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한 진료 시 정신적 위자료 배상‥피해자 입증 어려워

의료사고 손해배상 소송‥과실 있어도 인과관계·정신적 손해 증명 못하면 배상 불가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11-12 11:49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료사고 피해자는 의료진의 직접적 의료과실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불성실한 진료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의료진이 일반 상식의 한도를 넘어 `불성실한 진료`를 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소를 제기하는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야 해, 사실상 이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2011년 3월 경 발생한 의료사고 손해배상 사건을 약 8년여 만에 원고인 피해자 A씨 패소로 마무리 지었다.

앞서 원심에서는 원고 A씨의 사망이 의료진의 진단 및 치료의무 과정에서 과실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는 않았더라도, 해당 의료진의 처치가 일반인의 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점이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병원 측이 A씨와 그 유가족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원심 파기 환송 판결에 따라 재차 소송을 판결하게 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원고측이 제시한 근거만으론 의료진의 '불성실한 진료행위'를 증명할 수 없다며, 정신적 손해배상 또한 불필요하다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1년 2월 18일경. A씨가 두통, 오심 및 구토 증상으로 B병원에 내원했을 때부터다.

당시 B병원에서 A씨를 진료한 의사는 혈액검사 실시 후 특이소견이 없고 경도의 구토증세만 있다고 판단하여, 수액과 구토억제제만 투여한 뒤 증상이 호전됐다며 A씨를 귀가조치 했다.

그러나 A씨는 8시간 만에 구토 증상이 재발해 B병원에 다시 내원했고, B병원 의료진은 앞서 1차 내원 당시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가 정상이었다는 이유로, 수액과 구토억제제 주사 외에는 재차 혈액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A씨를 일반병실에 입실시켰다.

그런데 약 한 시간 뒤부터 A씨의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호흡곤란 및 복통을 호소했고, 이에 B병원 의료진이 심호흡을 유도하며 산소를 투여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했음에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혼수상태에 빠졌다.

B병원 의료진은 A씨가 혼수상태에 빠진 뒤에야 뇌 CT촬영을 실시하고, A씨가 대사성 산증 및 급성신부전임을 진단하여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B병원은 2월 19일 오전 11시경 A씨를 C병원으로 전원 시켰다.

C병원은 A씨를 내과중환자실로 입원시켜 투석치료를 실시했으나, A씨의 뇌부종 증세는 계속 악화됐고, C병원 의료진은 뇌CT에서 뇌사가 의심되는 상태로 개두술을 해도 뇌탈출 가능성이 있어, A씨의 생명유지를 위한 보존적 치료만을 계속했다.

결국 A씨는 3월 8일 경 사망했는데, 직접적 사망원인은 간부전, 심부전, 호흡부전 및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A씨가 B병원에 두 번째로 내원할 당시 B병원 의료진이 A씨가 동일한 증상으로 재차 내원한 데 대해 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1차 내원 당시 실시한 치료만을 반복했으며, A씨가 호흡곤란을 호소한 이후에도 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진료나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2차 내원 이후 A씨가 혼수상태에 빠질 때까지 적절한 검사 및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상태가 악화되어 다시 내원한 A씨에 대해 만연히 1차 내원 때와 동일한 처방만을 할 것이 아니라, A씨의 상태에 맞춰 혈액검사나 이학적 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었다"라며 B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B병원의 과실이 A씨의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A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심한 뇌병증과 그에 동반된 대사성 산증이 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법원이 의뢰한 감정 촉탁의 역시 B병원 의료진이 2차 내원한 A씨에 대해 대사성 산증의 진단 및 치료를 지연한 과실로 인해 A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앞서 원심이 인정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인가'에 대해, 고등법원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 하다고 판단했다.

B병원 의료진은 A씨가 2차 내원했을 때 집중 관찰을 실시했고, A씨가 혼수상태에 빠진 후 중환자실로 옮겨 CT촬영을 하는 등 당시 A씨의 상태에 비추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나아가 진료기록 감정의가 A씨의 악성신경이완증후군의 경우 비슷한 질환의 환자를 다루어 본 경험이 있는 일부 신경과 전문의가 아니면 해당 질병을 알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은 인정하나, 해당 과실이 악결과와 직접적 인과관계도 없고, 의료진의 진료 행태가 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태도도 아니었다며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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