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최대집 회장 1년, 이젠 진화가 필요할 때

박민욱기자 hopewe@medipana.com 2019-05-02 11:26

[기자수첩] "반드시", "투쟁", "절대적으로", "분명히", "목에 칼이 들어와도", "피끓는 심정"


대한의사협회(의협) 최대집 회장이 취임 이전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의혁투) 상임대표 시절 자주 쓰던 형용사들로 확신적이고 격정적이며 단호한 표현들을 구사해왔다.


2016년 의료계 내부 강경단체로 분류되는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대표가 된 이후에도 "이 자리에서 피를 뿌릴 것이다" 등 다소 과격한 표현을 해왔고, 의협 회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의료를 멈춰서라도 의료를 살리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처럼 최대집 전 의혁투 대표, 전 전의총 대표는 당시 의료계에서는 다소 기이한 이단아지만, 투쟁적이고 전투적인 인물로 비춰졌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추진하는 '문재인 케어'를 잘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서 의료계의 수장이 된 것이다.


의료계의 이너서클인 의협 회장이 된지 딱 1년이 지난 시점, 최 회장은 이런 강경한 표현을 삼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의협 회장 취임 초기나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의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감정적이며 즉흥적인 어조로 집회 참여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연설을 많이 해왔지만, 요즘 최 회장의 언급이나 연설은 준비된 대본 읽기로 일관한다.


이로 인해 최 회장이 정면을 보고 있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카메라를 오래들고 있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집회, 시위 자리와 정기총회와 같이 의료계 내부 공적인 행사는 그 특성과 성향이 다르지만, 연단의 선 최대집 회장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낯설다.


이는 의사단체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으니 정치적인 발언 자제를 요구하는 대의원회의 경고와 즉흥적인 말의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이런 '준비된 글 읽기'는 장·단점이 있기에 좋다, 나쁘다를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다.


집행부의 지난 1년도 이러하다. 초기에는 투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불합리한 정책들을 막고, 의사단체가 주도권을 쥔 채로 저수가 문제가 개선될 줄 알았다. 적어도 의사회원들은...


건정심 탈퇴, 1인 시위, 청와대 앞 행진, 전국의사궐기대회 등 강경한 투쟁을 했고, 지난 3월부터는 정부와 모든 대화창구를 닫는 초강수도 뒀다.


하지만 크게 보면 MRI 급여화는 계획대로 진행됐으며, 건보종합계획도 사실상 그대로 건정심에 보고되는 등 의사단체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못한 모양새이다.


오히려 한방추나요법, 첩약 급여화 등 한의계가 물밑에서 준비한 정책들이 그대로 이뤄졌으며, 보건의료직역의 단독법 준비 등 의사단체를 어렵게 하는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 시점에서 과연 강경한 모습이 효과적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비록 최대집 집행부가 투쟁을 요구하는 의사회원들의 기대감에 따라 당선이 되었지만, 실익을 얻지 못하면 한계가 있다.


다만 협상으로 기조를 바꾸라는 것이 아닌 지금의 자리에서 국회 및 정부의 물밑 접촉을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의 연설 기조가 과격한 형용사가 난무하는 웅변에서 준비된 원고를 읽는 것으로 바뀐 만큼 집행부도 이제 2년차를 맞이하는 지금부터는 실익을 얻기 위해 실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무엇이든지 외곽에 있으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에 이상적인 주장만을 해도 된다. 하지만 중심부에 들어섰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최근 유시민 작가는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리가 그 사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의혁투 대표 시절부터 취재를 위해 사석에서 만난 최 회장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투쟁가' 모습과 달리 매너있고 쑥쓰러움이 많은 모습으로 기억한다.
 

따라서 대책없는 부르짖음보다 의료계 외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실리를 찾는 것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환경과 상황에 맞게 진화하는 것도 리더의 중요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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