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울아산병원, 항암제 자동조제 로봇 써보니‥

도입 반년만에 환자·직원 안전 개선 효과 확인‥나양숙 UM "환자에 도움 불구 수가無 아쉬움"
신은진기자 ejshin@medipana.com 2019-06-03 06:04
항암치료를 해본 환자라면 주사조제가 늦어져 하염없이 기다리는 경험 혹은 조제지연으로 인해 결국은 예약을 취소한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반면, 오늘 맞게될 약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충분히 이해가 될 때까지 약사의 설명을 들어본 환자는 많지 않다.
 
환자들의 불안감과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항암제 자동조제 로봇'이 등장했지만, 국내에는 2015년 삼성서울병원이 자동조제로봇을 최초 도입한 이후, 타 병원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조제로봇이 1대에 10억 이상을 호가하는 고비용 장비인 탓이다. 
 
수년간 항암제 자동조제 활동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이 2018년 항암제 자동조제 로봇 2대를 도입, 최근 로봇조제 도입으로 변화된 항암제 조제실을 공개했다.
 
나양숙 서울아산병원 주사조제UM(한국병원약사회 질향상위원장)<사진>은 주사제 자동조제로봇의 도입으로 조제오류 감소는 물론 환자안전을 위한 약사활동의 증가로 환자 만족도가 향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양숙 UM은 "항암제 조제건수가 연평균 8%씩 증가하고 있고, 암병원약국 환자대기시간이 평균 47분, 조제지연으로 인한 예약시간 미준수율이 26%를 넘어가고 있음은 물론, 조제관련 연장근무가 404시간인 실정이다"며 "환자의 만족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는게 현재의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항암제는 오류발생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0.001ml까지 정확도를 맞추고자 약사들이 굉장히 예민하고 섬세하게 작업을 한다"며 "그럼에도 '혹시나'하는 불안감에 늘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경구약과 달리 주사제는 조제완료검수 절차가 오로지 검수약사의 직관에 의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항암제 자동조제 로봇은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항암제 자동조제 로봇을 통한 조제는 약사의 약제 선택→ 선택 약제의 바코드 입력을 통한 적정 선택여부 확인→ 약제 투입→ 약제별 수량 입력→ 로봇의 자동조제→ 약사의 재검수 단계로 진행된다.
 
▲자동조제를 위한 항암제 투입 전 약물 확인단계

 
▲환자별 수량 및 용량입력

 
▲자동조제를 진행중인 항암제 자동로봇. 외부모니터 장치를 통해 진행상황을 약사가 확인한다.

▲자동조제 완료 후 약사의 검수작업이 진행된다.
 
기계에 항암제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한차례 검수가 이뤄지고, 조제가 완료된 후에도 약사가 한번 더 검토할 수 있는 이중감시 시스템이 자동조제로봇을 사용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다. 환자안전의 향상은 당연한 구조다.
 
이중감시가 가능한 자동조제 로봇은 불필요한 재정적 낭비도 감소시키고 있다. 항암제는 1바이알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해 사소한 오류로 인한 폐기비용도 매우 높은 편이다. 비교적 많은 병원약사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조제오류로 인한 항암제 폐기비용이 연간 1천만원을 초과한다. 자동조제 로봇의 다중감시 단계는 오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나양숙 UM은 "항암제는 정확한 조제에 대한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단계가 필요했는데 이를 기계와 약사가 두번 검증할 수 있고, 조제단계에서 시간이 절약되니 환자처방 검토를 더 할 수 있는 시간도 생긴다. 환자 안전측면은 더욱 개선될 수 밖에 없다"며 "또한 항암제는 파손시 독성이 강해 확산될 경우 직원안전이 위협받게 되는데, 조제로봇을 사용하게 되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기에 직원안전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조제시간 절약을 통해 병원약사들의 복약지도와 약물중재, 처벙검토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병원약사들의 활동이 보다 다층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항암조제실은 환자로 북적이는 외래진료실에 못지 않은 전쟁터였다. 두 대의 항암조제 기기가 쉴틈없이 자동조제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명의 약사가 빠른 손길로 기계 못지 수준으로 항암조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항암제 자동로봇을 통한 조제는 외래환자들의 약제와 입원환자 항암제 300건 정도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극소량인 경우나, 다약제 조제로 인해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경우에는 기계를 사용할 수 없어 병원약사들이 직접 조제를 해야만 한다.
 

 
▲항암제를 조제중인 약사들

나 UM은 "서울아산병원은 약사들이 임상업무에 참여를 많이 하는 편인데도 업무의 60% 이상이 조제인데, 조제자동화를 통해 임상지원 확대가 가능해지고 있다"며 "조제는 약사의 당연한 업무지만, 환자들이 약사들로부터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듣길 원하는 등 다학제적 요구가 높아지는 때이다. 적절한 때에 안전하고 질 높은 악료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산병원은 조제 자동화를 통해 절약되는 인력을 환자안전과 만족도 향성을 위한 방향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며 "항암제 자동조제 로봇이 도입된 이후, 과제하듯 봐야했던 처방전들을 더 깊이있게 보고, 더 정확히 검수하고 조정하고 있다. 조제에서 절약된 시간과 인력이 환자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항암제 자동조제 로봇 이후 약사들의 조제업무가 15~10% 가량 줄었고, 이는 환자안전 활동에 사용되고 있다.
 
다만, 이처럼 항암제 조제로봇 기기 사용이 환자안전에 도움이 되고 있음에도 관련 수가는 전혀 논의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나양숙 UM은 "이미 항암조제는 원가보전도 하지 못하는 행위다. 무군조제 수가가 1건당 4,380원인데 1건 조제시 필요한 재료비만 1,970원이 들고, 항암조제를 위해 착용해야만 하는 장비비용이 2만5천원이다"며 "인건비를 제외한 기본 소요비용이 이 정도인 상황에서 약사를 고용하는 것보다 많은 비용이 드는 항암제 자동조제 로봇을 도입하는 일은 병원입장에서 경영적 측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관련 수가가 있다면 확산이 가능할 텐데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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