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 장례식장 설치 불허한 행정청과 법정 다툼, 결과는?

법원, 중대한 공익 배치될 경우에만 허가 거부 가능‥막연한 사정만으로는 예외 인정 못해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11-07 06:01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료기관 일부를 장례식장으로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한 병원이 관할 행정청과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승소했다.

제3자에 의한 장례식장 운영 의혹 및 교통 불편, 민원 발생 등의 막연한 사유로 변경을 불허했던 관할 행정청에 대해, 법원은 허가를 거부할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며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의사 A씨가 해당 관할 B행정청에 제기한 불허가처분 취소소송에서 B행정청으로 하여금 의사 A씨에 대한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 불허가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3월 19일 지상 6층, 지하 1층 건물의 지상 1층, 3층 내지 6층 등에 관해 관할 B행정청으로부터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아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12월 11일, 해당 건물 지하 1층, 지상 2층에 이 병원의 시설로 장례식장을 설치하기 위하여 B행정청에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했으나, 12월 18일 신청 불허가 통지를 받았다.

B행정청이 개설허가사항 변경 불허를 한 배경에는 앞서 해당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2층을 제 3자인 C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려고 한 정황이 있으며, 해당 건물에 장례식장이 들어올 경우 교통사고가 우려되고, 장례 차량의 통행이 어려우며,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 의료법에서는 의사 등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관할 행정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관할 행정청은 개설하려는 의료기관이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개설허가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 개설허가 또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허가는 기본적으로 일반적 금지의 해제라는 허가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관할 행정청은 의료기관 개설허가신청 또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허가신청이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부합한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하여야 하는 것이 옳다.

다만 재판부는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의료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관할 행정청은 의료기관 개설허가 또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이 명백히 중대한 공익에 배치된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A씨가 기존 병원 건물을 장례식장으로 개설허가를 받는 과정을 살펴보면 B행정청의 의심이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A씨는 지난 2017년 10월 25일 건물의 소유자와 사건 건물 중 지상 1층, 3층 내지 6층에 관해서만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제3자인 C씨가 배우자의 명의로 건물 소유주로부터 사건 건물의 지하 1층과 지상 2층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C씨는 이후 장례식장을 운영하기 위해 내부 공사를 하는 등의 준비를 진행했고, A씨의 승낙을 얻어 A씨 명의로 관할행정청에 장례식장 영업신고를 했으나, 관할행정청은 해당 건물이 제3종 일반지구지역 안에 있어 장례식장 설치 및 운영이 제한된다는 이유로 그 신청을 반려했다.

C씨는 다시 A씨의 승낙을 받아 A씨 명의로 2018년 4월 23일 관할행정청에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했으나, 재차 불허가 통지를 받았다.

계속해서 C씨의 장례식장 개설 및 운영이 어려워지자 C씨는 A씨와 이 사건 건물 지하 1층 및 지하 2층에 개원 예정인 장례식장의 운영권과 C씨가 공사를 진행한 내부 시설 등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행정청은 A씨가 의료기관 개설자인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실질적으로 장례식장으로 운영하게 하려했다고 보고, 의료기관 개설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C씨로부터 건물 지하 1층 및 지상 2층에 조성 중이던 장례식장 내부 시설과 그 운영권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C씨가 A씨 명의로 이 사건 신청 절차를 통해 장례식장을 개설·운영하려는 것을 숨기기 위해 허위로 가장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A씨의 신청 사항이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부합한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판부는 "개설허가사항 변경이 명백히 중대한 공익에 배치된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허가를 거부할 수 있으나, 위와 같은 민원 발생이나 교통혼잡·교통사고 발생 위험 증가가 등의 막연한 사정만으로 그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며, C행정청으로 하여금 불허가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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