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걸리면 죽는다? 생존자 174만명‥편견 없애고, 직장 필요

70% 생존하지만 직장 복귀율 30% 불과…승진·월급에 대한 불이익 우려
의료진 심리지원·직장내 유연근무제 도입·정부는 고용 패키지 프로그램 마련
서민지기자 mjseo@medipana.com 2019-06-11 06:04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과거 암에 대한 인식이 '걸리면 죽는 병'이었으나, 최근 암에 걸리더라도 70% 가까이 생존하고 이에 따른 암 생존자수도 174만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처럼 암과 관련된 의료기술과 생존율은 선진국과 비슷해졌으나, 문제는 암 생존자들의 사회복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서구 선진국의 경우 사회복귀율이 50%에 육박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절반에 그치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수조원에 이르고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암협회 집행이사)는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대한암협회·국립암센터가 마련한 암 생존자의 사회복귀 장려 간담회에서 9개 의료기관에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조사는 서울대병원, 연세대병원, 고려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순천향대병원, 가톨릭혈액병원, 울산대병원, 제주대병원, 국립암센터에서 협력해 2019년 4~5월 동안 사회복귀를 준비하거나 치료와 업무를 병행 중인 암 생존자 8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암 생존자의 사회복귀 실태조사 결과, 암 치료 1~2년이 지난 후 어느 정도 적응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4~5년 넘게 트라우마가 남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고용불안과 우울감 등이 심해졌다.
 
실제 암 생존자는 불규칙한 몸상태(69.7%), 스트레스관리(47%), 기초체력 저하(42.1%) 등을 일터에서 겪는 신체적 어려움으로 꼽았고, 직장생활로 인해 건강이 다시 악화될 것에 대한 근심(80.7%)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한 암 치료와 정기 검진 등을 받아야 하나, 휴가 일정을 조정(59.4%)하기가 어렵고, 일터와 병원 간의 거리(47.1%), 휴가 부족(46.5%) 등으로 인한 고충이 심각했다.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 암 투병 경험을 공개하겠다는 응답자는 73.6%로 과반수 이상이었으나, 공개하지 않으려는 경우(26.4%)는 대부분 편견 우려(63.7%) 때문이었다. 직장 내 불이익을 우려하거나 가십거리 또는 따돌림 대상이 되는 것을 꺼려하는 심리적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비룡 교수는 "동정이나 편견 등으로 중요 업무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하는 암 생존자들이 많다. 고용유지에 대한 불안감도 매우 크며, 이는 젊을수록 더욱 심하다"면서 "암 생존자들이 가장 바라는 지원책은 동료의 응원과 배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20대~30대의 경우 차별없는 균등한 업무기회, 객관적 성과 평가에 대해 민감하다"면서 "이같이 직장문화를 개선하려면 상사와 동료의 적정한 소통과 교육이 필요하며, 직장 내부적으로는 유연근무, 유연한 휴가 사용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일본, 독일 등은 암생존자에 대한 직장 매뉴얼이 별도로 마련돼 있으며, 올바른 응원과 배려 문화가 자리잡혀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서 유방암을 극복한 젊은 여성은 "20~30대의 경우 주변인에게 암이라는 사실을 밝히기 조차 어렵고, 암을 겪었다고 하면 이상한 시선을 받게 된다"면서 "감정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고, 직장에서도 직책이 높지 않아 정기검진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조 교수는 "암 생존자들 중 '쓸모 없는 사람', '재발' 등에 대한 생각이 크다. 의료진들은 암 생존자들에 대한 포괄적인 상담과 자문이 필요하며, 심리상담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암 추적관찰과 함께 노인의 경우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병행되는 문제를 고려해 '주치의' 제도에 대한 요구도 높다"면서 "일차의료기관의 의료진에 대한 재교육은 물론, 추후 정부에서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와의 적극적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는 사회복귀를 위해 검진과 치료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직업복귀 프로그램을 비롯해 암 발병 전과 다른 직장으로 갈 수 있는 교육 패키지, 의무고용제도 등을 마련하는 한편, 범정부차원의 대국민 홍보와 생활여건과 연령에 따른 장기적 제도 개선 로드맵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립암센터 이은숙 원장은 "현재 암 생존자들을 위한 지지사업을 적극 시행 중이다. 문제는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반면, 직장(기업)과 정부에서만 할 수 있는 일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고용노동부의 정책적 서포트를 비롯해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여러 단체가 협업해야 하고, 입법화돼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대한암협회 노동영 회장도 "암을 극복하고 생존했으나 많은 분들이 심리적인 나약함과 피로감이 매우 큰 편"이라며 "이제는 암 생존 여부가 아닌 삶의 질 회복이 중요한 숙제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만큼, 이에 맞는 기관(단체)들이 따라 오고 정부의 뒷받침으로 이어져서 암 생존자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리셋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의료기술의 발전과 건강검진을 통한 암 조기 발견 등으로 암을 극복한 환자의 생존율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암 생존자들을 격려하고 필요한 사회적 지원 제도를 논의, 마련해 암생존자들의 사회복귀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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