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기저귀 해결해도‥"처리업체 독점 문제 해결돼야"

의료폐기물 처리 업체 13곳 독점으로 의료기관 처리 부담 지속적 증가
처리업체 신·증설 및 대학병원 멸균시설 설치 등 자체 처리 방안 제안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10-10 11:4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료폐기물 처리에 대한 부담 속에 일회용 기저귀의 의료폐기물 제외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처리 시설의 신증설 및 의료기관의 자체 멸균처리시설 개설 허용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10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의료폐기물 관리제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실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의료폐기물 량에도 전용 소각장은 13곳에 불과한 현실에서, 현 의료폐기물 관리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환경부 권병철 폐자원관리과장은 의료폐기물 발생량 저감 대책으로서 비감염환자의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정책방안을 소개했다.

앞서 환경부는 비감염환자의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 폐기물로 분류하는 내용의 폐물관리법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가 의료폐기물처리업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새로운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령안을 마련해 재입법예고한 상황이다.

해당 재입법예고된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령안은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폐기물과 똑같이 처리하는데 대한 감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폐기물 소각시설에서 처리하도록 하되, 일회용 기저귀를 개별로 밀폐 포장하여 전용봉투에 담아 배출하고, 운반할 때도 별도의 냉장차량(4℃ 이하)을 이용하여 별도의 장소에 보관하는 등 보관기준을 준수하도록 규정했다.

뒤이어 보건복지부 오창현 의료기관정책과장이 복지부 차원에서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기저귀의 감염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오창현 과장은 "의료기관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병원 의료페기물이 적절히 처리되도록 하는 취지에서 환경부 입장을 공감하고 노력하고 있다. 앞서 환경부가 요양병원 일회용 기저귀 의료폐기물 제외 내용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고, 복지부는 의료관련 감염관리학회에 자문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회에서는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폐기물과 같은 방식으로 보관, 운반, 처리해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다. 이에 혈뇨, 혈변 및 감염 질환, 1군 법정 질환군, 항균제내성균 환자의 일회용 기저귀를 제외하고서는 일반폐기물로 분류해도 된다는 내용을 받았고, 이를 토대로 복지부의 의견을 회신한 바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폐기물관리법 개선안에 따르면 일회용 기저귀의 배출, 운반 과정은 기존 의료폐기물 과정과 달라진 바 없다. 하지만, 복지부는 요양병원에서 감염, 비감염 환자의 기저귀가 섞이지 않도록 교육·홍보를 더욱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요양병원은 의료기관평가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인증기준 조사 때 해당 개정된 내용이 잘 지켜지는 지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복지부가 자문을 받았던 대한의료관련감염학회의 정책이사인 가천대학교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폐기물 처리로 인한 병원들의 재원 부담 문제를 제기했다.

엄 교수는 "대한병원협회에서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인데, 아직 미발표 자료고 병원마다 다르지만, 한 환자의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이 하루에 약 3,000원으로 나왔다. 연 환자 수를 1천만 명으로 잡으면 의료폐기물 처리에 300억 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 가운데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결국 병원들의 재원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는 뜻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요양병원 '비감염 환자'의 일회용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지만, 엄 교수는 요양병원에서 '비감염 환자'와 '감염 환자'를 분류할 수 있는 인력도 재원도 없다고 꼬집었다.

엄 교수는 "요양병원에서는 감염 의심 환자를 감시 배양해 확인하는 과정에 대한 수가가 전혀 보전되지 않아 인력도 재원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폐기물을 의료폐기물로 배출해야 하고, 어떤 폐기물을 일반폐기물로 배출해야 하는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의료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일회용 기저귀의 일반폐기물 전환 문제에서 더 나아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염익태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의료폐기물 처리 업체 13곳의 독점으로 인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의료폐기물 처리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계속해서 증가하는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 및 의료기관에 대한 갑질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의료폐기물 처리업체의 갑질로 우리 지역 요양병원들이 수개 모여 의료폐기물의 수집과 운반을 자체적으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단순히 가격을 올리고 하는 차원에서 넘어서 '싫으면 말아라'식으로 갑질을 하니 정말 참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염익태 교수는 "따라서 근본적으로 의료폐기물 처리 업체의 신증설이 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대학병원에서 멸균 처리시설을 마련해 자체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세라 기획이사 역시 "대학병원 멸균시설을 갖추어 의료기관이 스스로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도록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시설 자금을 지원해주고 자체 처리하게 해주고, 건강보험 수가를 반영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권병철 환경부 과장은 "환경부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의료폐기물 분리배출을 강화하고, 의료폐기물 처리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신설하려는 업체와 지자체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지자체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커, 허가 단계에서 좌절되는 경우가 많고 소송까지 진행되는 사례도 많다. 환경부는 지역 주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폐기물 처리 시설을 불허하고 있지는 않다. 지속적으로 지자체 설득하고 협의하여 소각시설을 확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일정규모 이상 대형병원 내 자가 멸균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교육환경보호법' 개정을 검토·추진하고 있다. 또한 일반 의료폐기물에 한해 전용소각제도를 폐지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비상 시에는 한시적 전용소각제도를 폐지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의료폐기물처리업체는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그간 일회용 기저귀의 일반폐기물 전환 문제에 반대해 왔던 업계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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