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넘어 대한민국 울린 故 임세원‥"의사자 지정 기대"

25일 의사상자 심의위원회 개최‥늦은 시간 의료현장에서 주변 동료 지키고 사고 당해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6-25 06: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故임세원 교수의 의사상자 심의위원회가 오늘(25일) 개최된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동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 고인의 뜻이 의사자 지정을 통해 기억되고, 지속적으로 추모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료 안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 故임세원 교수
 

의사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으로 정의된다. 구조행위는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

실제로 세월호 사고에서 본인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 순간에도 탑승자들을 구조한 승무원 및 순직 교사 등이 의사자로 지정된 바 있다.

故임세원 교수는 사건이 발생한 2018년의 12월 31일,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었다.

예약 없이 불쑥 찾아온 환자를 보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고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의사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피의자인 환자를 진료하려 했다.

고인이 피의자의 진료를 시작한 것은 오후 5시 39분. 이후 3분만에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고인은 동료 간호사에게 신호를 보냈고, 다시 1분 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인은 옆방으로 이동한다.

이때 외래간호사가 문을 열자 고인은 "도망가"라고 소리쳤고, 외래간호사의 반대방향으로 뛰어나갔다. 바로 뒤 따라 나온 피의자는 좌측의 외래간호사에게 칼을 휘둘렀으나, 간호사는 불과 50센티 정도의 차이로 칼을 피했다.

이 상황에서 고인은 간호사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며 멈추었고 간호사스테이션 쪽으로 "빨리 피해! 112에 신고해!"하고 소리를 쳤다. 이 소리에 피의자는 임 교수 쪽으로 방향을 돌려 추격했고, 이후 비극이 벌어졌다. 불과 10초 후 보안요원이 도착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2019년 1월 2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임 교수가 진료실 문 앞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하고 본인은 반대편으로 도피했다"며 "가다가 간호사가 피했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서서 간호사를 바라봤고, 피의자가 다가오자 다시 도피를 시작했다.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더 이상 환자라고 볼 수 없는 흉기를 든 피의자 앞에서도 故 임세원 교수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피하지 않고 간호사와 반대편으로 피했고, 본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도망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일부러 멈추어 위험에 처한 간호사의 안전을 확인했다.

사건 당시 위기상황에 있었던 동료간호사는 의사자 신청을 위한 진술서에서 "만약 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피하셨더라면 이런 끔찍한 상황을 모면하셨을 텐데, 본인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주변동료를 살피시다 사고를 당하셨으므로 의사자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저 뿐만 아니라 당시 사건 현장에서 도움을 받았던 다른 동료 직원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의료계, "고인 의사자 지정 통해, 숭고한 정신 이어가야"
 

이에 진행된 동료들의 故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지정 노력으로 지난 4월 의사상자 심의위원회에서 고인의 건이 논의됐지만, 심의위원회는 고인의 타인을 위한 노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의사자 지정을 한 차례 보류했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6월 7일부터 동료들과 국민을 대상으로 故임세원 교수 의사자 지정 서명 운동을 진행했고, 지난 24일까지 총 4,121명의 서명을 받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감과 그에 따른 의로운 행동은 비극적 상황에서도 많은 동료의료인, 예비의료인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에 슬픔을 넘어 희망과 신뢰의 메시지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또한 "누구보다 임 교수를 잃고 고통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은 이 소식을 경찰을 통해 접하고 나서, 비통한 상황에서도 고인이 가장 사랑했던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안전한 진료환경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라는 방향을 고인의 유지로 밝히고 조의금 1억을 기부하는 등 우리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셨다"고 전했다.

실제로 고인의 부인은 "저희 가족이 남편을, 아빠를 황망히 잃게 되었으나, 그래도 남편이 그 무서운 상황에서도 간호사나 다른 사람들을 살리려한 의로운 죽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지 않고 의사자로 지정이 되면 저희 가족, 특히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힘이 될 듯합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운동은 젊은 의사들에게로도 전해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등도 협회 차원에서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선배 의사의 뜻을 기렸다.

이렇게 모인 서명과 탄원서는 지난 24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통해 의사상자 심의위원회에 전달됐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故 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지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의료와 복지현장은 물론 산업현장, 구조와 구급, 경찰, 군 등 최일선에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있는 많은 국민들에게 맡은 바 직무를 넘어 우리 삶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바르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새기고 이들을 격려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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