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심사'서 이름만 바꾼 '분석심사' 의료계 반발 확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 비판, "관치의료 강화 예상"
박민욱기자 hopewe@medipana.com 2019-08-2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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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정부가 '분석심사' 선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보험부회장은 "의료기관의 행정을 불편하게 하면서 더 많은 돈을 내게 하는 것이 바로 분석심사이다. 내용을 알면 의료계가 반대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고시를 한 이후 바로 강행하고 있다. 이런식으로 일을 진행한다면 또 다른 사회문제를 일으킬 것이다"고 전망했다.

'분석심사'는 요양급여비 청구방식은 현행과 동일하지만 진료비 심사·삭감에 있어 건별로 실시하는 현재의 방식이 아니라 환자, 질환, 항목, 기관 등 주제별로 분석지표를 개발해 진료경향을 분석하다가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진료경향 분석을 토대로 심층심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다만 특이사항이 있다고 해서 즉시 해당 기관에 대해 삭감·현지조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우선 자율적 개선을 통보하고 그래도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심평원 단독이 아닌 '동료의사'와 공동으로 현지조사를 실시하는 게 특징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분석심사는 과거 의료계가 반대한 '경향심사'에서 이름만 바꾼 것으로 의료비를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관치의료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양질의 진료를 담보하는 합리적인 급여기준과 적정한 보상이 전제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의료행위의 질 평가부터 내세워 심사의 근거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격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번 분석심사 시범사업 일체를 거부한다. 또한 시도의사회 및 각 직역단체와 협력하여 이 시범사업을 무력화하여 의료계와의 합의가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다"고 전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분석심사는 세부적인 지표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난다. 구체적으로 ▲과소진료와 제네릭 약제 사용을 유도하는 비용영역 지표들 ▲획일적인 진료를 유도하고 관치의료를 강화시키는 임상영역 지표들 ▲의료기관들이 정부의 정책에 순응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행정영역 지표들 ▲대형병원에만 유리하고, 환자와 의사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지표 등이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회장 주신구)는 역시도 지난 26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전달체계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대형병원으로 중증의 환자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당연한 일을 하면서도 수익도 더 얻는다면, 이것을 과연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슬관절치환술에서 관리되는 지표들 중에서 임상영역 지표들은 의료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획일적인 진료 패턴을 유도하고 있다"며 "앞으로 분석심사를 전 수술 영역으로 확대하게 되면, 의료전달체계 붕괴, 의사들의 고통 가중, 환자들의 불편 증가 및 안전 위협 등의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분석심사 선도사업에서의 임상영역 지표들은 대부분 각 학회 등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선정됐는데, 이것이 실제 임상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

병의협은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가이드라인대로 진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흔히 생기게 된다. 그런데 분석심사에서는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르기 힘든 환자들을 많이 진료하여 지표값이 하락하게 되면 해당 의료기관은 그 만큼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이드라인은 의학의 발전에 따라서 항상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내용들을 심사 지표로 만들어버리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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