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1인 1개소법 합헌…보건의료계 미칠 파장은?

치협과 유디치과 엇갈린 반응‥ 의료법인 예외로 인정 "큰 변화 없을 듯"
박민욱·조운 기자 hopewe@medipana.com 2019-08-30 06:09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조운 기자] 약 5년을 끌어오던 일명 '1인 1개소법'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마침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 명의 의료인이 두 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 공고해졌다.

하지만, 8년 전인 2012년 시행된 법이기에 초기 혼란스러웠던 네트워크 병원 위법 부분이 현재는 자연스럽게 해소된 상태로 전체적인 보건의료계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 1인 1개소법 합헌‥영리 추구 따른 의료 공공성 훼손 막기 위해 필요
 
지난 29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는 오랜 논의 끝에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이중개설금지)'는 의료법 조항의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헌재가 심리한 조항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위헌제청(2014헌가15)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등 위헌확인(2015헌마561)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위헌소원(2016헌바21)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위헌소원(2014헌바212) 등 1인 1개소법과 관련된 4개의 조항이다.

이날 헌재는 위헌심판의 쟁점인 ▲명확성의 원칙 ▲과잉규제 금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평등원칙 각 조목을 언급하며, 해당 조항의 합헌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헌재는 해당 조항이 금지하는 의료기관 '중복 운영'이 무엇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 적용에 의해 보완될 수 있다며 ▲명확성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과잉규제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에 대해, 헌재는 해당 조항의 목적이 의료인으로 하여금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함으로써 의료행위 질을 유지하고, 지나친 영리 추구로 인한 의료의 공공성 훼손 및 의료서비스 수급 불균형을 방지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명시했다.

그런 측면에서 의료인 1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중복 운영할 경우, 의료기관의 운영주체와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분리시켜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다른 의료인에게 종속시키게 하고, 지나친 영리추구로 나아갈 우려가 커, 입법자로서 소수의 의료인에 의한 독과점 및 의료시장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 해당 조항을 도입한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의료의 중요성,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의료 실태,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을 운영할 때 국민 보건 전반에 미치는 영향,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적정한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사회 국가적 의무를 종합할 때 결코 과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당 조항을 적용받지 않고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의료법인은 설립에서부터 국가의 관리를 받고 사회나 정부에 의한 통제가 가능하며, 명시적으로 영리추구가 금지되기 때문에, 의료인과 의료법인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기 때문에 ▲평등 원칙에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17년 헌재 앞 1인 시위 (위) 치협 김철수 회장 (아래)유디치과 진세식 회장

◆ 5년의 논란…병협·유디 "과잉규제" VS 보건의약단체 "영리화 규제 효과"

이번에 합헌의 결과가 나온 '1인 1개소법'은 지난 2011년 치과계의 주장에 힘입어 당시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를 통과해 2012년 8월 시행된 것으로 '한 명의 의료인이 하나의 의료기관을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이다.

법안 시행의 이면에는 '치협'이 당시 저가 임플란트로 세력을 넓히던 '유디치과'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있기에 일명 '유디치과 법'이라고도 하며 한 명의 의료인이 하나의 의료기관을 운영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1인 1개소법'이라고도 불렸다.

입법취지는 불법 네트워크병원을 제한하는 것이지만, 막상 법을 시행해보니 의료법인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문제점이 도출됐다. 따라서 보건의료단체 전체의 문제로 논란이 확대됐다.

먼저 치협과 대다수 보건의약단체들은 "1인 1개소법이 과도한 영리화를 규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2015년 병협을 제외한 나머지 보건의약단체(의협, 한의협, 약사회, 간호협, 치협)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의료법 제33조 8항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병원을 비롯한 병원계는 법안이 "과잉규제이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2016년 당시 한국의료재단연합회는 "일명 '1인 1개소법'이라고 불리는 법으로 인해 의료재단 운영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기존 법체계 내에서 합법적으로 복수의 의료기관 운영 등에 관여해 오던 의료인이 불법행위자의 지위로 전락했다는 것.

