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의료전달체계 개편대책 `후폭풍`
상급종병 문턱 허물어 놓은 정부가‥환자도 병원도 `불만`

'비용 통제' 방식으로 페널티 등 부과‥병원계 "의료기관에만 책임 전가"
지역 병·의원 신뢰 구축 우선‥환자들도 반감 "이용 제한은 기회 박탈"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9-06 06:09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등 국내의 비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대책'이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증환자는 병의원으로, 중증환자는 대형병원으로 환자의 흐름을 조정한다는 기본적 틀 안에, 이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들이 주로 대형병원 이용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병원계는 물론 환자들도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계는 그간 의료계의 지적에도 정부가 강행한 각종 보장성 강화 정책들이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유도했음에도, 그 책임을 의료기관에게만 지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아직 지역 병의원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들의 대형병원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에,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알리 없는 환자들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은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경증환자는 병의원으로, 중증환자는 대형병원으로‥방법은 '비용 통제'

지난 4일 보건복지부가 그간 미루고 미뤄왔던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오랜 논의 끝에 마련된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의 핵심은 두 가지.

대형병원들이 스스로 경증환자를 줄이고, 중증환자 진료를 늘릴 수 있도록 평가·보상체계를 개선하고, 환자들이 스스로 적정하게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형병원 이용에 대한 비용 부담 등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명칭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하고,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증환자 기준을 기존 21%에서 30% 이상으로 상향하고, 반대로 경증환자의 입원 비율은 기존 16% 이내에서 14% 이내로, 경증외래환자 비율은 17%에서 11% 이내로 대폭 낮췄다.

그 외에도 경증환자를 진료하는 데 대한 '채찍'으로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외래 경증 환자는 종별 가산율 적용도 배제하기로 했다. 대신, 중증환자 진료에 대한 '당근'으로써 중증환자 진료의 적정 수가 지급 및 심층진료 수가의 합리화 등을 약속했다.

환자와 국민의 의료 이용을 개선하기 위해 제시한 카드는 실손보험 보장범위 조정과, 경증질환 외래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 본인부담률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 환자들로 붐비는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병원계 "의료기관에게 일방적 책임 전가‥수용 불가"

이 같은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대해 오는 2020년부터 제4기(‘21~’23)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앞둔 병원계는 실망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권도, 환자를 유인할 방법도 없는 병원들에게, 당장 경증환자 비율을 대폭 줄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주문이기 때문이다.

모 상급종합병원 관계자 A씨는 "아무리 페널티를 부여해도 환자들의 의료 이용 행태가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지금도 수많은 환자들이 가까운 지역 병의원을 두고 굳이 수도권 대학병원 몇 달을 걸려 진료 대기를 하고 높은 진료비를 지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그간 2·3인 병실료 급여화, 선택진료비 폐지 등으로 상급종합병원의 문턱을 허물어 환자 쏠림을 부추겨왔던 정부가, 이제와서 그 책임을 상급종합병원에게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 B씨는 "현재 시범사업 중인 의뢰·회송 시스템도 환자가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병의원이 상급종합병원 의뢰서를 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응급실 등을 통해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며 "찾아오는 환자들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병원협회도 지난 5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현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실망감을 표하며, 병원계 의견을 반영한 개선을 요청하기도 했다.

병원협회는 상급종합병원 경증환자에 대한 종별가산 및 의료질평가지원금 미지급 등의 페널티 등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며, 진정으로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에 쏠리는 이유인 지역사회 병의원에 대한 신뢰 구축을 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병협은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이 "의료기관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감내하라는 식의 제도 설계"라고 지적하며, "환자와 의료공급자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평가한 후 유관단체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영문 모르는 환자들도 반발‥"의료 이용 제한은 기회 박탈"

그간 자유롭게 의료기관을 이용해왔던 환자들은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목적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정부가 단순히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제한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역 소규모 병의원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원정 의료를 떠났던 것이 사실이다.

'의료 쇼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유롭게 의료기관을 이용하던 국민들에게 하루아침에 의료 이용 행태를 제한하겠다고 하면서 반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학병원 이용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고, 비용 인상 등의 방식의 정책이 발표되면서, 국민들은 의료 이용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NS에는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대해 "똑같이 의료보험료 내는데 지방에 있는 환자들은 대형병원도 맘대로 못 가나", "경증인 줄 알았는데 대형병원에서 큰 병인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 선택의 자유를 금지 하지 말라"는 등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반응은 국민들에게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필요성 및 환자들의 자발적인 적정 의료이용 행태 개선 필요성에 대한 정부의 정보 제공 및 홍보 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그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적인데, 독단적인 정책 추진이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며, "유관단체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민을 편으로 만드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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