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들, 출산 인프라 붕괴 경고‥"이미 진행 중"

10년 사이 분만병원 절반으로 줄어‥ 2018년 분만건수 없는 지역도 71곳
저수가, 의사에 책임 무는 의료 환경 속 산부인과 기피 심각‥피해는 국민에게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7-22 06:08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저출산 고령화와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사회적 분위기로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미 지방 의료 취약지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등 출산 인프라가 부족해 산모가 아이를 낳기 위해 수도권으로 '원정 출산'을 해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산부인과 의사들은 국내 출산 인프라의 붕괴가 이미 진행중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0일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직선제 산의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학회 의사들이 거리로 나서 사법부와 정부를 규탄했다.

발단은 경상북도 안동시 분만병원 A원장의 구속 사태였지만, 이날 자리에 모인 의사들은 산부인과 의사의 미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며 거리로 나서 울분을 토해냈다.

사건의 A의사는 사산 분만유도 중 은폐형 태반조기박리 출혈을 진단하지 못해 산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금고 8개월을 받아 현재 법정 구속돼 있는 상황이다.

이날 김동석 직선제 산의회 회장은 "대한민국에서는 저수가와 과도한 배상 책임으로 인해 산부인과 전공을 기피하고, 산부인과 진료를 포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가가 뇌성마비를 책임지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의사 잘못이 없는 뇌성마비 발생에 대한 엄청난 배상액 판결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의 지적대로 우리나라 제왕절개 수술 의료수가는 미국의 1/10에 불과한 현실이다.
 
김 회장은 "의사를 믿고 병원에 다니던 산모와 환자는 어떻게 하라고 하루아침에 법정구속을 당해 교도소에 있어야 하나"라며, "납득할 수 없는 판결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실을 떠나는 것을 막아달라. 산부인과를 선택한 것은 전과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산모와 태아의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해외 선진 국가들은 분만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분만관련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는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사건이 발생한 경북지역 의사들도 참석해 안동 지역의 분만 인프라 부족 현상에 대해 호소했다.

경북지역 한 의사는 "경북 안동에는 이제 분만할 의사가 없다. 젊은 산부인과 의사가 있었는데, 치열한 분만 현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심근경색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현장을 떠났고, 마지막 A원장 마저 교도소에 들어가 버렸다"며, "아이 낳기 좋은 편리한 환경을 만든다고 해 놓고, 환자 안전한 환경은 고사하고, 최저 수가로 인해 인프라는 이미 무너진지 오래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산부인과 의사들은 하나 같이 어려운 분만 환경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출산 인프라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전공의들이 산부인과 의사 지원을 기피하고 있는 것은 물론, 어려운 분만 환경으로 10년간 50% 이상의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 의료기관을 폐업하고 분만 현장을 떠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윤하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은 "최근 산부인과 의사들은 분만을 포기하고, 피부미용, 비만 클리닉으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분만실 특성상 24시간 응급상황에 노출되어 있는데, 응급실과 달리 응급수가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분만료 역시 미국, 일본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주최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분만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수는 2006년 1,119개소에서 2010년 808개, 2012년 739개, 2014년 675개, 2016년 607개로 10년새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에 2018년 분만건수가 '0'인 지역은 총 71곳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산부인과 전문의 감소하면서 동시에 모성사망비율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윤하 회장은 "분만 인프라가 붕괴하면서 이미 분만 취약지가 발생하고 있다. 분만 환경은 산모의 고령화, 조산, 임신중독증, 다태임신 등 위험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이들을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출산 인프라가 붕괴하면 그 피해는 바로 국민에게 발생한다"며, "정부는 분만 인프라 마련을 위한 인력과 시설, 재정적 지원 및 법적 제도적 안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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