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검사장비 고장 수리비는?‥"병원, 책임 없음 증명해야"

대법원, "임차한 병원, 검사장비 원상복귀해 반환할 의무 있어"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5-21 11:55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첨단 의료장비가 의료기관의 경쟁력이 되면서, 값비싼 장비를 임차하는 병원도 늘어가고 있다.

문제는 임차한 검사장비가 고장 났을 때, 그 장비를 수리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이다.
 
 
최근 대법원은 검사장비를 임대해 준 업체가 수리비를 책임져야 한다는 원심의 판결을 뒤집고, 임차한 병원 측이 수리비를 지급하라고 판단해 눈길을 끌고 있다.

A병원은 지난 2015년 1월, B의료장비 업체로부터 자궁경부암의 중요 원인 인자인 HPV(인유두중 바이러스)의 감염여부 검사에 사용되는 HPV칩과 성전염성질환의 감염여부를 검사하는 STD칩을 공급받아 비독점적 국내 판매권을 갖기로 하는 내용의 2년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A병원은 B업체로부터 HPV칩은 연간 24,000개 이상, STD칩은 20,000만개 이상을 구매하기로 하고, 관련 검사장비를 월 70만 원에 임차하기로 해 검사사업도 병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A병원은 B업체와 계약한 것과 달리 HPV칩과 STD칩의 연간 최소구매수량을 크게 미달하여 구매하였고, 임차한 검사장비 역시 2016년 6월 경 고장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원심인 고등법원은 A병원이 B업체로부터 구매하기로 한 최소구매수량을 미달하여 B업체에 미친 손해는 A병원이 배상해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지만, 임차한 검사장비의 수리비에 대해서는 A병원이 별도의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고등법원은 민법 제623조를 들어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은 임대차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가 있다"고 언급하며, "그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에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는 것을 방해받을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장비의 고장은 이를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인 A병원이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해진 목적에 따라 이 사건 장비를 사용·수익하는 것을 방해받을 정도의 것이기 때문에, 임대인인 B업체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민법 제374조, 제654조, 제615조를 들며, 임차인에게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임대차 목적물을 보존하고, 임대차가 종료하면 임대차 목적물을 원상에 회복하여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은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다만 채무자가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증명한 때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 A병원은 불이행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검사장비 반환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단이다.

즉, A병원이 해당 검사장비의 고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검사장비 반환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은 마치 임대인인 B업체가 피고의 사용 중 과실로 이 사건 장비에 고장이 났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보고, B업체가 고장이 난 이 사건 장비에 관하여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는 것만으로 B업체의 수리비 청구를 배척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 임차인이 반환할 임대차 목적물이 훼손된 경우에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의무와 그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대법원은 임차인인 A병원이 수리비 2천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 2019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금지>'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메디파나뉴스

관련 기사

[판례] 최근기사

많이 본 뉴스

댓글 쓰기

실명인증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조운기자의 다른 기사

로그인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