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잘나가서 그런 건가요? 면역항암제 급여 지연의 원인

박으뜸기자 acepark@medipana.com 2019-08-05 05:59
[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치료제의 급여, 그러니까 이전까지 없던 기전의 새로운 치료제라면 보험 급여를 얻기 위한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가격을 조금이라고 깎으려는 자와, 가격을 조금이라도 보존하려는 자. 이런 시각으로만 보기엔 억지스러운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 면역항암제들의 급여는 그런 모양새다.
 
MSD의 글로벌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26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중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보다 60% 증가한 26억 달러로 증가했다. 치료할 수 있는 암의 종류가 늘어난 것이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키트루다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의 1차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은 뒤, 경쟁자들을 제치고 확실한 주도권을 잡았다.
 
게다가 이 면역항암제를 주축으로 여러 암종에 병용요법이 임상 중이니, 앞으로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 잘 나가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급여가, 국내에서 비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에만 멈춰있다.
 
위험분담계약제(RSA) 내에서 PD-L1 발현율을 기준으로 급여가 됐으나, 이후 폐암 1차 옵션이나 타 적응증으로의 급여는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이는 함께 폐암에서 두각을 나타낸 BMS·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니볼루맙)'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늦어지는 급여 확대에 애가 타는 것은 환자들 뿐.
 
지난 5월, 이들 면역항암제가 사전협상이 결렬됐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투약 후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 한해서만 급여를 인정하자는 제안을 제약사들이 거부했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정부가 이러한 제안을 한 것은, 면역항암제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한 조건이기도 하다.
 
면역항암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반응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탁월한 효과를 보이지만, 나머지 환자에게는 큰 비용을 사용했음에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PD-L1과 관련한 조건이 아니더라도,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 환자는 일부 뿐이다. 그리고 조건없이 투약하더라도 그 효과는 2개월 안에 판가름이 난다.
 
모든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지는 않지만, 그 극히 일부가 완치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열어놓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그동안 전문가들은 급여 기한을 1년까지 해놓고, 그 이상은 환자가 부담하는 방법도 또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5%가 아닌, 조금 더 인상하는 방안 등을 고려했다.
 
치료 효과에 기반한, 성과 기반 급여를 시행하자는 것도 정부 입장에서는 신중히 고민한 끝에 택한 방법인 셈이다.
 
하지만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런 와중에 비교되는 행보도 나타났다. 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이다. 티쎈트릭은 비소세포폐암과 요로상피암에 면역항암제 최초로 PD-L1 발현 양성(발현 비율 TC2/3 또는 IC2/3주4) 제한이 삭제되며 급여 기준이 확대됐다.
 
이는 한국로슈가 복지부가 제안한 '면역항암제 투여 시 치료 반응이 있는 환자에서만 급여 적용한다'는 협상안을 받아들이며 이뤄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환자 접근성 확대 기회를 로슈를 제외한 나머지 제약사들은 거부했다. 환자의, 환자에 의한, 환자를 위한 제약사들이 내밀고 있는 슬로건이 한국에서만 해당되지 않는 것인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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