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상급종병 기준'에 의료전달체계 개편안‥병원 `화들짝`

전문질환군 환자 비율·경증환자 비율 대폭 상승·상대평가에 반영‥"받아들이기 어렵다"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9-06 11:5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기존 예고보다 늦어진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개선안이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의 내용을 대폭 포함하면서 병원들이 화들짝 놀라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하겠다는 정부의 큰 그림에 따라, 평가의 관건은 결국 상급종합병원이 얼마나 경증환자 비율을 줄이느냐에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6일 오전 10시 서울교육대학교 대학본부 종합문화관에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개선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오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유지되는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한 병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이번 설명회는 전국에서 올라온 대학병원 관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실 이번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은 이미 지난 5월 연구용역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말로 예정됐던 지정평가 기준 공개가 9월로 늦어진 배경에는,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큰 틀을 담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오창현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인사말을 통해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내용을 담은 연구 용역을 당장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실무자 의견이 있어서, 가능한 항목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수준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항목은 예비지표로만 넣었고, 이 부분은 5기 때부터 실제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 과장은 지난 4일 발표된 '의료전달체계 단기 개편안'에 대한 병원계의 우려 및 반발을 의식하며, "다음 주 초 무렵 병원 기조실장급 간부를 모시고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설명회를 갖고, 오는 20일 경에는 상급종합병원 병원장들을 모시고 상세히 설명할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라며, "상급종병 지정기준안도 병원들이 수용할 만한 수준으로 논의를 계속해 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뒤이은 복지부 박준형 의료기관정책과 행정사무관의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개정(안)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다.
 
 
이날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상대평가 기준의 환자구성상태였다. 전문 진료질병군 비율 35% 이상에 10점, 21% 이상에 6점을 배분했던 3기 지정평가 기준에 비해 그 폭이 10%가량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4기 지정평가 기준에서는 전문 진료질병군 비율을 44% 이상에 10점, 30% 이상에 6점으로 10%가량 상향됐고, 새롭게 신설된 단순 진료질병군 비율은 8.4% 이하에 10점, 14% 이하에 6점으로, 외래 경증질환 환자 비율도 4.5% 이하는 10점, 11% 이하는 6점으로 배분됐다.

다만, 이번 질병군별 환자 구성 비율은 지난 2018년 10월에 질병군 분류가 100개로 늘어난 만큼, 기존의 외래질병 52개 상병에 대해서만 비율을 산출해 평가하기로 했다.

박준형 사무관은 "상대평가 점수를 결정하는 기준을 궁금해 할 수 있는데, 기존에 상급종병 지정 신청했던 기관들에 대해 군집분석을 했다. 정책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기준 비율을 산출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지정평가 도입을 위한 예비 지표(안)에는 환자 회송 실적과 입원전담전문의의 배치 수준이 포함됐다. 에비평가인 만큼 4기 지정평가에는 미반영 된다.

상급종병 지정평가의 다른 쟁점이기도 한 상급종합병원 수는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향후 진료권역 개선방향이 공개됐는데, 현행 10개 권역을 ▲최소 배경인구 100만 명 ▲최소 40% 자체충족률 ▲병합 기준거리 120분 등에 따라 19개 진료권역 및 22개 진료권역 세분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사무관은 "진료권역을 세분화하게 되면 일부 권역에서는 지정이 안 되거나, 일부 권역은 경쟁 구도가 약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도 19개 권역으로 세분화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최대한 빨리 진료권역 개선 방안을 마련해 알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정부의 급격한 지정평가 기준안에 대한 병원들의 우려와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이 이제 막 발표됐는데, 그 내용을 너무 급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향후 상급종병 평가까지 10개월 여 남았지만, 그 기간 동안 당장 전문 진료질병군을 44%까지 올리라는 이야기에 정말 깜짝놀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태껏 전문 진료질병군 비율을 높이고, 경증 비율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병원들은 너무 당황스럽다. 예고 없이 발표된 이상적인 평가 기준이 바로 적용되는 데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법상 경증환자를 거부할 수 없고,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대형병원 선호사상이 더욱 가중되는 가운데 이처럼 급격한 기준은 지나치다"며, "지역으로 환자를 회송하려고 20~30분 설득하고 노력하고 있는데, 의뢰회송 시범사업이 본 사업으로 시행되기도 전에 평가 지표로 도입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 외에도 진료권역 개편에 대한 병원들의 우려도 제기됐다.

지방 대학병원 관계자는 "인구가 적은 권역은 상급종합병원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인가"라며, "종합적으로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료권역이 개편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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