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이주 앞두고 '어쩔 수 없이' 의원 이중개설 했다?

타 의사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운영하며 의료행위까지 수행‥법원 "불가피한 사정 참작 어려워"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09-18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재개발로 의원 이주를 앞둔 의사가 약 3개월간 타 의사의 명의로 의원을 개설 운영했다가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건설회사로부터 임대차보증금과 이주보상금을 받지 못해 기존 의원 폐원 및 새 의원 개설 운영에 지연이 이뤄진 것이라는 의사의 주장에도, 법원은 이를 불가피한 사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결이다.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에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패했다.

서울고등법원 제8행정부는 앞서 A씨의 손을 들어 준 1심 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3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합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의사인 A씨는 지난 2001년 4월부터 2011년 12월 5일까지 B의원을 개설 운영하던 중, 2011년 9월 14일부터 2011년 12월 4일까지 약 3개월 간 의사 C씨의 명의로 D의원을 개설 운영했다가 다시 2011년 12월 5일부터 B의원을 폐업하고 자신의 명의로 D의원을 개설 운영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12월 6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한 구 의료법 제33조를 위반한 혐의로 3개월의 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기존의 B의원을 운영하면서 그곳에서 의료행위를 함과 동시에, C씨의 명의로 D의원을 개설 운영하면서 그곳에서도 의료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씨는 구 의료법 제33조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원을 개설 운영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를 고용하여 그 의사 명의로 새로운 의원을 개설하고 그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물론 직접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할 뿐, 새로운 의원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단지 이를 개설 운영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즉, A씨는 C씨의 명의로 D의원을 개설 운영했을 뿐, D의원에서 의료행위를 한 적이 없으므로,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현지조사 당시 C씨는 본인이 시술 경험이 많지 않아 A씨가 D의원에서 신경차단술, PRP 시술 등을 담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사건 형사사건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환자들은 B의원에서 A씨로부터 진료를 받다가, 어느 날부터 B의원에서는 물리치료 등만 하고, 시술은 길 건너에 있는 D의원에서 한다는 안내를 받아 D의원에서 A씨로부터 시술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이 개설한 B의원을 운영하는 도중에 C씨 명의로 D의원을 개설 운영한 것은 물론, 의료행위까지 한 혐의가 입증됐다.

그러자 이번에 A씨는 자신에게 의료기관을 이중개설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A씨는 임차한 건물에서 B의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건물이 재개발사업 구역으로 편입되면서 건설회사와 이주보상금 5,500만 원과 임대차보증금 5,000만 원을 모두 지급받고 이주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합의한 바 있다.

이에 A씨는 재개발 구역에 속한 건물에서 B의원을 운영하면서 B의원 폐업 후 의료업 공백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의료기관 개설을 미리 준비해야 했고, 상대방의 이주보상금 등의 지급 지연으로 B의원의 폐원 및 이주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 약 3개월 동안 이중개설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D의원 개설 운영시기, B의원의 폐원 및 D의원의 개설자 명의변경 등에 비추어 보면 새로 개설한 D의원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종전 B의원을 폐원할 때까지만 다른 의사 명의로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그곳에서 일부 진료행위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의료법 위반에 이르게 된 이러한 동기와 경위는 이중개설에 의한 의료법 위반행위의 일반적인 경우와 견주어 참작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재개발사업 시행자와 '임대차보증금과 이주보상금을 모두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주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임대차보증금 등을 지급받기 위하여 B의원을 폐원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A씨가 B의원을 폐원한 후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데에 특별한 장애나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A씨의 사정으로 인해 C씨 명의로 D의원을 개설 운영했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A씨가 그곳에서 의료행위까지 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A씨의 행위가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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