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범죄, 형벌 효과 미미‥"교정교화정책 강화해야"

치료감호시설 치료 기능 부족‥법원, 관리·치료 위한 국가 노력 촉구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5-27 11:41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범행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정신질환자들에게 형벌을 부과하여 거둘 수 있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

이에 법원은 정신질환자 관리의 책임을 가족만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분담하여야 함을 강조하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범죄자에 대한 교정교화정책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자폐성 장애·조현병 증세 및 강박장애가 있는 A씨가 아무런 이유 없이 4세 여아를 집어 던져 뇌진탕 등 상해를 가하고, 이에 항의하는 아버지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강북삼성병원 故임세원 교수 살해 사건,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사건 등의 가해자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검사는 피고 A씨를 상해죄와 폭행죄로 기소하고, 치료감호를 청구했는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 7명은 5:3으로 A씨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고, 만장일치로 벌금 100만 원 및 치료감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피고 A씨 측은 원심이 선고한 벌금 100만 원이 너무 무겁고, 어머니가 강한 치료 의지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치료감호명령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 제13형사부는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판결의 집행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대하여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시설을 설립·운영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나라 형법 제10조 제1항에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한 능력이 없는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자폐증 등 정신질환자에게 형벌을 부과하여 거둘 수 있는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 같은 정신질환자 중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치료감호를 명령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A씨가 이같은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 받을 필요성이 있는 자라고 인정했는데, 문제는 A씨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치료감호소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었다.

국내 치료감호소는 공주 치료감호소가 유일하다. 재판부가 치료감호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공주 치료감호소에 사실조회를 실시한 결과, 현재 공주 치료감호소에 자폐장애로 진단받은 사람이 수용되어 있기는 하나, 약물복용 외에 자폐장애를 위한 언어치료 및 심리치료 과정이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주 치료감호소에는 자폐장애의 특성을 가진 사람의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이 전혀 없고, 특수재활치료 과정도 없었다.

이에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치료감호를 명하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법 규정에 부합하는 판단으로 보일 수는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치료감호법에서 정한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일시적인 자유의 박탈에 그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치료감호를 명령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다.

결국 재판부는 A씨의 어머니가 홀로 A씨를 돌보면서 정신적·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고, 이에 A씨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통한 재범방지 및 사회복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법률에 따라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판결의 집행을 담당하는 다른 국가기관에 대하여 치료감호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시설을 설립·운영함으로써 판결의 적정한 집행을 위하여 노력할 것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판결에 대해 "정신질환자를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며, 현재 그 가족들만 온전히 부담하고 있는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국가와 사회가 분담하여야 한다고 보았다"며, "이를 위하여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치료감호소를 확충하고 운영실태를 내실 있게 함으로써 재범방지와 사회복귀를 도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판결은 법원으로서는 현행법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치료감호를 선고할 수밖에 없으나, 치료감호를 포함하여 현행 교정교화정책 전반에 대한 시각의 전환을 기대하고 촉구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 2019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금지>'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메디파나뉴스

관련 기사

[판례] 최근기사

많이 본 뉴스

댓글 쓰기

실명인증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조운기자의 다른 기사

로그인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