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후 의약품 사용기간 설정 착수… "혼합 산제조제 고심"

나양숙 질향상이사 추진 계획 밝혀… "환자안전 위한 지침 제시 의미"
김대업 회장 장기적 산제조제 위험성 강조… "조제리필제 등 추진"
이호영기자 lhy37@medipana.com 2019-05-17 06:07
개봉한 의약품의 사용기한 설정 필요성이 공론화됐다. 개봉 전 사용기한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는 개봉한 의약품이 환자에게 유독하고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병원약사회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동안 구체화되지 않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갖고 있었던 의약품 개봉 후 사용기한 설정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환자안전을 위한 개봉 의약품의 안전한 관리와 사용을 위한 취지인데 병원약사회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첫 행보가 될 전망이다.
 
16일 그랜드 하얏트 인천호텔에서 진행 중인 '2019년 병원 약제부서 관리자 연수교육' 현장에서 만난 나양숙 한국병원약사회 질향상이사(서울아산병원 약제팀 주사조제UM)는 개봉 후 의약품 사용가능기간 수립 계획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김수현 질향상위원회 부위원장(세브란스병원 약무팀장)도 함께 했다.
 
 ▲ 병원약사회 질향상위원회 나양숙 이사(우)와 김수현 부위원장(좌) 
 
개봉 후 의약품의 경우 해당제품의 유효기간 내에서 관리를 하고 있지만 의약품을 관리해야 하는 약사 입장에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개봉한 의약품이 원래 의약품의 보관조건과 동일하지 않은 환경에서 보관돼 개봉하기 전의 사용기한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온보다 높은 온도나 일반적인 조건에 비해 습도가 높은 조건에서 보관한 경우, 차광 보관해야 하는 약을 빛이 드는 장소에 보관했을 경우 등 사용기한 설정에 영향을 미친다.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은 화학적 불안정으로 약효가 변화되거나 색이 변화되는 등 환자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나 이사는 "그동안 의약품에 적힌 유효기간을 통해 관리하는 수준이었는데 개봉해서 끝까지 사용할 것인가는 고민이 된다"며 "육안으로 봤을 때 변색이 되면 폐기하는 등 관리를 했다. 가이드를 주는 약들도 있는데 대부분 유효기간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거나 외용제나 시럽제는 제약사에 물어봐 확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동안 식약처의 '의약품 개봉 후 안전사용 가이드라인'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요양병원 규정사례집' 등을 통해 개봉 의약품에 대한 유효기간 기준이 있었지만 현실의 고민을 해결하기 어려웠다.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에서는 개봉 후 사용기간을 '완제의약품을 개봉해 조제한 다음 적합한 용기·포장을 갖추고 허가된 저장 방법에 따라 보관되었을 때 허가된 품질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한'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때 의약품의 개봉 후 사용기한은 조제에 사용된 완제의약품의 사용기한을 초과하지 말도록 나와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기준을 보면 시럽제는 개봉일로부터 60일간, 정제조제는 조제일로부터 60일간, 산제조제를 조제일로부터 30일간 등의 기준을 적용해놨지만 현실성이 없는 수치라는 지적이다.
 
실제 질향상위원회가 15개 병원을 조사한 결과 제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30일부터 180일까지 다양한 개봉 후 사용기간이 조사됐다.
 
이를 통해 질향상위원회는 그동안 수 차례 회의를 거쳐 의료기관 내 개봉 후(조제 후) 사용기간 설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는데 외용제와 주사제의 경우 큰 이견이 없이 사용가능기간을 설정했다.
 
외용제 중 멸균 안약 및 안연고는 1개월, 1회 사용 안약은 사용 후 잔여량 즉시 폐기, 점이·점비제 1개월, 연고·크림 6개월, 가글제 1개월, 흡입제 약품용기에 표기된 유효기간으로 검토 중이다. 주사제 중 인슐린은 28일로 설정했다.
 
다만 경구용약 중 알약을 가루로 만드는 경우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다. 단일 약품을 가루 조제하는 경우나 2가지 이상의 가루약이 혼합된 경우의 사용가능기간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 지는 아직 고민되는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나 이사는 "통에 들어있는 제품도 색이 변하고 반점 등이 생긴다. 문제는 시럽제나 산제조제인데 투여 과정에서 여러가지 변수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 이사는 "특히 산제 처방이 장기간 나오는 것의 문제는 심각하다. 여러 종류의 산제를 섞는 부분도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선 약사들이 지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지 자칫 잘못 해서 폐기시키는 약이 급격히 많아질 수도 있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며 "안전지침을 준다는 의미로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 개봉 후 의약품 사용에 대한 결론을 정부에서도 못내리고 있는 만큼 병원약사회가 만드는 현장 중심의 가이드라인이 제약사나 정부기관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갖춘 가이드라인으로 재탄생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수현 부위원장은 "제품설명에 적힌 유효기간은 용기에 고스란히 담겨있을 때 적용되는 것"이라며 "약이 개봉 후 제형 등이 변형되거나 한다면 물리화학적, 생물학적 변질이 있을 수 있어 안전을 위한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한약사회 김대업 회장도 2가지 이상의 약이 섞인 산제 조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상시적 위험을 줄여가는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업 회장은 "상시적 위험이 돌발적인 위험의 1,000배만큼 위험하다"며 "대표적으로 처방이 300일치가 나왔는데 약을 갈아서 섞어서 조제한다면 그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이것이 상시적 위험"이라고 전했다.
 
그는 "조제리필제를 하자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며 "15일 이상은 가루약을 만들지 않고 상시적 위험을 고려해 그때 그때 가루약을 조제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안전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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