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으로 울고 웃고‥실패 케이스를 통해 본 교훈

임상시험 지연의 가장 큰 원인 `환자 모집`‥환자 분류와 급변하는 치료환경 고려돼야
박으뜸기자 acepark@medipana.com 2019-08-06 12:0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이제 제대로 깨달았다. 임상시험을 완료하기까지 얼마나 세밀하고, 꼼꼼한 계획이 필요한지 말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 해외에서는 다양한 임상 실패 사례가 들려왔다. 기대를 받던 후보물질부터, 이미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나 결과적으로 임상 3상에 실패한 케이스까지 연달아 등장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바이오업계가 크게 흔들렸다. 임상 3상 돌입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신약후보 물질이 기대치에 못미친 결과를 안기면서 주가가 급하락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
 
신라젠은 미국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ee, 이하 DMC)로부터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 3상 시험(PHOCUS)의 중단을 권고받았다.
 
무용성 진행 평가는 개발중인 의약품이 치료제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시험 지속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놓고 업계는 펙사벡의 효능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신라젠은 임상 참여자 중 35%가 임상 약물 외에도 다른 약물을 투여 받은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펙사벡의 효능 탓이 아닌, 구제요법이 임상 데이터에 합산되면서 오류를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구제요법은 임상 과정에서 임상 약물로 1차 치료 반응이 없을 때 경제력이나 보험급여 여부, 환자의 후속 치료 의지 등을 담당 의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합한 다른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신라젠의 PHOCUS 임상은 기존 치료 경험이 없는 1차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현재 간암 1차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는 '넥사바(소라페닙)' 투여 이전 5주 동안 '펙사벡'을 투여받는 투여군과 처음부터 넥사바만을 투여하는 대조군을 비교하는 임상이다.
 
그런데 해당 임상의 환자모집 기간에 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와 표적치료제 사이람자, 렌비마, 스티바가, 카보메틱스 등의 새로운 치료옵션이 연달아 등장했다.
 
이런 새 치료옵션의 등장으로, 신라젠은 애초 분석하려던 환자 데이터에 오류가 생겨난 것이라 해명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임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임상이 완료돼야 하고, 임상이 완료되려면 환자가 모두 모집이 돼야 한다. 그러나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임상시험 중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환자 모집과 모집한 환자를 유지하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IBM Global Business Services에 의하면, 임상 시험의 75% 이상이 정해진 기한 내 환자 모집에 실패했다.
 
이들은 1상부터 3상까지 평균적으로 계획했던 임상 기간보다 30% 정도 지연됐다. 또 임상 참여에 수 차례 병원을 오고 가는 번거로움과 불편함 등으로 임상 시험의 85%는 충분한 환자 수 유지에 실패했다.
 
1상에서는 주로 건강한 환자를 모집하며 금전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자신이 실험용 쥐가 된다는 불안감에 참여를 꺼려하거나 참여한다고 해도 실험에 적합한 질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에 탈락하기도 한다.
 
2상과 3상에서는 환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는데, 특히 항암제 환자 모집이 어렵다. 플라시보 군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우려와 생사를 다투는 상황에서 시험약이 표준치료보다 효과가 적을 수 있다는 불안감 등 때문이다.
 
이 밖에도 프로토컬 디자인 때문에 환자 모집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비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환자 수를 디자인 하거나, 너무 긴급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임상 기간이 길어지며 때로는 임상 프로토컬 수정으로 이어져 시간이 더 길게 소요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라젠의 PHOCUS 임상은 임상기준에 맞는 환자를 가려내느라 예상보다 늦게 임상 3상이 시작됐다.
 
먼저 펙사벡은 환자군 모집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이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간암 말기상태이면서 ▲간기능이 좋고 ▲간암 크기가 작아야 한다는 조건에 부합해야했다.
 
그래서 신라젠은 중국 임상에 큰 기대를 걸었다. 전체 간암환자의 50%를 차지할 만큼 환자를 구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애초 임상 3상 계획은 2015년부터 2017년 10월까지 2년간 환자 600명을 모집해 2019년 10월까지 관찰하는 것이었지만, 신라젠은 환자 확보가 쉽지 않아 환자 모집기간을 2018년 10월로 한 번 연장했다.
 
또한 신라젠은 다른 약을 투여한 구제요법 환자가 많이 포함되면서 시험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바라봤다. 환자 모집 기간 동안 새로운 치료옵션이 무더기로 등장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것.
 
펙사벡의 임상을 진행한 미국 임상수탁기관이 보내온 1차 데이터에 따르면 393명 중 총 203명이 모집된 실험군(펙사벡+넥사바) 가운데 63명(31%)이 구제요법으로 다른 약물을 추가 투여받았고, 190명이 모집된 대조군(넥사바) 중 76명(40%)이 다른 약을 투여받았다.
 
이들은 2017년 이후 FDA으로부터 간암 치료제로 승인받은 신약 5종을 구제요법으로 투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와 표적치료제 사이람자, 렌비마가 양쪽 군에서 거의 비슷한 수로 투여됐지만 표적치료제인 스티바가와 카보메틱스 투여는 대조군에서 훨씬 많이 투여됐다.
 
신라젠 권혁찬 임상총괄 전무는 "임상 3상에서 다른 약을 추가 투여한 구제요법이 시험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며 펙사벡의 약효 문제는 아닐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한다"며 "앞으로 다른 분석이 필요하지만 양쪽 군이 비슷한 비율로 추가 약물을 투여받았다면 무용성평가 결과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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