 싶었는데 점수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있는 항목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제대로 된 환자 관리를 위해 평가지표에 약료관리에 대한 평가 점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플로어에서 방청하던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기관평가팀 관계자는 박 약사의 주장에 공감을 표하며 평가요소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3년 주기로 계속 평가를 하고 다음 평가를 준비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평가지표도 개선하고 보완해 나간다. 사회적 중요도나 이슈를 반영해 변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약물에 대한 부분이 1점 밖에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1점이 맞다"며 "아직까지 변한 것은 없다는 말을 솔직하게 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일례로 감염관리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종사자가 건강상태가 열악한 어르신을 케어하기 위해 종사자 건강이 괜찮은 지와 수급자의 건강에 대한 부분이 있다"며 "A등급을 받은 기관 중에서도 이 지표에 대해 수급자는 7%, 종사자는 17% 밖에 충족을 하지 못했다. 실제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물, 감염 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서비스에 대한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시간도 걸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약물관리가 어르신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평가요소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건의를 해서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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