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 아닌 환자 위한"‥국내 1호 '항생제관리전담약사' 탄생

분당서울대병원, 김형숙 약사 발령‥부작용 예방·의료비 절감·치료 결과 향상 효과 가시화
김홍빈 교수 "항생제 전담관리, 항생제 내성 재난 막을 기회‥전국 확산, 정부 지원 필수"
신은진기자 ejshin@medipana.com 2019-05-07 06:01
보건당국이 항생제 적정사용 관련 각종 정책을 제시하면서도 실질적인 지원은 하지 않아 의료현장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초로 분당서울대병원이 항생제 스튜어드십 코드(Antimicrobial Stewardship: AMS) 활성화를 위한 '항생제관리 전담약사'를 발탁, 병원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5월 1일자로 항생제전담관리약사를 정식 직제화 하고, 김형숙 약사<사진>를 국내 제1호 항생제전담관리약사로 발령했다고 밝혔다.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은 항생제 사용량 증가로 인한 내성 및 오남용 예방 차원에서 항생제 적정사용을 위한 '항생제 스튜어드십 코드(AMS)'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이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적용하기 위해 정부가 아닌 병원이 먼저 나선 것이다.
 
◆선진국은 앞다퉈 도입한 '항생제 스튜어드십'‥우리나라는?
 
항생제 스튜어드십(AMS)이란 항생제 적정 사용을 위하여 필수 구성원인 약사, 감염 전문의가 포함된 다학제 팀이 항생제 관련 중재를 시행하는 업무다.
 
환자의 임상적 상황을 고려하여 최적의 항생제를 선택하고, 적정한 용량·용법으로 적절한 기간 동안 투여하여 불필요한 항생제의 사용과 약물의 독성을 최소화해, 최선의 환자치료를 도모하는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및 항생제 관리 활동을 의미한다.
 
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통한 최고의 치료효과 도출이 궁극적 목표이기에 AMS 도입시 의료비용 절감, 항생제 사용 적정성 개선, 의약품 부작용 예방, 치료 결과 향상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병원의 경우, 인력·시간의 한계로 인해 병원내 항생제 스튜어드십 활동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도 소수의 감염내과 전문의 위주로만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진행되고 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절대적 공급이 부족하고, 특히 약사를 통한 항생제 처방중재 수요가 매우 높은 것이다.
 
이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는 2018년 감염관리위원회와 구별되는 항생제사용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하위 기구로 항생제관리팀을 정식 직제화 후, '항생제관리 전담약사'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제대로 된 감염관리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첫발을 내딛었다는 설명이다.
 

제1호 항생제전담관리약사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는 "항생제 내성 문제는 전세계적인 문제로 UN이 보건분야 아젠다로 설정하고 WHO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메르스 사태 이후 단순 감염관리 대책만 마련했을 뿐 항생제 관리대책이 전무한 상태다"고 지적했다.
 
'감염관리'라는 지붕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생제 적정 사용을 위한 '항생제 관리'와 항생제 내성균 전파를 막을 '감염관리'라는 두개의 기둥이 각각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들의 균형이 맞지 않아 항생제 내성 재난의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김홍빈 교수는 "항생제 적정관리를 하지 않아 항생제 내성균이 발생하면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관리수준에 따라 항생제 내성균 전파속도가 급속히 달라진다"라며 "항생제 적정관리가 5년, 10년 후의 보건수준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항생제 적정관리, "왜" 전담약사가 필요할까
 
분당서울대병원은 항생제 적정관리를 위해 '약사'의 필요성을 체감, '항생제전담 관리약사'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병원은 왜 항생제 적정관리를 위해 '전담약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김홍빈 교수는 "항생제 적정사용을 위한 관리를 의사가 모두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1천병상 기준 전체 환자의 50~60%는 항생제 1개 이상으로 투약하고 있는데, 분당서울대병원만 하더라도 항생제관리가 가능한 의사인력은 4명뿐이다"며 "재원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약사가 참여하면 더 많은 환자들이 항생제 적정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의 항생제 관리 활동을 살펴보면, 항생제전담 관리약사의 중요성은 매우 두드러진다.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는 일 평균 약 20건에 달하는 항생제 처방 적절성 검토에 따른 처방중재를 시행중인데, 처방중재 과정에서 임상적 상황에 따른 용량·용법 적절성을 찾아내고, 부작용 발생을 예방하며, 항혐기성 항생제의 중복사용을 개선하고 있다.
 
항생제전담 관리약사는 이 같은 약제부 활동과 함께 ▲원내 항생제 투약내역 처방 검토 ▲약제부 소속파트 약처방 조제·감사 ▲항생제 관리팀의 항생제 처방 적정성 검토·중재, 약물이상반응 모니터링 ▲감염회진 ▲항생제 관리 위원회: 제한항균제 관리 및 항생제 약품 마스터관리 원내 사용량 모니터링 ▲장기간 주사 항생제 투여 환자 중재 ▲외래 환자 대상 항생제 처방 관리 ▲퇴원 환자 대상 항생제 처방 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그야말로 '항생제 집중'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의료현장에서 항생제 오남용·부작용을 예방가능한 경우는 상당하기에 항생제전담 관리약사의 이러한 업무들은 매우 중요하다.
 
'제1호 항생제관리 전담약사'인 김형숙 약사가 항생제관리 전담약사로 정식 발령받자마자, 예방가능했던 항생제 부작용 사례를 발견했다고 할 정도로 의료현장은 항생제 전담관리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형숙 약사는 "원내에서 보통 80여 종의 항생제를 쓴다고 하면 감염내과에서 컨트롤 할 수 있는 종류에는 한계가 있다. 감염내과에서 컨트롤 하지 않는 광범위항균제 외의 항생제는 약사 단계에서 조절할 수가 있는 것들이다"고 밝혔다.
 
김 약사는 "발령 직후 확인한 사례를 들자면, 입원때에는 스크리닝을 통해 항생제 적정관리를 받던 환자가 퇴원 후 외래진료 중 갑자기 사지에 힘이 빠져서 다시 재입원을 한 사례가 있다. 이 환자는 외래에서 항생제 적정사용 모니터링 없이 처방을 받아 투약하다가 저나트륨혈증이라는 흔한 항생제 부작용 증상이 발생한 것이었다"라며 "이는 항생제전담 약사가 미리 살펴봤다면 예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부연했다.
 
◆항생제 적정관리는 '환자를 위한 최선'‥정부의 절대적 지원 절실
 
김형숙 약사의 사례처럼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코드와 항생제전담 관리약사 제도임에도 국내 병원에서는 도입사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관련 지원정책이 전무하기도 하지만, 항생제 스튜어드십 코드가 일부에서는 직역 침해로 오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홍빈 교수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항생제전담약사의 활동은 의사의 권한을 절대 간섭하거나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일부 처방 문제를 간섭하고 지적하자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치료결과를 얻어내면서 항생제 사용을 적절하게 하기 위해 의사와 약사가 협력하는 것이다"라며 "의약사가 환자를 위해 최선의 결과를 내고자 팀으로 일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당서울대병원은 전산이 인력의 수고를 덜고 있으나 국내 대다수 병원들이 그렇지 않기에 우리 병원과 동일한 구조로 항생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거나 전담약사를 운용하기는 힘들 것이다"며 "분명한 것은 항생제 적정관리는 어느 병원에서나 이루어 질 필요가 있고, 병원들이 적절하게 인력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항생제 내성문제가 전 국가적 문제라면 병원에게 책임을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항생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전담약사가 단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게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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