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주취환자 돌려보냈다가 사망‥法 "주의의무 위반"

주취 문제로 판단해 아무런 조치 및 설명 없이 귀가 시켜‥"금고 8개월 집행유예"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10-21 11:39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술에 취해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가 귀가 후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에서, 사건 당시 응급실 당직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건 당시 난동을 피우는 환자를 주취 문제로 판단, 별다른 조치나 설명도 없이 환자를 귀가 시킨 것은 엄연한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최근 대법원이 의사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인 창원지방법원의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사진 실루엣 처리)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4년 5월 6일 새벽녘.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응급실에 당직을 서고 있던 A씨는 환자 B씨가 6일 새벽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도착하자 진료를 보려했으나, B씨가 병원진료를 보지 않겠다며 주정을 부렸다.

B씨는 소변기에 대변을 보고 바닥에 토를 했고, 화장실 바닥에서 뒹굴었다. 당시 A씨는 코피를 흘린 상태였고, 얼굴 오른쪽 눈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의사 A씨는 B씨가 정신을 차린 후 진료를 보기로 하고 A씨를 2시간 반 가량 대기시켰으나, 여전히 병원진료를 보지 않겠다며 진료에 협조하지 않아 진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A씨는 B씨에게 한 쪽 눈에 멍이 들어 있는 것 외에 특별한 외상은 없다고 판단해 더 이상의 진료를 포기하고 경찰관과 보호자를 호출했다.

이후 B씨의 처가 응급실에 도착하자 A씨는 "남편이 술이 많이 취해서 치료를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남편을 집에 데리고 가서 술이 깨면 병원으로 데리고 오세요"고 말하고 B씨를 귀가시켰다.

결국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간 B씨는, 같은 날 오후 두개골 외상에 의한 뇌출혈을 원인으로 사망하고 만다.

당시 B씨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A씨는 "주취자라고 생각하고 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당시 B씨의 행동이 술 취하였을 때 보이는 행동을 하였고, 뇌출혈을 의심할 만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CT 촬영을 하자고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B씨에게 뇌출혈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고, CT 촬영 등의 조치가 불가능했으므로 업무상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이 의뢰한 감정서에서는 "당직의사는 환자에게 두개골 골절이나 뇌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뇌 CT촬영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촬영 협조를 구하거나, 환자가 만취 상태라 환자 본인에게 설명이 불가능하고 협조를 구하기 어려웠다면 나중에 온 보호자에게 뇌 CT촬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뇌 CT촬영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직의사가 다시 확인할 때 충분한 진찰을 하였다면 뇌 CT등 검사를 하였으리라 판단된다"고 기재돼 있었다.

더불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에서도 당시 응급실 CCTV에서 A씨는 휠체어에 탄 상태에서 우측 팔,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점을 들어 뇌 CT를 시행했다면 바로 응급치료가 시작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혀, A씨의 과실이 있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사는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비록 피해자가 주취상태에서 CT촬영을 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뇌출혈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CT촬영이 가능한 상태에 이르도록 노력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만약 곧바로 CT촬영 등을 시행할 수 없는 상태여서 부득이 퇴원 조치를 하는 경우라면, 보호자로 하여금 뇌출혈 가능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피해자가 이상증세를 보이는 경우 즉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국 A씨가 환자 B씨에게 CT 촬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후 보호자에게 뇌출혈 가능성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아 B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 A씨에게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의 죄를 물어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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