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가 똑똑하게 '치료제' 특허를 방어하는 법‥"제형 변경"

허셉틴·리툭산 SC 제형 출시로 '특허 위기' 극복‥개발 어렵다는 난관 존재
박으뜸기자 acepark@medipana.com 2019-09-09 12: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지금까지 오리지널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견제해 오던 전통적 방식은 '적응증을 추가하면서 특허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었다.
 
이는 주력 제품의 매출이 특허 기간 만료 후 급격하게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신물질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제형 변경'이라는 견제 방식이 한 가지 더 추가됐다. 오리지널사가 보유하고 있는 오리지널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한다면, 바이오시밀러 업체 입장에서는 그만큼 관련 시장 진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커진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약 없는 R&D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충족시킬 신약 개발에 성공했을 경우, 여러 종류의 특허를 통해 독점권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한번에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신약 개발이 이제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등 파머징 국가들에 있는 제약사들로까지 확장되는 분위기이다. 과거보다 신약 개발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진만큼,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 효율성(ROIC)도 지난 20년간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은 ①이미 개발된 오리지널 제품의 수명은 최대한 연장하고, ②새로 개발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경쟁사 제품의 신규 진입을 최대한 까다롭게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빅파마들이 택한 전형적인 전략은 '특허'를 통해 신규 진입을 차단하는 방법이었다. 오리지널사들이 제품에 대한 특허를 청구하고 있는 범위는 ▲물질(신약의 최초 약리성분) ▲적응증(indication) ▲제조방법(Process) ▲제형(Formulation)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 최근 주목할 만한 것은 `제형(Formulation)` 변경을 통한 특허 등록이다.
 
저분자 의약품은 대부분 경구를 통해 약을 복용하기 때문에 제형(Formulation) 변경을 통한 차별화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렇지만 바이오의약품의 경우는 다르다.
 
바이오의약품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 그 자체가 바로 약의 효능을 갖기 때문에 그 모양이 변하게 되면 약으로써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소화기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우리의 체내로 흡수될 수 있는 IV 제형이 바이오의약품의 일반적인 약물 투여 방식이 될 수 밖에 없다.
 
반면 IV 제형의 문제점은 바로 `불편함`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의료환경이 다른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 2~3주 마다 직접병원에 가야 하는 불편함은 더욱 커진다.
 
그렇기에 만약 기존 IV 제형을 SC 제형으로 변경해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면, 이는 기존 제품들과 큰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제형 변경을 통해서 기존 제품에 대한 수명 연장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예는 로슈의 `허셉틴(Trastuzumab)`이다.
 
허셉틴은 HER2 수용체를 타겟으로 하는 항체의약품으로 2018년 기준으로 연간 8조원이 팔린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서의 특허가 각각 2014년 7월, 2019년 6월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유럽에서의 매출액은 2018년 초부터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상황에서 로슈가 IV 제형을 SC 제형으로 변경해 시장에 출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최석원 애널리스트는 "물론 IV 제형은 약물에 대한 혈중 농도를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명확하다. 이 때문에 IV 제형이 모두 SC 제형으로 대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SC 제형은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편의성 및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고, 이미 검증돼 있는 약물이 SC 제형으로 나온다면 파급력은 클 수 밖에 없다. 로슈가 기존 허셉틴 및 리툭산에 대한 제형을 SC 제형으로 변경해 다시 출시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허셉틴 SC 제형과 리툭산 SC 제형 모두 피하의 ECM(Extracellular matrix) 구조를 일시적으로 뚫을 수 있는 할로자임 테라퓨틱스(Halozyme Therapeutics)의 'Enhance' 기술이 접목돼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물질 특허가 새로 걸려있다.
 
결론적으로 로슈의 '이미 검증이 된 물질을 기반으로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형 변경을 하면서 특허 기간까지 늘리는 전략'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최석원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전략을 택함으로써 이제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SC 제형으로 변경하는 것까지 돈과 시간을 써야 한다. 물론 SC 제형 말고 IV 제형만 개발해서 시장에 판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요자는 이미 SC 제형을 더욱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로슈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IV 제형 제품들을 SC 제형으로 계속 변경하려 하고 있다. 병용 투여 전략을 더욱 쉽게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한 견제는 용이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와 병원 입장에서도 IV 제형보다 SC 제형이 편의성이 훨씬 높다.
 
SC 제형이 기존 IV 제형 대비 수요자(병원, 환자)에게 주는 장점은 ①주사로 약물을 투여할 때 환자의 고통을 줄일 수 있고, ②매번 병원에서 장시간 동안정맥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도 줄일 수 있고, ③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④감염에 대한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만약 SC 제형이 기존 IV 제형보다 비열등하다면 굳이 기존의 IV 제형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다.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정맥주사를 놓기 위해서는 숙련된 의료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정맥주사제를 준비하기 전까지 많은 준비과정이 필요하다는데 있다.
 
최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IV 제형으로 출시된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파우더 형태로 바이알에 보관돼 있는데, 이를 액체 형태로 바꾸는 Reconstitution 과정과, 액체로 바뀐 약물을 식염수에 희석하는 Dilution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아무리 숙련된 의료진이라고 하더라도 최소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약물 투여 용량이 환자의 몸무게와 비례한다. 예를 들어 같은 허셉틴이라도 투여 받는 환자의 몸무게와 횟수, cycle 등 투여 방법에 따라 투여되는 용량이 모두 달라진다. 의료진은 이를 모두 계산해서 투여할 약물을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르게 된다.
 
반대로 SC 제형의 경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의 몸무게와 관계 없는 동일 용량이다. 또한 준비 과정이 없다. 병원 의료진 입장에서는 준비 과정이 간편하고 의료 사고에 대한 위험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약사 입장에서는 SC 제형 개발 자체가 쉬운 길은 아니다. SC 제형 개발을 위해서는 IV 제형에서는 고민하지 않았던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약물의 양이다. SC 제형은 약물을 피하로 주입하는 것인데, 사람의 피하 조직에 있는 ECM(Extracellular Matrix; 세포외기질)은 매우 치밀한다. 약물의 양을 충분히 줄이지 못했거나, 혹은 줄였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ECM 구조를 뚫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최 애널리스트는 "H/W 디바이스(주사기)의 중요성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은 1세대 바이오의약품인 인슐린에서 관련 디바이스의 중요성을 습득했다. 그리고 이를 항체의약품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관련 디바이스에 수많은 특허를 걸어놓음으로써 신규 player의 진입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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