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현지조사 연기 요청하니 조사 거부?‥法 "강압 조사"

섣부리 단정한 것 문제, 복지부 행정처분 취소 명령‥"의료인에 대한 강압적 대면조사 관행에 경종"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7-23 06:01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현지조사 과정에서의 조사관의 강압적 태도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복지부가 건강상 이유로 현지조사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한의사를 '조사 거부'로 처리해 영업정지 및 형사고발 한 사건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해당 한의사가 기본적으로 현지조사에 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다만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 연기를 요청한 것인데 이를 '조사 거부'로 처리하고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할 것을 주문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7년 2월 16일, 조사대상 기간을 2015년 1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2016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로 정해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의 요양급여 및 의료급여 등에 대한 현지조사에 착수했다.

2017년 2월 16일 오전 A씨의 한의원을 방문한 복지부 조사원들은 원장인 A씨가 자리에 없자, 한의원 직원에게 요청하여 A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A씨는 통화에서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의원에 나갈 수 없으니 직원에게 현지조사 대상기간, 조사목적을 말해달라고 전하며, 약제비 일부 착오 청구한 사실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고 추후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 조사원들은 A씨가 한의원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조사 거부, 방해, 기피로 인정되어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현지조사를 하지 않은 채 돌아갔다.

다음 날인 17일 오전에도 몸이 좋지 않았던 A씨는 복지부 현지조사원에게 다시 다음날로 현지조사를 연기할 수 없는 지 문의했으나 조사원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고, 대신 '조사를 못 받는다는 의견을 조사거부로 보아 종료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20일 A씨는 복지부에 연락을 취하여,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씀드렸다. 18일부터 정상 출근하고 있다. 언제든지 와서 조사하면 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A씨가 '국민건강보험법 제97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검사 또는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했다' 처분사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2호에 근거하여 1년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리고, 구 의료급여법 제32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검사 또는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했다'는 처분사유로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3호에 근거하여 1년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나아가 A씨가 현지조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위반, 의료급여법위반 등으로 기소하기에 이른다.

A씨 측은 "복지부가 A씨에게 제재를 가하려는 의도로 부당하게 절차를 진행했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당시 복지부 현지조사 조사원들은 A씨가 의원에 없더라도 A씨에게 구두로 혹은 자택 방문 등의 방법으로 현지조사의 개시를 통보한 후, 해당 의원 소속 직원의 협조를 받아 현지조사를 실시할 수 있었다.

실제로 복지부 현지조사 조사원들은 A씨 한의원 직원들의 협조를 받아 A씨의 컴퓨터에 접근하여 일부 비용이 과다 청구된 사실을 확인했고, A씨도 이 사실을 전부 인정해 공단과 지자체에 부당금액을 자진 환수하기도 했다.

A씨는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 당시 조사에 임할 수 없었다는 증거자료로 경추디스크, 수면장애, 안면마비, 우울장애 등 진료확인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재판부는 "A씨가 몸이 아파 현지조사를 받을 수 없으니 현지조사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함에도, A씨에게 실제 이 사건 현지조사의 연기사유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은 채 현지조사에 응할 것을 반복적으로 요구했다"며, "행정조사기본법에 조사대상자가 개인이고 질병이나 장기출장 등으로 조사가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행정조사를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복지부 조사원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A씨에 대한 현지조사를 연기하는 것이 가능한지 충분히 검토조차 하지 않고, A씨가 현지조사를 거부·회피하는 것으로 섣부리 단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아 복지부의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사건을 수임한 법무법인 세승의 현두륜 변호사는 "오래 전부터 강압적 현지조사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강압적인 현지조사에 대한 의료기관 대표자의 절차적 기본권이 문제가 되는 사안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지조사 과정에서 의료기관 대표자에 대한 대면조사 및 그의 사실확인서 작성은 필수적인 것이 아님에도, 현지조사 실무에서는 의료기관 대표자(개설자)에게 사실확인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 현지조사 현장에 대표자가 나와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두륜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의료기관 대표자에 대한 대면조사 또는 직접조사는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 대리인(직원)을 통한 현지조사가 가능하다면 이를 현지조사 거부나 회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며 "이는 건강보험 현지조사 시 의료기관 대표자에 대한 강압적인 대면조사 또는 직접조사 관행에 일종의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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