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명령 어기고 환자 강제입원‥진료 했어도 급여 환수 '적법'

정신병원의 퇴원명령 불이행, 정신질환자 신체·거주·이전 자유 침해하는 '감금행위'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19-11-13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지자체장의 퇴원명령을 무시하고 정신질환자들을 강제 입원시키며, 이들의 진료 분에 대해 보험급여비를 청구한 정신병원 원장이 형사처벌에 이어 대규모 급여 환수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필요한 진료행위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계속 입원시키는 행위는 위법한 '감금행위'라며, 퇴원명령을 어긴 입원진료행위는 그 자체로 위법하기에 보험급여 환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A씨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내린 4천 459만 여 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7년 4월 25일 지자체장으로부터 B씨 등 환자들에 관한 퇴원명령서를 받았음에도, 이들 환자들을 계속 입원시키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4천 459만여 원을 지급받아왔다.

건보공단은 A씨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고 판단, 해당 금액 전액을 환수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의사 A씨는 지자체장으로부터 퇴원명령서를 받았음에도, 환자들을 계속 입원시키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은 것은 사실이나, A씨의 요양급여비용 청구는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입원한 환자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진료를 한 것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건보공단이 A씨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진료계약이 효력규정 등에 위배되어 무효가 되어야 하나, 지자체 장의 퇴원명령은 환자들을 퇴원시킬 의무만을 부과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즉, 퇴원명령을 불이행함으로써 구 정신보건법(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4항을 위반한 것은 인정하나, 그에 따른 행정상·형사상 제재와 별도로 그 위반 사실만으로 원고와 환자들 사이 진료계약의 효력이 무효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구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를 신속·적정하게 치료하고 정신질환자 본인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나 거주·이전의 자유 등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신질환자의 정신의료기관 등 입원 경로를 엄격히 구분하여 정신질환자의 입원 및 퇴원 요건을 정하고 있다.

그 중 보호 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6개월 이내의 기간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

다만, 6개월이 지난 후에도 계속 입원 등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이 있고 보호의무자가 입원동의서를 제출한 때에는 6개월마다 지자체 장 등에게 계속 입원의 치료에 대한 심사를 청구해야 하며, 그 심사 결과에 따라 퇴원명령을 받은 때에는 당해 환자를 즉시 퇴원시켜야 한다.

이 같은 내용에 비추어, A씨가 시장 등으로부터 퇴원명령을 받았음에도 해당 정신질환자를 계속 입원시키고 건보공단에게 그들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는 행위는,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으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A씨가 이를 청구해 지급받은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시장 등으로 퇴원명령을 받았음에도 환자를 계속 입원시키는 경우 해당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나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법한 감금행위임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퇴원명령에 반하는 계속입원 진료행위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위법한 감금행위이거나 그에 수반하여 이뤄진 행위"라며, "애초에 입원 진료를 할 수 없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진료행위는 그 자체로 위법하므로, 이를 해당 정신질환자에게 제공된 적법한 요양급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A씨는 퇴원명령을 불이행했다는 내용의 정신보건법위반 범죄사실 등으로 기소되어 지난 2017년 6월 9일 벌금 1,200만 원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한 항소심에서는 '이 사건 퇴원 명령을 고지 받은 후 환자들을 지연 퇴원시켜 해당 기간 요양급여비를 받을 수 없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채 정신질환자를 적법하게 입원 진료한 것처럼 건보공단을 기망하여 환자들에 관한 요양급여비를 청구해 건보공단의 재물을 편취했다'는 사기 범죄사실이 추가로 유죄 인정되어, 1,500만 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측은 정신병원에서 관행적으로 환자를 지연 퇴원시키고, 그 기간 동안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아간 사례에 대한 고등법원 첫 판결로서, 환자의 기본권(자유권적 기본권) 보호를 중심에 두고 선고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반응이다.

건보공단 측 변호인인 김준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당사자 간의 진료계약의 효력과 무관하게, 관련 법령인 정신보건법령에 따른 퇴원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진료가 정당행위라는 요양기관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정신병원 입원환자의 경우 진료계약을 체결할만한 온전한 의사능력이 있는지도 불명확하고, 대리인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이해관계에 있는 대리인들이 입원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들을 고려하면, 진료계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퇴원명령까지 위반해 가면서 비용을 지급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번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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