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과로사에도 병원은 나몰라‥"과태료 500만원이면 끝"

주 80시간 위반 사례 비일비재‥"전공의특별법, 수련환경 개선 실효성 없다"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7-31 06:01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올해 초 대학병원 전공의가 과중한 병원 업무로 당직 중 사망해 충격을 줬다.

주 80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전공의특별법'을 어겨도 병원 차원에서는 과태료 500만 원만 물면 되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한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0일 오후 2시 인천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가천대학교 길병원에서 당직 중 사망한 故신형록 전공의의 산재 여부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같은 날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와 행동하는 간호사회, 그리고 유가족은 故 신형록 전공의의 산재승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근무하던 故 신형록 전공의(만 31세)는 지난 2월 1일 당직근무 중 병원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당시에도 '과로사' 여부를 놓고 병원 측과 유가족 간에 논쟁이 오갔으나, 이후 밝혀진 '가짜 당직표'로 해당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가천대 길병원 측은 주당 80시간을 준수했다며 당직표 등을 공개했지만, 사실 그는 주 3일 당직을 섰고, 평상 시 24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했던 사실이 드러나 사실상 주 110시간을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병원 측이 제출한 근무표에는 존재하지 않는 당직 근무와 보장되지 않은 휴게 시간 등이 밝혀지면서, 가천대 길병원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 특별법)의 주요 규정들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고인의 근무시간은 산재 인정기준의 주 60시간 이상의 근로보다 터무니없이 많은 것은 물론, 휴일도 부족했고 정신적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업무를 지속하고 있었다"며, "도대체 그의 안타까운 죽음이 업무상 과로사가 아니라면 어떠한 이유로 설명이 된다는 말이냐"며 산재 승인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 故 신형록 전공의 누나,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
 
특히 유가족들은 이번 산재 인정을 통해 가천대 길병원이 고인의 사망 책임을 다하길 원하고 있다.

현재 해당 사건으로 가천대 길병원이 전공의 특별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병원 측은 복지부로부터 5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 외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유가족에게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의 누나 A씨는 "사건 당시에도 병원 측에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해 가족들이 큰 상처를 입은 바 있다. 해당 사건 이후에도 사과는커녕 사건을 축소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전공의 특별법 전(全)항목 위반임에도 병원은 겨우 500만원 과태료로 끝이 났다. 심지어 사건 이후 전공의들의 근무환경도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한다. 이 부분을 끝까지 알리고 싸워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는 "그의 죽음은 명백한 타살이다. 의사의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하지 않고, 약자인 전공의에게 업무를 시킨 길 병원이 그를 죽인 것이다"라며, "두 명, 세 명이 할 일을 한 사람에게 떠넘겨 아낀 돈은 길병원에 들어갔다. 길 병원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어라"고 동조했다.
 
 
이처럼 사건 이후에도 전공의의 근무환경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현행 '전공의특별법'이 대형 수련병원에 근무환경을 개선하게 할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승우 회장은 "전공의 특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과태료를 물거나 시정 명령을 내린다. 심각한 경우에는 그 과목에 대한 지정취소까지도 가능한데, 여태껏 그런 사례는 없다. 그렇다보니 수련병원에서는 과태료 최대 500만원만 내고, 이 같은 열악한 전공의 근무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특히나 전공의특별법을 한 건 위반하든, 수백 건을 위반하든 병원별로 묶어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병원 차원에서 시정명령을 집행하고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박지현 대전협 수련이사(삼성병원 외과 전공의)는 "해당 사건 이후에도 변한 것은 없다. 병원에서 전공의 법을 지킨다며 80시간에 맞춘 당직표를 만들고 전 산상에는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 아이디로 EMR처방을 내는 등 음성적 방법으로 편법이 자행되고 있다"며,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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