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 MRI·CT 처방권 두고 학계 내부 '논란'

삼성서울병원 홍승봉 교수 "보험재정 낭비‥ 미국·캐나다에선 직접 처방 제한"
대한영상의학회 "외국의 법안 잘못 이해한 해석"…영상의학과 처방 비율도 낮아
박민욱기자 hopewe@medipana.com 2019-10-21 06:07

shutterstock_1243951690.jpg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MRI, CT와 관련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이를 단독으로 처방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대학병원 교수가 과도한 처방으로 인한 보험급여 재정 누수를 우려하며, 해외 사례를 언급한 것인데 이에 대한영상의학회가 반박에 나섰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는 최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MRI, CT 장비를 소유하고 있을 때에는 직접 처방을 낼 수 없다"며 "우리나라에는 이런 규정이 전혀 없어 불필요한 보험재정 낭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를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 발표 이후, MRI와 CT 급여화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0월 1일 뇌·뇌혈관 등에 대한 MRI 보험적용을 시작으로, 올해 복부, 흉부, 두경부를 거쳐 오는 2021년까지 모든 MRI 검사에 대해 급여를 적용할 계획.

이런 제도의 변화로 환자의 비용부담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MRI나 CT 촬영이 중소병원과 의원급까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지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그 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전문의가 처방하도록 해 정말 필요한 환자에게 MRI나 CT를 촬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홍 교수는 "예를 들어 두통 환자에서 뇌 MRI가 필요한지 아닌지는 두통 환자의 진료에 대해 수련을 받고 진료하고 있는 신경과 의사가 판단해야 한다"며 "심장, 암 등도 MRI가 필요한지 여부는 그 병에 대하여 배우고 진료하고 있는 내과 등 임상의사가 판단하고 처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너무 급격한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로 인하여 급여 처방 시 필요한 조건, 규정의 보완이 없이 진행되고 있어서 보험재정이 낭비가 심각하다. 이는 결국 다른 중증 질환 환자들의 치료비가 삭감당하고, 국민 보험료 증가의 원인이 된다. 국민들의 혈세인 보험재정은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의 유명 의대 교수에 이메일을 보냈고, 이에 대한 회신을 소개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미국 스탠포드대병원 신경과 로버트 피셔 교수는 "미국에서 법적으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MRI 검사를 처방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보험사는 MRI 검사가 꼭 필요했는지를 따지기 위해 내과나 신경과 등 임상 의사의 소견서를 확인한다. 따라서 영상의학과 의사는 임상 의사의 소견서를 보험회사에 보내야 한다"며 "(작은 병원에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MRI 기기를 소유한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엔 영상의학과 의사가 MRI 처방을 하지 못하도록 한 법도 있다"고 전했다.

해당 법은 'Stark(스타크)법'으로 영상의학과 의사는 본인이 MRI 장비를 소유하고 있을 때(영상의학과 개원의 경우)에는 이해충돌로 인해 MRI 등 영상의학과 검사를 직접 처방하지 못하게 하는 법으로 이 법을 어길 경우에는 벌금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캐나다 캘거리 의대 사무엘 위베 교수 역시도 "캐나다에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영상검사를 처방하지 않는다. 질환을 치료하는 임상의 (신경과, 신경외과 등) 의사가 처방하는데 종합병원, 개원의 모두 적용된다"고 전했다.

끝으로 호주에서도 영상의학과 의사가 영상 검사를 처방할 수 없고, 오직 임상 의사(내과, 신경과 등)만 영상 검사 처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홍 교수는 "사용자 입장에서 보험제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미국에도 있는 규정인 stark법이 한국에 없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규정을 통해 과잉처방이 예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홍 교수의 주장에 대한영상의학과는 "잘못된 정보"라고 선을 그으며, "왜곡된 정보로 인한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한영상의학회는 "'해외에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MRI, CT 처방을 직접 낼 수 없다'는 주장은 홍 교수가 해외에서 시행되는 '자가 의뢰 금지 제도'에 대해 왜곡해서 배포한 내용이다"고 전했다.

영상의학회에 따르면 미국의 스타크 법안(Stark law)이란, 각 의료기관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검사 장비를 이용해 환자를 검사하는 자가 의뢰(self rererral) 행위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자가 의뢰의 경우 꼭 필요한 검사 외에도 경제적 유인에 의한 검사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한 곳으로 일부 예외(대학병원, 응급환자, 일반촬영, 투석환자, 스크리닝 서비스, 격오지, 재정적 이해관계가 없는 동업 등)를 제외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검사 장비로 자기 병원에 내원한 환자의 검사를 직접 시행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 골자이다.

따라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물론 모든 의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상장비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처음 내원한 환자의 검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다른 병원에서 의뢰된 검사만 시행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상의학회는 "우리나라에 스타크 법안을 적용하게 된다면 MRI, CT를 운용하고 있는 전문병원, 의원들은 전문과목과 관계없이 본인의 병원에 처음 내원한 환자의 검사를 시행할 수 없고, 반드시 다른 의료기관에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CT, MRI 장비를 운영하는 의원이 대부분 영상의학과 의원이기 때문에 영상의학과 의원이 직접 처방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실상은 모든 의사가 자신의 병원에 직접 내원한 환자의 검사를 시행할 수 없는 것이다"고 전했다.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처방하는 의원은 전국 100곳도 안 되며 대부분 주치의가 처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상의학회는 "현재 전국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처방을 담당하고 있는 영상의학과 의원은 100곳도 되지 않는다.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처방하는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물며 실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MRI 처방을 대부분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담당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대한영상의학회는 회원들에게 과도한 처방을 지양하도록 지나치게 많은 처방을 하는 주치의들과 충분히 토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2019 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금지>'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메디파나뉴스

[학회ㆍ학술] 최근기사

많이 본 뉴스

댓글 쓰기

실명인증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박민욱기자의 다른 기사

로그인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