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과 유리슬라이드→디지털 수가화? 삼성서울병원 첫 발

보건복지부, "디지털 병리에 대한 수가 or 가산 긍정적 검토..구체적 로드맵 마련할 것"
서민지기자 mjseo@medipana.com 2019-11-01 06:02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암 환자 증가와 정밀의료 도입, 병리과 전공의 감소 등으로 유리 슬라이드를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병리' 개념이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국내 처음으로 디지털 병리를 도입했으며, 정부에서는 환자 편익을 고려해 수가 마련이나 인센티브 부여 등을 고려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송상용 교수는 31일 대한병리학회 인피니트헬스케어 미디어에듀케이션에서 "환자의 시간과 재정을 대폭 절감할 수 있도록 EMR·5G와 연동한 디지털병리를 완전 구축했다"고 밝혔다.
 
디지털병리 워크플로우는 병리과의 모든 업무가 디지털화된 것으로, 검체가 포함된 유리 슬라이드 스캐너를 사용해 디지털 영상으로 획득한 후 이를 진단, 관리, 공유, 분석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현미경으로 유리 슬라이드를 살폈다면 디지털 병리 환경에서는 모니터 앞에서 디지털 영상을 진단하게 되며, 2차 진단을 비롯한 협진을 할 때도 슬라이드 대신 디지털 파일을 공유하면 된다.
 
송 교수는 "인구고령화로 암환자가 증가하면서 병리과 업무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문제는 병리과를 선택하는 전공의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병리 진단이 지연되고 뒤따르는 치료, 시술도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체가 포함된 유리 슬라이드를 주고 받다 보니 운반 중 손상되거나 심지어 분실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2차 진단이나 협진 등도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무엇보다도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경우 이에 따른 재정, 시간 부담이 발생해 많은 불편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료진과 환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삼성서울병원은 올해 4월 인피니트헬스케어의 디지털 병리 솔루션 'INFINITT Digital Pathology'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활용 중이다.
 
송 교수는 "병원의 비용은 물론, 환자 비용과 정밀진단 비용 등을 모두 절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미래에 사용해야 할 의료비용 지출을 줄여 건강보험 재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디지털 병리에 이어 인공지능 분석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는 젊은 병리의사들이 없어지면서 슬라이드를 정리하고 통계를 내줄 하부조직(보조인력)이 무너진 데 따른 것"이라며 "병리조직의 디지털화에 이어 인공지능 접목시 병리의사들의 업무 과부하 문제가 대폭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접 솔루션을 운용하고 있는 장기택 교수는 "보관과 관리, 판독 등이 효율화되는 것은 물론, 육안으로 놓칠 수 있는 부분도 더 정확하고 면밀히 판독할 수 있다"면서 "이는 곧 환자의 안전과 만족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리과 교수실이 외부 이전을 앞두고 있는 것도 디지털 병리 도입의 배경 중 하나"라며 "슬라이드를 가지고 돌아다닐 필요 없이 본원과 원격으로 영상 및 판독 소견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특히 최근 개발된 데이터 분석 기술 또한 디지털 병리 도입을 앞당긴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딥러닝, 인공지능 등의 기술로 환자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와 다학제 진료 실현을 목표로 한 것.
 
장 교수는 "지난해 AACR(미국암연구협회) 학술대회에서 들었던 구글의 기조 연설로 디지털 병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이는 인공지능을 사용해 병리 조직을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으며,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 병리 현미경을 통해 암 가능성 있는 조직을 표시하는 내용이었다"면서 "병리조직은 질병 진단과 예후 예측, 치료 사후 관리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만큼 반드시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내재된 가치를 십분 활용하고자 솔루션을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러 제품 중 INFINITT Digital Pathology Solution을 선택한 이유로는 병원 시스템(EMR)과의 호환, 의료영상처리 기술력, 안정적인 유지·보수 서비스 등을 꼽았다.
 
장 교수는 "실제 도입 이후 슬라이드 보관, 대출, 반환 등의 업무가 대폭 줄었으며, 슬라이드를 찾을 필요 없이 솔루션을 통해 바로 소견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면서 "특히 컨퍼런스 시 슬라이드와 검사 결과를 솔루션으로 바로 조회해 논의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병리 도입 전국 병원 확산 가능성? 정부 "수가 or 인센티브 긍정적 검토"
 
이날 병리학회 보험정책포럼에서도 디지털 병리에 대한 편익이 강조됐고, 이에 따른 보험급여 필요성이 제기됐다.
 
학회 측에서는 "디지털화와 관련해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서 "일본의 경우 병리과 슬라이드를 디지털이미지로 획득하는 시스템을 국가에서 절반 가량 지원해 많은 병원들이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자문이나 병원간 이동, 교류, 진단 정확성 향상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병리 진단과 관련해서 큰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단계인만큼 각 의료기관에 맡겨 놓고 알아서 따라가게 하는 것보다는 국가차원의 병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도 "큰 틀에서 보면 병리 슬라이드를 디지털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면서 "영상의학과에서 PACS 도입시 가산이 있었던 것처럼 디지털 병리 역시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하드웨어 구축 기반 마련을 지원해야 할지, 아니면 수가를 더 주는 부분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수가 마련이나 인센티브 보상 등을 위해서는 건보 의사결정을 위한 설득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올해말, 내년초에 한다고 확답하기는 어렵다. 구체적 로드맵은 없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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