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에게도 충격, 병원 내 자살·자해‥'예방' 유일한 대책

장소별 자살율 3위‥응급실 자살시도자 관리시스템 및 의료진 교육 필요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5-29 06:02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환자안전보고 체계가 갖춰진 이래로 매년 의료기관 내 환자의 자살·자해 보고 건수가 증가하는 속에, 해당 보고 건수가 실제보다 과소보고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내 자살·자해는 중대한 환자안전문제이자 의료인에게 가장 심각한 영향을 주는 치료실패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시스템 구축 및 의료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난 28일 대한환자안전학회가 건국대병원 지하 3층 대강당에서 '환자안전, 최우선으로' 2019년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최근 자타해 위험이 높은 정신과 환자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이날 대한환자안전학회는 '의료기관의 자살·재해 예방'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 2016년 7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환자안전법에 따라 의료기관들은 병원에서 발생한 환자안전사고를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을 통해 자율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정부는 지속적으로 보고되는 환자안전사고에 대해 '환자안전 주의경보'를 발령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1월 30일, 정부는 환자의 자살·자해사고가 환자안전보고시스템에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유사한 유형의 환자안전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담은 주의경보를 내린 바 있다.

정부는 의료기관 내 자살·자해 재발방지를 위해 ▲입원 환자의 자살 가능성 및 위험요인 사정 ▲표준화된 평가도구 통한 정기적 검토 ▲다학제간 치료 계획 수립 ▲자살 위험성 있는 환자 간호 시 충분한 인력 확보▲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등을 권고했지만, 실제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자살·자해 예방 및 위험 환자에 대한 관리는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해당 주의경보를 기점으로 발령 전인 2016년 7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약 19개월 동안 총 53건이던 환자의 자살·자해 보고는, 주의경보 발령 후 2018년 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약 14개월 동안 105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보고가 실제 발생 건수와 비교해 매우 과소보고된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2017년 장소별 자살률에 대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의 자살자는 2,213명으로 전체 장소의 17.8%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주택 43%, 기타 27.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이처럼 자율보고체계라는 한계로 인해 병원 내 자살에 대한 통계는 전무한 현실이며, 이 같은 현실에서 국내 의료기관 내 자살·자해 관리는 종합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의료기관 환자의 자살·자해는 예방이 유일한 대책인만큼, 그를 막기 위한 시스템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백 센터장은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응급실을 통해 방문하는 자살·자해 응급환자에 대한 사후관리 사업의 확대를 요청했다.

백 센터장은 "자살시도자는 자살사망율이 일반인의 25배로 연 4만명이 응급실을 방문하지만, 약 8%만이 정신건강서비스를 받고 있다"며 "이에 정부는 현재 60개 병원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시범사업을 운영하면서 응급실 자살 시도자의 상담과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통해 대상자의 자살사망율은 절반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정부도 최근 자살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며, 2017년 32억 7000만원이었던 관련 예산을 지난해 47억 원에 이어 올해 63억 2600만 원으로 늘렸지만, 병원 별 2인 근무자 기준 9000만 원의 예산은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2015년부터 자살시도자사례관리를 아예 의료보험수가화하여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뉴욕주에서는 자살 예방을 위해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자살 스크리닝을 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2일 워크샵도 제공하고 있다.

백 센터장은 "생명을 살리는 직업인으로서 의사의 역할은 자살예방의 이념과 일치하며,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조기발견하여 치료하면 기존 내외과적 질환의 치료결과도 좋아지기 때문에 의료기관 내 의사들이 환자의 자살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의 자살·자해 예방을 위한 시스템과 교육체계 마련에 정부와 의료기관이 적극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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