따라서 입법취지와는 달리 개인의료기관 개설자인 의료인이 의료법인에서 일시에서 퇴출되거나 개인의료기관을 폐업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이 법대로 해석한다면 서울대병원장도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을 이 중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지적도 나왔으며, 지난 2009년부터 2016년 3월까지 개인병원을 개설한 의사가 이사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운영에 참여한 국립암센터도 엄밀히 따지자면 해당 법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이런 논란 속에 2015년 네트워크 병원 중 하나인 맨남성의원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제청과 헌법소원을 내면서 기나긴 법리싸움이 시작됐으며, 2016년 3월 10일 헌재에서 공개변론을 진행하며 조속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2016년 김영란 법, 2017년 대통령 탄핵심판, 2018년 헌법재판소 재판관 5명의 임기 만료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오다 결국 지난 8월 29일 '합헌'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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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헌 결정 이후 헌재 앞에서 입장문을 낭독하는 김철수 치협회장 

◆ '합헌' 판결…치협 "입법 보완 지속적 수행" VS 유디 "헌재 결과에 유감, 큰 영향 없다"

헌재에서 1인1개소 법이 합헌으로 결정나자, 당사자인 치협은 "치과계 염원 실현된 날이다"고 평가했다.

치협은 "'1인 1개소법' 합헌으로 국민이 더욱 안심하고 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고, 의료인은 영리추구보다는 책임 진료에 더욱 매진하며, 치과계의 내부결속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의료인 1인 1개 의료기관 개설 조항의 준수와 더불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불법 네트워크 병원'의 실효적인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의료법 및 건강보험법 등의 보완 입법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치협은 헌재 판결날까지 약 1,428일 동안 헌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며 해당 판결에 심혈을 기울인 바 있다.

치협은 "1,400여 일 동안 의료정의를 위해 1인 시위에 참여해 온 동료 치과의사들과 그리고 그동안 뜻을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반면, 이번 판결에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해 '위헌'을 전망했던 유디치과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유디치과 측은 "비록 이미 합법적으로 운영중인 유디치과는 1인1개소법 합헌 결정에 영향 받지 않지만, 불법 입법로비 정황이 뚜렷한 1인1개소법의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은 유감스럽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1인1개소법'은 제정 당시에도 불법적인 입법로비를 통해 개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었으며, 이와 관련해 치협 고위 임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기도 했다.

유디치과 측은 "이 판결로 인해 경쟁력을 갖춘 선진화된 의료기관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가로막혀 국민들이 보다 나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다"며 "하지만 이번 위헌 논란이 1인1개소법을 합리적으로 재개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최근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는 네트워크 병원에 대한 요양급여환수처분 취소 판결을 비롯한 일련의 판결들을 통해 네트워크 병원 운영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유디치과의 운영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디치과 측은 "1인1개소법이 네트워크 병원의 운영을 제한하는 쪽으로 해석될 우려는 사라진 상황이다. 따라서 1인1개소법의 합·위헌 여부가 향후 유디치과의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의료법인 및 병원계 역시 의료법인이 예외로 인정된 만큼, 기존 의료기관 운영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대법원 의료인 이중개설 인정과 배치‥향후 전망은?
 
사무장병원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해당 의료법 조항의 위헌판결을 예의주시해 온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대법원에서 1인 1개소법을 위반하여 의료인 한 명이 두 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더라도 '의료인'이 개설·운영했다면, 의료인에 의해 적법하게 의료행위가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사무장병원'과 달리 요양급여비용을 환수처분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 건보공단을 당황케 한 바 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1인1개소 위반 병원 손 들어준 대법원‥공단 "현행법 사문화">
 
헌재 심판일 건보공단 이사장을 대리해 참석한 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인 김준래 변호사<왼쪽 사진>는 헌재가 의료기관의 영리성을 경계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 해당 판결에 대해 "실효성 있고,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엄연한 불법 임에도 의료인에 의해 개설된 제2의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과 헌재의 판결이 일부 배치되는 데 대해 김준래 변호사는 "오늘 선고된 헌재 판결에 따라 의료인의 이중개설 등에 대한 형사처벌의 규정 등은 유지되기 때문에, 의료기관 복수 소유자들이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의료기관 복수 운영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이중개설해 요양급여비를 지급받을 수는 있으나, 불법에 대한 처벌은 피할 수 없어 의료인에 의한 이중개설은 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의료법인 및 비영리법인에 의한 이중개설은 허용되기 때문에, 다소 까다로운 의료법인 설립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의료기관을 운영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김변호사는 의료기관 경영 소유자와 의료행위자가 분리되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문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덧붙여, 본래 같은날 병합 심리하기로 했던 의료법 제4조 제2항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에 대한 판결이 아직 선고가 나지 않은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오늘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부 선고가 났기 때문에, 해당 조항의 선고 역시 모순되는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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