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가들이 제시한 약국 변화 방향성은?

경기약사 학술대회서 최호진 사장·정재승 교수 약사사회 향한 조언
이호영기자 lhy37@medipana.com 2019-05-20 06:06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약사사회를 향한 변화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19일 진행된 제14회 경기약사 학술대회가 주목한 중점 주제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약국의 변화에 맞춰졌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약사들의 높은 관심을 받은 강의는 메인 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관련 강의들이었다. 약사 회원들은 매 강의마다 대형 강의장을 가득 메우며 미래 약국경영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 최호진 사장의 진심어린 조언 "고객의 불편한 점을 해결해 경쟁력 갖춰야"
 
국내 대표 제약사인 동아제약의 최호진 사장<사진>은 '약국경영,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것인가?'를 주제로 한 강의를 통해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약국의 모습을 강조했다.
 
금융회사와 광고회사, 제약사 홍보실을 거쳐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른 다양한 이력을 가진 최 사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약국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에 나서 약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최 사장은 먼저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3가지 키워드를 내놨다. 첫 번째로 차별화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던 최 사장은 금융기관에서 2년간 근무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과 제도 안에서 차별화가 되지 않는 상품들을 판매하면서 친절성만이 차별화가 되는 경험을 겪었다.
 
최 사장은 "꽃배달 서비스, 정기구독 서비스, 보험특약 서비스 등 최근 트랜드는 차별화된 서비스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정기구독 서비스의 경우 매월 정기적으로 써야 하는 것들을 구독을 통해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의 결과였고, 보험회사들은 고객들이 아프거나 하면 보험금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특약으로 정기적 검진을 받거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국도 어떤 부분으로 차별화를 적용할 수 있을 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며 "약국의 중심은 약사인데 약사들이 어떤 차별화를 하고 어떤 것을 도입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 사장은 두 번째 키워드로 브랜드를 강조했다.
 
금융회사에서 차별화가 어렵다는 판단과 창의적인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광고회사로 자리를 옮긴 최 사장은 자신이 맡아 히트했던 광고의 모델 3명이 모두 장관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 사장은 "90년대 히트했던 대우전자의 탱크주의, 동아일보 광고를 했었는데 3명의 모델이 모두 장관이 된 것을 보면서 제품만 브랜딩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브랜딩이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도 브랜딩을 해야 하지만 이제 개인이 브랜딩을 하는 시대가 됐다"며 "이탈리아에 가보니 한 약국에서 창업자 사진을 걸어 놓고 있는 것을 보고 나름의 철학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를 상대하고 있지만 기업으로 생각하면 어떤 철학을 갖추고 스토리를 만들고 고객과의 소통의 창구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 사장은 "약사의 이름을 걸고 약국을 운영하는 약국도 많이 없다"며 "다만 최근에는 약사들도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사장은 광고회사의 고민을 접목시켜 약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언도 내놨다.
 
최 사장은 "광고 회사의 고민은 TV나 신문 등에 광고를 실으면서 커미션(Commission)을 받는데 수익 구조가 너무 쉽다. 광고회사가 100억원 광고를 통해 10억원이 쉽게 들어오는 구조"라며 "그러나 10억을 시간이나 노동에 대한 아이디어에 대한 대가인 피(FEE)의 개념으로 벌려고 하면 인정을 안 해준다. 수익구조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커미션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무형의 자산을 서비스로 제공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최 사장은 "약국의 경우 처방전에 의한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다. 버리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것으로 인해 약국 본연의 경쟁력을 잃게 된다면 결국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본질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보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최 사장은 세 번째 키워드로 구름사다리를 꼽았다. 놀이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름사다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 손을 놓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힘이 빠져 떨어지는데 최 사장은 한 손을 놓을 수 있는 용기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다.
 
최 사장은 "변화는 바로 용기에서 시작한다"며 "광고회사에서 동아제약으로 갑자기 옮겼는데 빨리 결정하냐는 질문에 항상 한 손을 놓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며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의 익숙함과 편안함을 버리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변화를 위해 한 손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 사장은 "제약업계와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 전망은 밝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변화는 심해질 것"이라며 "차별화와 브랜드를 갖는 것, 어떤 것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고객들의 불편한 점을 어떤 것에 접목해 다른 것을 응용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해보면 약국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재승 교수, 의료계 변화 사례 강조… "약국,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최근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알쓸신잡'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던 유명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사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도 '인공지능 시대 미래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강의를 통해 약사들의 선제적인 준비 필요성을 피력했다.
 
정재승 교수는 강의 시작과 함께 "인공지능 시대에 똑똑한 직업군 안에서도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예시로 약사를 언급했던 적이 있다"고 밝히며 "다음 세대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예측해 약사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먼저 의료계의 변화 사례를 소개했다. IBM이 왓슨을 만들어 병원의 데이터를 분석, 숙련된 의사처럼 암을 진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점차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더욱 정교한 활용도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로봇을 활용해 전립선 암을 수술하는 것도 이뤄지는데 정교한 수술을 위해 오차를 최소화 하는 모습이 생명공학 연구실을 방불케한다는 설명이다.
 
또 정 교수는 하버드 대학이 의대 교육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병원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제일 큰 변화는 굉장히 많은 의대 교과서를 외우게 하는 교육으로부터 벗어나 어린 나이에 환자를 만나게 하고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일찍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며 "수술을 하고 진료를 하는 것이 의사의 존재 이유가 아니라 환자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이 병원이라고 다시 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는 환자의 상황과 치료비 걱정이 너무 크다는 것을 알고 금융회사와 함께 환자의 금융문제를 해결하는 것까지도 포함할 만큼 환자의 건강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한다"도 덧붙였다.
 
그는 "한 서적에서는 바이오기술이 10년 주기로 굉장히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의대생들이 대학을 가서 실제로 업무를 할 때쯤이 되는 10년 이상되는 기간동안 의료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바이오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며 "카이스트에 오기 전 의대 정신과에서 교수를 했었는데 우리나라 의대는 지난 40년간 커리큘럼이 바뀐 적이 없고 암기 위주의 패러다임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정 교수는 "약학분야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약대에서도 기본적으로 큰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이제 굳이 장소에 가지 않아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시대로 가고 있다. 책을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비중이 전체의 70% 정도로 동네 서점이 망하고 있다"며 "약사들이 자격증이라는 안전망 안에 있기 때문에 하던 대로 하면 될 지, 결국 다음 세대를 위해 약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비디 하나 주세요 하면 원비디를 주고, 두통약을 하나 주세요 하면 여러 약 중에서 친한 제약사 약을 주는 것이 약사의 역할이라고 하면 제가 보기에 여러분 스스로의 역할을 폄하하고 있는 것"이라며 "더 중요한 서비스를 해주셔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이어 "빨리 바뀌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에게 조금 더 나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 약국이 약을 사고 파는 곳, 그 이상의 서비스가 이뤄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고 고민하는 약사들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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