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없이 시행된 연명의료법‥시간 쫓기는 임상 현장서 "우려多"

자기결정권 및 연명의료 무의미함 결정에 대한 논의 없어‥임상 현장, 충분한 설명 어려워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7-05 11:38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진행되고 있는 호스피스-연명의료법으로 임상 의료진들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논란의 소지가 많은 법임에도 어떻게든 법을 시행해야 하는 의료진들은 시간에 쫓기는 열악한 환경에서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사실은 4일 병원간호사회 회관 3층 강당에서 열린 '간호사를 위한 윤리적 의사결정 워크숍'에서 라정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 팀장에 의해 제기됐다.

라 팀장은 의료 현장의 필요에 의해 마련된 해당 법이 오히려 현장에서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우선 연명의료법의 모호함이 문제라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현행 연명의료법에서 '말기환자'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로 규정된다.
 
또한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으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라 팀장은 "말기 환자에 대한 정의가 지나치게 두루뭉술해 현장에 혼란이 있는 상태다.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등 각각의 질환마다 말기 진단의 기준이 다른데 이를 '일정 기간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법적 모호함의 문제에 더해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연명의료의 무의미함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법이 시행되면서 이를 적용하는 임상현장에서는 더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정란 팀장은 "연명의료 중단 등의 문제는 환자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절대적 공준으로 삼아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이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숙의하고 여기서 형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법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법이 마련됐다"고 꼬집었다.
 
 
'자기결정'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법이 시행되면서 일부 환자들은 자신이 모든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 유추해석하여 이를 행사하려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의료진이 충분한 정보를 이해하고 소통해야 하지만 의사결정 능력 요소가 없는 환자에게도 연명의료결정을 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라 팀장은 "연명의료중단의 결정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연명의료의 무의함에 있다. 그러나 치료의 무의미함이 의학적 기준에 의해 가볍게 판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양적 무의미함과 질적 무의미함은 다르다. 실제로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의사 그리고 가족 간의 가치의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과 상담이 필요하지만, 임상 현실에서는 그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의료인이 인간의 존엄성 및 환자의 자율성 존중, 의료 집착적 관행과 도덕적 숙고를 도울 의료윤리 교육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일부 일반병동에서는 연명의료 계획서 및 의향서 등을 작성하는 데 있어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얼렁뚱땅 서명 날인을 작성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라 팀장은 "외국의 경우에는 연명의료 교육 상담 전담자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말기환자 관리료가 있어, 의사가 질병상태를 설명하고 나면 간호사가 연명의료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여 이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이 더욱 활성화되고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호스피스 연명의료법은 김 할머니 사건, 보라매 병원 사건 등 환자의 연명의료 거부 및 의사의 연명의료 중단 기준에 대한 법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난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호스피스-연명의료 법)이 제정돼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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