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故신형록 전공의 산재 인정
'전공의특별법'으로도 안되는 현실‥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정부 재발방지대책 없어‥대전협, "전공의 과로·재해 근절 위해 투쟁할 것"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8-06 06:09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올해 초 가천대학교 길병원 당직실에서 만 31살의 전공의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망 원인을 두고 온갖 추측이 오간 가운데, 결국 그가 숨진 지 약 6개월 만에 국가는 그가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됐다.

혹독한 근무 시간과 근무량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었던 전공의의 혹독한 근무환경이 故 신형록 전공의의 사망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미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 특별법)이 의료 현장에서 시행중인 가운데,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주 113시간 근무한 고인‥전공의 특별법 위반한 병원

故 신형록 전공의는 사건이 있기 1주 동안 업무시간이 113시간, 발병 전 12주 동안 주 평균 98시간 이상(발병 전 4주간 주 평균 100시간)으로 업무상 질병 과로기준을 상당히 초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소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면서 과중한 책임감과 높은 정신적 긴장업무 등 업무상 부담 가중요인이 확인됐다.

고인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그의 사인은 해부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내인에 의한 사망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심장에서 초래된 치명적인 부정맥과 같은 심장의 원인과 청장년에서 보는 원인불명의 내인성 급사를 일컫는 청장년급사증후군의 가능성 등이 언급돼 있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5일 유족이 제출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에 대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고인이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수련을 받았던 가천대학교 길 병원이 ‘전공의 특별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가천대학교 길 병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등을 예고했고, 병원은 주 80시간 근무 등 전공의 특별법의 거의 모든 항목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수십 건의 위반사항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5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으로 책임을 마무리 하는 모습이다.
 

제2의 희생자 나오지 않도록‥"전공의 투쟁 계속될 것"

고인의 친 누나인 A씨는 해당 사건 이후로 언론에 전면 나서, 동생의 억울한 사연을 적극 알리고 있다.

A씨는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던 시절, 봉사활동을 다닐 정도로 마음씨 고운 동생의 이야기를 전하며, 전공 역시 소아청소년과로 정해 열악한 근무환경 속 진심으로 어린이들을 돌보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고인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병원 측의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그간 보여 준 진정성 없는 태도 등을 지적하며, "앞으로 비극적인 전공의들의 현실을 알리겠다"고 다짐을 밝힌 바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역시 이번 산재 인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이번 판정 결과가 전공의 과로 재해를 근절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 3월 23일 전국 전공의 대표자 대회를 통해 정한 환자 안전과 전공의 과로·재해 근절을 위한 5가지 과제에 대해 밝히며, 사람을 연료로 운영되는 병원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겠다는 다짐이다.

해당 과제는 ▲야간 당직 시 전공의 1인당 담당 환자 수 제한 ▲입원전담전문의 고용 활성화 위한 재정지원 ▲무면허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정부의 집중 계도 및 추가 보조 인력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작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 구성에 전공의 참여 확대 및 수련환경 평가 공개 ▲전공의법 시행규칙 미준수 병원 과태료 강화 및 시정명령 이후 관리·감독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아직도 정부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대책 등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사실상 정부가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故 신형록 전공의의 사망 몇 일 전에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져, 국가적으로 이를 크게 다루며 故 윤한덕 센터장을 국가 유공자로 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형록 전공의 사건의 경우 정부가 기존의 전공의 특별법을 통해 관리·감독을 진행하고 과태료 처분을 내릴 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승우 회장은 "사람의 목숨에는 경중이 없는데, 젊은 전공의가 병원 수련 중 사망했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데 실망했다"며,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정부는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故 신형록 전공의 사건을 통해 각 수련병원에서 폭로되고 있는 전공의 특별법 무용론을 인지하고, 정부의 전공의 과로·재해 근절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대전협은 49개 단위병원 지회 1만 여 명 전공의들의 지지를 모아 대한의사협회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 투쟁 선언을 지지하며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전협은 오는 8월 24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전공의 총파업 여부 등을 정할 계획으로, 전공의 특별법이 실효성을 갖추고, 전공의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투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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