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 포기 사태 재발 가능성‥안일한 지정 체계 논란

병원 입맛 따라 수련병원 지위 반납·신청 가능‥수련의 질은 보장 못 해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4-29 06:04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수련병원 포기를 번복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수련병원 지정 체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너무나 쉽게 수련병원 지위를 포기하고, 또 원할 경우 다시 지원할 수 있는 우리나라 수련병원 지정 시스템으로 인해, 양질의 수련환경을 담보 받지 못하는 전공의들이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초, 서울백병원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레지던트 수련을 포기하고, 인턴 수련만 유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사회 의결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T'는 당장 내년도인 2020학년도부터 레지던트를 모집하지 않겠다고 서울백병원 구성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기존 레지던트들은 물론이고 서울백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까지 4년의 과정을 밟을 계획으로 지원한 신규 인턴들은 당장 직장이 없어질 위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반발했다.

결국 서울백병원 재단인 인제학원 측이 이 같은 통보를 철회하고, 기존대로 수련병원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단락된 가운데, 이토록 쉽게 수련병원 지위를 포기하려는 병원과 그런 결정이 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전공의 모집에 나선 수련병원의 숫자는 전체 248개로, 43개에 불과한 의과대학 숫자와 비교하여 약 5배에 달한다.

이 같은 숫자는 2017년 249개 수련병원에 비해 한 개소 감소한 수치로, 인턴병원은 지난해 대비 4개가 늘어 58개, 인턴과 레지던트병원은 전년대비 1개가 감소해 134개, 단일과목 레지던트병원은 1개가 감소해 21개, 수련기관은 작년과 동일한 35개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련병원의 숫자는 해마다 일부 변동이 있으며, 서울백병원처럼 경영악화의 문제 등으로 수련병원 지위를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계 관계자에 따르면, "병원 경영이 악화되면서 병상 규모가 줄어들어 전공의를 받을 수 없게 돼 자격을 반납하는 경우도 있고, 특히 전공의 특별법 이후 전공의를 보유하는 것보다 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해 수련병원 지위를 포기한 병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의료인력이 부족한 병원이거나 수련병원이 주는 타이틀 등을 생각해서 해마다 새로운 병원들이 수련병원을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백병원이 이슈가 된 것은, 대학병원이자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병원으로 적지 않은 전공의를 보유한 서울백병원이 교육의 책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병원 최고 결정권자에 따라 수련병원 지위가 흔들리는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우리나라 수련병원 지정이 너무 안일한 기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회장은 "수련병원 지정이 더욱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처럼 수련병원의 역할과 책무를 무겁게 보고 그 지위를 부여할 때 기준을 더욱더 까다롭게 하여 '교육' 할 자격이 있는 병원에게만 그 지위를 주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공의를 값싼 인력으로 인식하여 '피교육자'라는 측면보다는, 그야말로 일하는 '근로자'로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의료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병원들은 의료인력을 단 한 명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매년 수련병원을 신청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200개가 넘는 수련병원 중에는 전공의 배정 인원이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매우 소수 인원인 경우도 많아, 사실상 수련병원으로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승우 회장은 "인력 부족 때문에 수련병원 지위를 가져가는 병원들은 전공의를 이용하기만 하다 보니 전공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전공의가 한 두 명인 병원의 경우 피어그룹(동료집단, peer group) 간의 피드백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수련병원을 지정할 때부터 엄격한 기준으로 '교육'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곳만 지정하고, 이후에도 평가를 통해 기준에서 벗어날 경우 국가가 그 지위를 박탈함으로써, 엄격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특히 현재의 안일한 수련병원 지정 시스템으로 인해 불안정하고,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은 수련병원 현장에서 전공의들이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궁극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수련병원이 정말 '수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에서 애초부터 수련병원 기준을 까다롭고 엄격하게 만들어 제대로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수련받을 수 있도록 '티칭 스쿨(teaching school)'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2019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금지>'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메디파나뉴스

관련 기사

[종합병원] 최근기사

많이 본 뉴스

댓글 쓰기

실명인증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조운기자의 다른 기사

로그인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