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고갈·수혈 위험성 제기‥수혈 적정성평가·PBM 법제화

PBM 도입 국가 대비 국내 수술시 수혈 10배 가량 많아..심평원, 올해 수혈적정성 예비평가 시행
서민지기자 mjseo@medipana.com 2019-04-30 11:55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혈액 공급량이 점차 감소할 뿐 아니라 수혈로 인한 감염 가능성, 입원기간 증가, 의료비 지출 증가 등이 제기되면서, 국가 차원의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PBM)시스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환자혈액관리(PBM)는 급성·만성으로 체내 혈액이 부족한 환자에게 빈혈관리 등 다학제적인 치료 접근을 하는 개념으로, 환자 스스로 혈액 생성을 촉진해 수술시 혈액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국회 박인숙(자유한국당, 서울 송파갑) 의원, 김상희(부천시 소사구) 의원이 주최하고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가 주관한 환자혈액관리 정책토론회에서 혈액제제 급여화·관리 인력 배치 등을 담은 PBM 구축 관련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최근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헌혈 감소와 수혈 증가로 인해 향후 혈액이 부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동시에 수혈 안전성에 대한 이슈와 잠재적 건강 위험이 있어 PBM 도입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WHO에서는 지난 2010년 환자 치료 결과의 향상과 수혈의 잠재적 위험성으로부터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환자 혈액 관리를 각 정부가 도입하도록 촉구한 바 있다.
 
이미 호주, 미국, 유럽연합, 영국 등에서는 PBM 프로그램을 적극 시행 중이며, 호주의 경우 PBM 도입으로 원내 사망률 28% 감소, 평균 재원일수 15% 감소, 병원 감염 21% 감소, 허혈성 심질환 또는 뇌혈관질환 31% 감소 효과를 얻었다.
 
현재 우리나라 헌혈자 73%가 10~20대인데 이들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수혈의 73%를 차지하는 50대 이상 및 중증질환자은 증가하고 있다.
 
또한 혈액공급 위기대응 매뉴얼(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운영 중이나 혈액 사용 의료기관의 참여가 없어 재난·긴급 사태 등 발생으로 혈액 사용량 감축 필요 시 의료기관의 협조를 얻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개별 병원들이 선택적으로 PBM을 도입할 뿐 별도의 법, 제도가 없는 상황이어서 대부분 병원들이 수술시 수혈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순천향대병원은 일부 환자 요청에 따라 2000년 처음 자체적으로 무수혈센터를 건립하고, 무수혈 치료 전문 코디네이터를 배치하는 등 PBM 시스템을 구축했고, 무수혈 수술건수가 2008년 802건으로 증가했으며 개소 10년만에 2,000건의 무수혈 수술이 시행됐다.
 
고대안암병원의 경우 박종훈 원장이 취임한 이후 '환자중심' 시스템으로의 개편 과정에서 지난해 1월 뉴저지 잉글우드병원을 롤모델로 PBM을 도입했다. 병원측은 PBM을 통해 병원 질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김영우 교수(질병관리본부 정책연구용역사업 책임자·사진)는 "가장 많이 혈액을 많이 사용하는 과는 정형외과다. 국내 관절치환 수술시 100% 수혈을 하는데. PBM을 도입한 호주의 경우 수혈을 10% 정도로만 사용한다"면서 "우리나라에도 국가차원의 PBM을 도입하면 수혈량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미 우리나라 의사들도 PBM개념에 대해 많이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효과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PBM 도입시 환자별 맞춤치료, 혈액수급 안정, 긍정적 아웃컴(결과), 의료수가 감소 등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법·제도 개선을 통한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혈액을 의료행위로 묶게 될 경우 제한점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헬스케어차원의 자원법으로 혈액관리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해당 시스템은 단계적으로 도입해나가면서, 동시에 환자에 대한 염려가 있는 만큼 대국민 홍보와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EMR 처방시스템과의 연계 구축, PBM 매니저 및 환자혈액관리팀 도입 등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PBM시 필요한 철분제제의 경우 비교적 고가 비급여 약제인만큼 이에 대한 보험 적용이 필요하며, 수혈 관련 기구를 마련해 임상학회와 공동으로 혈액관리 가이드라인 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 공감대 형성..심평원도 수혈적정성평가 시행해 PBM 도입 근거 마련
 

순천향서울병원 이정재 교수도 "환자중심 서비스로의 전환 차원에서 수혈을 최소화하면서 빈혈관리 등 여러 치료방법을 도입하는 PBM 도입이 필요하다. PBM은 환자안전은 물론 건보 재정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수혈에 대한 적정성평가 시행과 의사 교육, 정맥 철분제 및 조혈제에 대한 건보 적용, 자가혈액수집기(의료기기) 급여제도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주의대 임영애 교수(대한수혈학회 이사장) 역시 "현재 근거가 없어 수혈 금지를 통보하면 일부 의사들이 반발하는 경우가 있다. 일단 법제화가 이뤄져야 하며 의료진 인식개선도 동반돼야 한다"면서 "의료진 교육, 실무자 양성과 인력 지원 수가 제정도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혈액관리위원회 김현옥 위원장은 "국가 혈액관리 정책원을 마련해서 PBM 지원받거나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고,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민혁기 혈액안전국장도 "공급혈액원 입장에서 봤을 때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공급 고갈에 대비해 PBM은 적극 추진해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예측가능한 계획이 반드시 나와야 능동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수혈 적정성평가 도입을 예고하면서, 수혈에 대한 안전성을 모니터링하고 환자혈액관리 관련 기초 통계를 생성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심평원 양기화 수석평가위원은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에 따라 그간 전문가협의를 통해 수혈적정성평가를 위한 지표를 마련해왔고, 올해부터 예비평가 시행을 위한 틀을 만들고 있다"면서 "한 해 청구건수만 400만건에 이르는 만큼 청구자료 바탕으로 혈액제제 안전성 여부 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양 위원은 "질병마다 난이도가 다르고, 임상군마다 지침도, 인식도 다르다. 게다가 철분제제의 경우 비급여기 때문에 구체적 자료 획득도 어렵다"면서 "환자안전에 방점을 두고 수혈적정성 평가를 시행하다보면 수혈 사용이 적정화되고, 자연스럽게 환자혈액관리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 지표 결과가 개선되면 의료진과 병원의 노력에 따른 보상체계도 검토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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