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나가면 1만원·자국 1천원.."내수시장 죽을 수밖에"

"저수가·규제개선 위주 정책 한계..국내 산업 성장·육성 방안 필요"
서민지기자 mjseo@medipana.com 2019-12-17 12:13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최근 범정부차원에서 미래먹거리인 바이오헬스산업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이중 의료기기산업과 관련된 규제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다국적사들이 대다수 병원을 잠식하고 있어 의료기기 국산화는 요원하기만 한 실정이다.
 
내수시장이 막혀 있는 것은 물론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돈도 못벌고 있으며, 매출이 적다보니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 부족으로 대다수 국내 제조업체들이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17일 열린 의료기기 국산화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학계와 업계 모두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규제 혁신과 함께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최근까지 의료기기 세계 시장규모는 지난 2017년 3,560억 달러에서 2021년 4,458억 달러로 연평균 5.8% 성장하고 있으며,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상위 10개국이 전체의 78%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규모는 세계 9위로 62억 달러로 1.6%에 불과하지만, 연평균 성장률이 세계 시장의 성장률을 상회하는 7.6%에 달해 미래 유망 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수입제품의 점유율이 여전히 60%를 상회하고 있고, 국산 의료기기의 사용 비율은 상급종합병원은 약 8%, 종합병원은 약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려대 흉부외과학교실 선경 교수(前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는 "인구가 적어 내수시장 자체가 적은데다가 의료분야의 저수가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보니 인허가, 보험절차 등 행정력에서 많은 낭비가 이어지고 있고, 임상시험 역량이 미흡하다보니 국산 기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면서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많은 핸디캡에 놓여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수출로 돌파하려고 해도 많은 국내 기업들이 자금 부족, 글로벌 마케팅과 네트워크 미흡 등의 문제로 도전조차 못하는 현실"이라며 "의료기기 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개편, 선택과 집중을 위한 발전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더욱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병원 내 기술지주회사 설립, 의료기술 협력단 및 의료기술지주회사 마련 등이 막혀 있어 병원의 창업 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 교수는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창업을 해서 기술이전, 사업화 등에 성공하고, 의료연구 재투자라는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는 병원 기술지주회사가 마련돼야 하나, 지금은 법에 가로막혀 있다"면서 "병원 내 개방형 실험실과 플랫폼 등을 확대할 수 있는 의료기술지주회사 등도 현재 국회 상임위에서 법안이 계류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과정에는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면서 "산-학-연-병-관, 개발자-기업-투자자 등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태계'가 구축되고, 전문 인력양성에 대한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다국적사와의 경쟁에서 많은 좌절을 맛본 피씨엘 김소연 대표는 "세계 최초로 다중면역진단기기에 대한 임상을 성공해 공공기관 우선구매 특혜가 부여됐으나, 대한적십자사 입찰에서는 계속해서 탈락하고 있다"면서 "의료기기시장은 1조원이 넘는데도 국내 기업 중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데, 이는 아무리 혁신제품을 개발해도 자국 제품을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산업은 어느 나라나 필수적인 산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형병원의 경우 국산제품을 8% 밖에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국산제품 사용을 60%로 올리고, 1조원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공공구매를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국내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혁신의료기기제품들을 사용해주지 않으면 국내 의료기기 타임투마켓 시기를 놓쳐 글로벌 진출길이 막히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또한 "최근 의료기기 관련 규제가 많이 개선되고 육성 및 지원 법안이 통과됐지만, '산업 육성'과 관련된 내용은 부재하다"면서 "일본의 경우 예산 일원화를 통한 기초연구에서 제품화 지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바이차이나'라는 제도를 도입해 자국 제품 우선 구매토록 하고 중국 내 대학병원은 자국 의료기기 제품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우리도 자국산업을 보호하려면 중국, 일본 등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국산화 위해 내년부터 적극 노력 예정..업체 의견 개진 활성화해야"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이미 적극적으로 국산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으며, 오히려 국내 업체들이 관련 의견 개진에 있어서 미진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모두순 의료기기·화장품TF팀장은 "의사와 대형병원들이 국산 제품을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신뢰'라고 본다.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정부에서는 적합성 센터를 2개 운영 중인데, 1개를 더 늘릴 예정"이라며 "중개임상지원센터도 계속 운영하는 동시에 신제품 사용평가센터도 더욱 확대하는 한편, 내년에는 사용 신뢰도 확대를 위해 학회차원으로 접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기 관련 예산이 900억원 넘게 반영됐는데, 업계 열망이 담겨진 대대적으로 예산 확대가 이뤄진만큼 목적에 맞게 잘 쓰겠다"고 부연했다.
 
또한 "의료기기 국산화 확대와 제조업 성장을 위한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마련 중"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범부처 R&D 사업에 있어서도 미충족된 부분들이 있다면 적극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에서는 현장의 의견을 많이 받아서 정책, 제도에 반영하고 싶지만, 현장에서는 의견을 주는 것에 소극적"이라며 "실제 혁신제품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한 교수님은 설문이나 의견코멘트의 수신율 높지 않은 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절박하다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 팀장은 "영세업체들을 위해 현재 식약처, 복지부, 네카, 심평원 등이 종합지원센터를 마련했다. 여기에서 많은 업무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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