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다른 상황인데, 시스템만 베껴서 환자안전? '불가능'

고대안암병원 박종훈 원장, 의료계 관점에서 복지부 환자안전종합계획 비판
서민지기자 mjseo@medipana.com 2019-06-19 12:23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미국의 병원과 직원 수는 물론 관리시스템, 법·제도가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환자안전'만 미국처럼 하자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환자안전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고려대 안암병원 박종훈 원장(대한병원협회 정책부위원장)은 19일 2019 한국의료질향상학회에서 의료계 관점에서 보건복지부의 환자안전종합계획의 문제를 지적하고, 존슨홉킨스병원 시스템을 근거로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정부의 환자안전종합계획은 국가 단위의 환자안전 관리 인프라를 마련하고, 보고학습 시스템을 구축해 중대사고에 대해 의무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환자안전사고 및 안전활동 실태조사를 정례화하고, 환자안전 수가를 확대하는 등 비용에 대한 지원을 하며 환자중심 안전문화 조성 사업 추진, 조직문화 개선, 환자안전 리더십 배양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박종훈 원장은 "정부와 의료기관에서는 지속적으로 환자안전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스크린도어, CCTV 설치 등 대대적 재정 투자도 시행했다"면서 "하지만 환자안전에 대한 전반적 이해 없이 추진하면서 여전히 환자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병원 현장에서는 환자를 식별하지 않고, 어처구니 없는 투약오류가 계속된다. 검사량 폭증으로 중대한 검사결과가 수시로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박 원장은 "매년 병원들이 전산에만 수십억원씩 비용을 투입하고 있으나, 직원들이 더 힘들어한다. 오히려 수기 작성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며, 환자가 아닌 컴퓨터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전달체계 붕괴로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면서 수술, 검사가 폭증했고, 지금 상태로는 환자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병원 근무 직원과 의료진 수는 물론 법, 제도가 완전히 다른 미국의 제도를 그대로 베껴왔기 때문"이라며 "병원 내 인프라와 시스템이 바뀌었지만, 직원들만 더 힘들어지고 의료진들이 환자를 돌보는 시간은 더 줄어들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즉 의료환경이 다른 미국 시스템을 베껴오면서 환자안전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원장은 "잘못되고 왜곡된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간호사 배출되는데,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 보고만 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베껴오려면 법, 제도도 같이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존슨홉킨스병원<사진>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현재 존슨홉킨스병원은 모든 환자에게 웨어러블디바이스를 착용하게 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환자 기록이 자동으로 입력되고 있다"며 "환자관리가 더 잘 되고, 직원들 부담은 더 적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원장은 "IT 강국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시행하면 불법이다. 지금의 틀에서 개선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이제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의료시스템 자손들에게 넘겨주면서 환자안전만 지키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제대로 진료를 받으려면 의료 전반의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대형병원은 중증환자 중심으로 가도록 하고, 제대로된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프로세스를 제대로 수립한 다음 환자안전을 지키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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