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끊이질 않는 의료인 업무범위‥복지부 판단 기준은?

의료법상 업무범위 추상적, 판례·유권해석 토대 판단 불가피‥핵심은 '의료행위, 의료인만'
신은진기자 ejshin@medipana.com 2019-11-22 06:01
의료인의 자율권 보장을 위해 타 법과 달리 의료법은 정의규정이 없다. 때문에 의료인의 업무범위를 두고 직역 간 갈등이 시시각각 발생하고 있지만 의료법만으론 갈등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의료인 업무범위를 판단하기 위해 판례와 유권해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판례를 기반으로 복지부가 '의료행위' 및 '비의료행위'로 판단한 주요 사례들을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가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료법의 해설(오성일 저)'를 통해 선정했다.
 

◆채혈 : 의료행위
 
서울행정법원(2014.1.16)은 보험가입자들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감염·혈관손상·과다채혈·응고과정에서의 돌발상황 발생 등 사람의 생명·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봤다. 즉, 채혈행위는 그 자체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안마·지압 및 스포츠 마사지: 피로회복 차원을 넘어 질병 치료행위까지 이를 경우 의료행위
 
대법원 전원합의체(2000.2.25)는 안마나 지압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그것이 단순한 피로회복을 위해 시술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 대해 상당한 물리적인 충격을 가하는 방법으로 어떤 질병의 치료행위에까지 이른다면 이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 즉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2004.1.15)은 안마·지압과 마찬가지로 스포츠마사지 역시 질병 치료행위로 이어지는 행위라면 이를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고 봤다.
 
문제가 된 사건에서 피고인은 손님의 질병 종류에 따라 손을 이용하거나 누워 있는 손님 위에 올라가 발로 특정 환부를 집중적으로 누르거나 주무르거나 두드리는 방법으로 길게는 1개월 이상 시술을 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금액을 받았다.
 
대법원은 사실 관계가 이와 같다면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피로회복을 위한 시술을 넘어 질병의 치료행위에까지 이른 것으로 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영리를 목적으로 한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최종적으로 판결했다.
 
◆파마메딕(방문검진): 의료행위
 
대법원(2012.5.10)은 건강검진은 피검진자의 신체부위의 이상 유무 내지 건강상태를 의학적으로 확인·판단하기 위해 행해지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질병의 예방 및 조기발견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을 가진 의사가 행하지 아니하여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신뢰한 피검진자의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수술실에서 전기수술기 다이얼 조작 : 의료행위
 
대법원(2016.5.12)은 전기수술기의 조작 행위 자체도 의료행위로 봤다.
 
해당 사건의 경우, 전기수술기는 기존의 메스를 대신해 고주파 전류를 사용해 절개 및 지혈을 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구로서 파워조절기가 설정하는 전압의 강도에 따라 전국에서 발생하는 열량이 달라지게 되어 절개 및 지혈하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바, 전압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을 경우 용량결합 손상이나 화상, 체내 전기 자극기 또는 장손상까지 유발될 수 있는 점 등을 참고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 전기수술기의 파워다이얼 조절은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이생상 위해가 생길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건강보조식품을 비만을 치유하는데 효력이 있는 것처럼 판매하고, 부작용을 호소하자 그 대체방법이나 복용방법을 상담한 행위 : 의료행위
 
대법원(2001. 12.28)은 건강보조식품판매업자가 사실상 운영하는 회사가 고객들에게 체질검사를 해 체질에 맞는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을 곁들여 전문적인 다이어트 관리를 해주겠다고 하면서 의료기기인 체지방측정기를 사용해 고객의 체지방분포율과 비만도를 측정하는 한편, 살을 빼는데 효능이 있다는 아무런 검증결과가 없고 오히려 이를 남용할 경우 설사 등의 부작용이 있는 건강보조식품 5∼6종 등을 마치 비만을 치유하는데 효력이 있는 것처럼 판매하고, 고객들이 복통과 구토·설사 등의 증상을 호소하자 그 대처방법이나 복용방법의 변경 등을 상담했다면 건강보조식품판매업자의 그와 같은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건강식품의 복용 권유: 의료행위 아님
 
반면, 서울고등법원(1989.3.24)은 평소 건강식품과 식음료법에 관한 연구를 해 오던 중 그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온 환자에 상담을 진행하고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소위 건강식품의 복용을 권유했다면, 위 환자들은 이미 자신의 병명을 알고 있던 사람들로서 위 상담으로 새로운 병상이나 병명이 규명·판단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시중 식품점에서 유통되고 있는 건강식품의 복용을 권유한 것이 질병의 치료를 위한 처방이나 투약행위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는 보건범죄단속에간한 특별조치법 제5조 소정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피고인이 자신 나름대로의 의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을 이용해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머리카락 제공자의 건강상태, 질병의 유무 등을 규명·판단 : 의료행위
 
대법원(2005.8.19)은 해당사건의 피고인이 제공된 머리카락을 혼합물질분석기인 '베스트론'이라는 기계장비로 성분·성질을 분석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제공자의 각 신체부분의 정상여부, 위험성 유뮤, 질병발생 가능성, 성격분석, 추천 음식, 질병의 유전성 등에 관한 정보가 기재된 A메디칼센타 명의의 'DNA 생체분석'을 작성해 머리카락 제공자에게 교부하고 그 대가로 금원을 받은 사실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베스트론을 이용한 머리카락 성분의 성질에 관한 검사결과를 토대로 해 자신 나름대로의 의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을 이용해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머리카락 제공자의 건강 상태, 질병의 유무 등을 규명·판단했다고 봤다. 때문에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의료법 제25조 제1항에 정한 의료행위로서 진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례들에 대해 오성일 복지부 인구정책실 보육기반과 서기관(전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사진>은 "판례는 의료행위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야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이외에도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며 "다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의학의 발달과 사회의 발전,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인식과 요구에 수반해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시대적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법 해석에 맡기는 유연한 형태가 더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판례를 고려할 때 의료행위인지 아닌지는 ▲행위의 근거(의학적 전문지식 필요여부) ▲행위의 양태(대상자의 상태에 따른 진단·처방·처치 수반여부) ▲행위의 효과 및 부작용(보건위생상 발생 가능성)을 종합해 판단되어야 하며, 원칙적으로 위 3가지 중 어느 하나에라도 해당하면 의료행위로 보아야 한다"라며 "즉,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행하는 것이 부적절하거나 그 대상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는 의료행위로 보아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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