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리베이트 이어 불공정 거래까지 조사 나서나

특허권 남용·대리점법 등 초점…조사 대응 매뉴얼 마련해야
김창원기자 Kimcw@medipana.com 2019-10-10 06:06
그동안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등에 대해 조사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으로는 특허권 남용이나 거래상 지위 남용 등의 행위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으로 예상돼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태평양 강일 변호사(사진)는 8일 제약특허연구회가 개최한 2019년 하반기 정기세미나에서 '제약분야 공정거래 집행 동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강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그동안 공정위는 제약 분야에서는 제약사와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 사이의 거래에서 불법 리베이트 지급을 통한 고객 유인 행위에 중점을 두고 조사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간 거래 혹은 라이선스 거래 등에 있어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는 것으로, 조만간 이러한 부분에 있어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갑질'부터 과도한 특허전략까지 전방위 조사
 
구체적으로 강 변호사는 제약 분야의 공정거래 이슈로 제약사 사이의 공동마케팅 또는 공동프로모션, 역지불 합의, 에버그린 특허 전략, 경쟁제한적 거래 조건 강요, 부당한 라이선스 거절, 기타 부당한 거래 조건 등을 꼽았다.
 
제약사 간 공동마케팅의 경우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거래 당사자 중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불공정한 계약일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어느 한 쪽에서 '갑질'을 당하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순간 공정위가 적극 개입해 조사에 나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과거 GSK와 동아제약에서 문제가 불거졌던 역지불 합의 사례도 주의해야 한다. 당시 양사는 `조프란`과 `온다론`의 판매와 관련해 특허소송을 진행했는데, 이후 동아제약은 온다론을 시장에서 철수하고 GSK는 그 대가로 동아제약에 신약 판매권 및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합의해 특허분쟁이 마무리됐다.
 
이에 공정위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판단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던 것으로, 공정위는 역지불 합의를 담합으로 간주하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기존 특허의 존속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새로운 특허를 등재해 특허권을 지속해가는 에버그린 전략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정위는 에버그린 전략이 경우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허가특허연계제도로 인해 에버그린 전략이 반경쟁적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제한적 거래 조건을 강요하는 사례는 특허권자가 실시권자에게 실시권을 부여하면서 서로 다른 기술을 이용해 상호 경쟁하지 못하게 하는 조건 등 거래를 제한하는 조건을 부과하는 행위를 말한다.
 
실시권을 부여한 특허와 무관한 기술에 대해 개발 자체를 제한하거나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등의 경우 계약에 따라 정해진 것이라 해도 거래상대가 문제제기를 하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당한 라이선스 거절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특정 지식재산권이 제약 분야에서 표준이 된 경우 라이선스를 거절하거나 부당한 로열티 조건을 부과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특허와 관련해서는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공정위원장이 제네릭 출시 및 판매를 방해하기 위해 특허권을 남용하는 것에 대해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끼워팔기나 과도한 수준의 판매 목표 혹은 구매 수량을 강요하는 행위, 지적재산권의 실시권자가 개발한 개량기술을 적절한 대가 없이 무상 허여를 강요하는 행위, 경영 자료나 판매량 자료 등을 요구하는 경영 간섭 행위 등도 이슈가 될 수 있다.
 
강 변호사는 "이런 것들이 공정위가 일반적으로 살펴보려고 하는 쟁점"이라면서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례화 될 수 있고, 구체적으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강일 변호사는 최근 공정위에서 대리점법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리점법상 대리점은 개념상 '대리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곳 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약국, 코프로모션 상대방 등도 모두 포함된다.
 
다만 거래상 지위를 제약사가 더 갖게 되는 경우가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에 병원이나 약국을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유통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으려고 한다. 코프로모션의 경우에도 일방 당사자가 불공정하다고 이슈를 제기하지 않는 한 문제삼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도매업체의 경우에는 다르다. 제약사보다 '갑'인 도매업체도 일부 있지만, 공정위는 도매업체가 '을'이라는 관점에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
 
강 변호사는 "도매업체가 제약사와 거래하면서 어떤 이슈가 있고, 이런 조항들은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공정위에 어필하고 있다면, 내년에 정리해서 이슈가 많이 나온 제약사나 유형부터 살펴보게 될 것"이라면서 "그런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도매업체와의 거래에 있어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어지던 것 중에 불공정한 부분이 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해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 조사 대응 매뉴얼 마련해야
 
강일 변호사는 공정위가 실제 조사를 진행할 경우 대응하는 데 있어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정위의 경우 검찰과 달리 영장 없이 조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제약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자료를 영치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동의하지 않기는 어려운 만큼, 현장 조사를 나왔을 때 어느 선까지 협조하고 제출할지 사전에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당한 조사를 거부할 경우 조사방해 등의 이유로 벌칙조항이 있는데, 정당한 조사 범위를 법리적으로 따지기 어려워 다툼이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강 변호사는 "제약사는 특허전략이나 마케팅 등과 관련해 민감한 자료를 많이 갖고 있는데, 제약 분야와 관련된 이슈가 역지불 합의나 특허권 남용 등의 쟁점이다 보니 특허 출원부터 관련 소송 시 대응 전략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게 된다"면서 "방어권 차원에서 어디까지 제출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법률적 다툼이 있어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조사 시 사무실의 PC와 노트북, USB, 외장 하드디스크 등의 자료를 복사하거나 영치하는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회사 측에서 자료를 내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공정위는 조사 기간을 확대하고 자료를 가져가는 대신 정보를 얻기 위해 임직원들을 조사하게 된다.
 
이는 곧 회사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일부 자료에 대해서만 영치에 동의하는 등 타협점을 찾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민감 자료가 영치되지 않도록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
 
여기에 최근 공정위 조사의 특징으로 대표이사에 대한 조사로 이어진다는 점을 꼽았다.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시정조치 중에는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이 있고, 추가로 형사고발을 할 수도 있다.
 
일례로 역지불 합의의 경우 담합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법인 뿐 아니라 실무자와 결재하는 임원까지 고발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검찰에서 다시 조사를 실시해 벌금이나 징역형 등을 구형할 수도 있다.
 
문제는 조사 과정에서 결재 라인을 타고 올라가기 때문에, 결재하는 최고 임원까지 조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결재라인의 최고직책까지 조사해야 형사고발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보고 체계에서 고위 임원을 빼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런 이유로 대표이사까지 조사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표이사의 방을 조사하게 되면 민감한 자료까지 노출될 수 있어 불필요한 자료는 제거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회사에서는 현장 조사를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지 매뉴얼을 갖고 있는 게 좋다"며 "개별 자료에 대해 어떤 취지로 작성했는지 소명할 수 있어야 오해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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