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서 '멘토'로‥"우리 병원장·간호부서장이 달라졌어요"

[2020 신년특집 - 밀레니얼 세대 이해하기②]
보수적인 병원에서 '갈등·이탈'하는 밀레니얼‥병원계, 심각성 인지·이해 노력중
조운기자 goodnews@medipana.com 2020-01-07 06:06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의 등장과 함께, 다양한 직역과 세대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병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병원 조직 문화에 20·30 밀레니얼 세대들이 새로운 조직 구성원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문화를 버티지 못하고 갈등을 일으키거나, 조직을 이탈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병원계와 간호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밀레니얼 세대'를 공부하고, 이들과 함께 가기 위해 바꿔야 할 부분은 바꿔보자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적인 병원 문화‥'밀레니얼 세대'와의 갈등 터져 나와
 

SNS 등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는 데 익숙하고,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보다는 자신의 여가 시간을 더 중시하는 1980년대 초(1980~1982년)부터 2000년대 초(2000~2004년)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오고 있다.

2020년 이후 세계 노동인구의 35%가 밀레니얼 세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병원들은 긴장하고 있다.

보건의료업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신체를 다루고 있어, 타 업종에 비해 보다 엄격하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업무상의 작은 실수 하나가 한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상하 조직체계가 확실하고, 상부 조직의 지침과 명령에 따라 업무가 진행되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병원 조직 문화의 특성이 됐다.

문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정신이 이 같은 병원의 조직 문화와 부딪히고 있다는 점.

실제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병원 내 전공의 폭행 사건, 간호사 내의 `태움`(괴롭힘) 문제 등이 최근에 발생한 특이 케이스가 아니라, 오랜 과거에서부터 존재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수적이다 못해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조직 문화의 실체가 드러나 논란이 됐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폐쇄적인 병원 조직 문화 안에서 '을(乙)'에 속하는 하부 말단 조직의 목소리가 묵살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처럼 병원 내 조직 문화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 바로 이 '밀레니얼 세대'였다.

일례로 지난 2017년 병원에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선정적인 장기자랑을 준비해야 했던 모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SNS 채팅방을 통해 세상에 해당 문제를 알려 병원 조직 문화의 변화를 선도한 대대적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체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개인 한 명의 목소리로 변화하지 않는 병원 문화에 환멸을 느끼고 병원을 아예 이탈하는 이들도 증가하면서 병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의사들은 대학병원의 엄격한 조직문화에 얽매이지 않는 개원의가 되기 위해 피부과, 성형외과 등의 전공을 선호하고 있어, 수련과정이 힘들지만 꼭 필요한 전공 과목에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는 기피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병원 임상에 취직해야 할 신규 간호사들이 병원에 취직하기 보다는 공무원직을 선호하여, 아예 임상 취업을 꺼리거나, 입사 1년도 안 돼 병원을 떠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시간이 흐를수록 뚜렷해지면서 의사 인력, 간호사 인력 부족에 직면한 병원들은 그들 '탓'을 하기보다는 그간의 병원 조직 문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 모습이다.

병원간호사회·병원협회 등 병원 상부조직들의 '밀레니얼' 이해하기 노력
 
▲병원간호사회 간호정책포럼에서 진행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패널 토의 전경
 
병원간호사회는 지난해 수간호사 이상 관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9월 19일 건국대병원에서 '간호정책포럼'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는 법'에 대한 주제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에 나선 김성희 CEO리더십연구소장은 "유수한 기관에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밀레니얼 세대는 조직의 규모와 명성을 이야기 할 때 공감하지 않으며, 자신의 커리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때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에게는 일을 줄여주고, 루틴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목적을 분명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구체적으로 나눠서 가르쳐줘야 하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해주고, 지시와 지원을 함께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수간호사 이상 관리자급 간호사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사고방식에 놀라워하면서도, 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맞는 조직 문화를 만들 것을 약속했다.
 
▲대한병원협회 상임이사회에 모인 병원장들
 
대한병원협회(회장 임영진) 역시 지난해 11월 27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 마리아홀에서 'Korea Healthcare Congress-2019 Autumn Conference for Talent Management(이하 KHC-ATM)-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인재관리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병원협회는 해당 컨퍼런스에서 △박세헌 우아한형제들 경영지원실장의 '밀레니얼 세대, Z세대-요즘 애들은 왜 그럴까?'를 주제로 한 특강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의 'Agile 인재와 리더 육성을 위한 Agile 조직개발' △황성현 카카오 부사장의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관리' 강의 △'의료계의 밀레니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패널토의 및 분야별 세션을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병원의 특수성이 있는데, 무조건 밀레니얼 세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지나치게 하부 조직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잘못된 병원 문화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병원협회 컨퍼런스에 참석한 한 병원계 관계자는 "어느 시대에서나 새로운 세대들은 기존의 문화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일부 저항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원래 이런 것'이라는 말로 진화가 가능했는데, 요즘 세대들은 어르고 달래도 갑자기 병원을 떠나버리니 답답한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간호사 부족 문제가 극에 달하면서, 계속 원래의 조직 운영 방식을 유지하다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봉착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병원들 내에서 번지고 있다"며, "정부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도 더 이상 기존의 병원 조직문화를 용인하지 못하고 있기에,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간호부서장들과 병원장들부터 강연 등을 통해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병원 내에 도입할 수 있는 유연한 문화 등은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실질적인 조직 문화 개선 노력 이어져‥SNS 소통·워라밸 맞추기 등
 
▲병원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입간호사 돌잔치
 
이 같은 이해에 대한 노력과 함께 일부 병원에서는 실제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작은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재 병원들의 가장 큰 고민인 간호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병원들은 밀레니얼 세대 간호사들을 붙잡기 위한 근무환경 개선 등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문남경 수간호사는 "간호사 각 개인의 강점이 빛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고,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워라밸을 중시하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에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팀원 내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고자 했다. 근무조별 효율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해 덜 바쁜 팀이 더 바쁜 팀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우리 조직은 정시출근, 정시퇴근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역시 학업·육아 등을 고려해 원하는 근무스케줄을 최선을 다해 맞춰주고 있으며, 밴드를 통해 간호사들의 소확행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활용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프리셉터쉽의 정착, 시뮬레이션 교육 시행 및 교육전담간호사 운영, 신입간호사 간담회, 첫돌잔치 등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 신입간호사의 현장적응을 돕고 있으며, 현장에서 조금씩 개선하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신입 간호사 교육자료 영상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게 만들고, 카톡 등 SNS를 통해 근황을 살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입사동기들과 함께 '동기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근무스케줄을 조정해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그간 '태움' 등으로 논란이 됐던 간호계는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합리적인 업무 문화와 밀레니얼 세대에게 자연스러운 SNS 활용에 나서고 있다.

그간 '꼰대'로 낙인찍혔던 병원장, 간호부서장이 함께 참여하는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는 병원, 신규 간호사 1주년 돌잔치 등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장기근속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문화도 병원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하루 아침에 오랫동안 고착화된 병원 조직 문화가 변하지는 않겠지만, 병원장과 간호부서장 등 상부조직부터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의료계 변화에 대한 희망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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